진료실을 찾은 직장인 신 모 씨(31세, 여성)는 최근 턱 부분과 코 주변에 심하게 난 여드름 때문에 울상이었다. 평소에는 깨끗한 피부라서 빨갛게 부어오르고 고름이 찬 여드름이 생기면 더욱 눈에 띄어 고민이라고 했다. 신 씨 외에도 꽤 많은 여성들이 한 달에 한 번 익숙하지 않은 여드름 때문에 진료실을 찾는다. 다름아닌 생리 전 증후군(PMS, Premenstrual Syndrome)에서 비롯한 생리 여드름이다.

생리 전 증후군은 개인마다 다르지만 대략 예정일 열흘 전부터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허리와 배·다리 통증과 부종, 혹은 이유 없이 우울해지는 등 심한 감정기복을 겪는다. 식욕이 급격히 늘어나 초콜릿, 곱창, 치킨 등 달고 기름진 음식이 당기는 경우도 많다. 또한 평소 체질적으로 여드름이 생기지 않더라도 생리 전후 갑작스런 호르몬 변화로 인해 여드름이나 뾰루지 같은 피부 트러블이 생기기도 한다. 프로게스테론 호르몬 분비가 증가하면서 피지선을 자극해 피지 분비가 늘어난다. 게다가 표피세포의 재생 속도가 저하돼 화농성 여드름이 심해질 수 있다.

생리 여드름은 턱이나 입 주변에 주로 생긴다. 특히 턱은 피부가 얇으면서 건조해, 대부분 붉은 구진이나 고름이 들어찬 농포, 심할 경우 결절이나 낭종 등 화농을 동반한다. 이 경우 여드름이 사라진 뒤에도 울긋불긋한 여드름 자국이나 움푹 팬 흉터가 남을 가능성이 크다. 한번 자리 잡은 흉터는 원래 피부로 복원이 매우 어렵고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발생 당시 제때 적절하게 대처해야 한다. 생리 후 저절로 사라진다는 생각으로 그대로 방치하거나 자칫 미흡하게 대처한다면 증상을 더욱 악화시키기 쉬우므로 주의해야 한다.

생리 여드름 발생 초기에는 치료가 쉽다. 모공 속 노폐물과 각질을 녹여주는 스케일링, 공기압 광선 등을 이용하면 금방 여드름을 치료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시기를 놓칠 경우 염증이 오래되면서 없어졌다 다시 생기기를 반복하는 만성여드름으로 이어지기 쉽다. 또 피부의 진피까지 손상돼 흉터가 남을 수 있고 심한 경우 볼록 튀어나오는 켈로이드성 여드름이 남기도 한다.

생리 전후에 생활습관을 관리해 생리 여드름을 예방할 수도 있다. 가장 기본적이면서 신경 써야 하는 것은 세안이다. 피부에 자극이 되지 않도록 손 끝을 이용해 부드럽게 문지르며 세안한다. 화장이 진한 경우 클렌징 오일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은데, 오일이 피부에 남아 모공을 막으면 여드름을 유발할 수 있다. 되도록이면 사용하지 말고, 폼 제품으로 이중세안하는 것이 좋다.

 

또한 생리 즈음에 피부가 칙칙하고 푸석푸석해 보여 평소보다 화장을 두껍게 하거나 미백, 영양 등 기능성 화장품을 더 바르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피부 트러블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 생리 여드름이 생겼을 때는 절대 손대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손에 있는 세균이 침투해 더욱 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손으로 잘못 압출하거나 뜯어낸 경우 흉터로 남을 확률이 크다. 이 경우 해당 부위를 깨끗이 소독한 후 피부과에 내원하여 전문적 사후 처치를 받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