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있는 일이다. 무려 6승 0패다. 이 기세로 남은 4판도 전부 이긴다면? 심해 탈출도 헛된 꿈은 아니겠지. 문제는 정신력이었다. 혼자 흥분해 ‘삽질’만 했다. 결국 패배, 또 패배, 다시 패배. 마지막 경기를 겨우 이겨 최종 7승 3패로 배치고사를 마무리했다.
오버워치 이야기다. 최근 새로운 시즌(6시즌)을 시작했다. 언제나처럼 새 시즌을 시작할 때 배치고사를 치른다. 10게임으로 내 실력을 평가받는 절차다. 만년 심해로선 사실 7승 3패도 감지덕지다. 처음엔 실망했지만 이내 만족했다. ‘최선이었다.’
이번 배치고사를 새로운 게이밍기어와 함께했다. 만족스런 결과를 이끈 장비 하나하나를 소개할 생각이다. 키보드와 마우스에 이어 노트북 차례다. 에이서 프레데터 헬리오스(Predator Helios) 300 게이밍 노트북을 사용했다. 참고로 난 장비발을 믿지 않는다. 내 실력은 더 못 믿는다.
'무늬만 게이밍 노트북'의 대안
내게 게이밍 노트북이 생긴다고 상상해보자. 내 방이든 카페든 강의실이든 친척집이든 친구집이든 장소 가리지 않고 게임을 할 수 있다. 게이머로서 삶의 질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컴퓨터 브랜드들이 너도나도 게이밍 노트북을 출시하고 있다. 라인업이 드넓다. 고민이 깊어진다. ‘대체 뭘 사야 하는 거야?’ 고민하는 게이머에게 ‘100만원 이하 게이밍 노트북’ 같은 가성비 제품은 치명적 유혹이다.
가격에 혹해 덥썩 구매했다간 후회할지 모른다. 스펙이 떨어지는 무늬만 게이밍 노트북인 제품들도 간혹 있는 탓이다. 100만원을 주고 산 노트북이 게임을 벅차게 겨우 돌려낸다면? 생각만 해도 짜증스럽다.
어떤 제품이든 마찬가지겠지만 결제에 앞서 신중해야 한다. ‘무늬만 게이밍 노트북’인 물건들의 확실한 대안 하나를 소개한다. 에이서 프레데터 헬리오스 300이란 제품이다. 조금 더 비싸지만 훨씬 쾌적한 게이밍 환경을 제공한다. 오버스펙도 아니라 합리적이다.
상대팀 '멘탈 털어주는' 디자인
프레데터는 에이서의 게이밍 전문 브랜드다. 헬리오스 300은 프레데터 라인업 중 엔트리급 같지 않은 엔트리 모델이다. 대개 엔트리급 게이밍 노트북은 디자인이 밋밋한데 헬리오스 300은 다르다. “나 게이밍 노트북이에요!”란 외침이 들리는 듯한 디자인이다.
‘파워풀한 성능을 스타일로 표현하다.’ 에이서가 내세운 카피라이트다. 정말 그렇다. 픽업트럭처럼 파워풀한 모습에 압도당한다. 간혹 디자인이 과장스러워 유치해보이는 게이밍 제품들이 있는데 헬리오스 300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적절한 절제로 부담 없는 카리스마를 내뿜는다.
특히 실물 미남이다. 결 따라 빛나는 금속 질감이 강인함을 나타낸다. 블랙 베이스에 레드가 구석구석 포인트로 들어간 컬러 배합도 그런 느낌을 더해준다. 키보드에도 붉은색 LED 백라이트가 들어온다. 게임에서 주로 방향키로 사용되는 W, A, S, D 키에 붉은색 테두리가 있다. 게이밍 노트북의 정체성을 한껏 드러내는 요소다.
정리하자면 헬리오스 300은 절제된 카리스마로 적을 위협하는 디자인이다. 믿음직하다. 기선제압용 디자인이기도 한데, 상대편 유저한테 직접 보여줄 수 없어 아쉽다. 게이머들 언어로 ‘멘탈 털어주는’ 디자인 아닐지.
턱걸이 스펙은 가라
겉모습만 멋지면 뭐하나. 기계가 스펙이 좋아야지. 헬리오스 300은 사양에 따라 세부모델이 나뉜다. 내가 사용한 제품은 모델명이 G3-572-78KR이다. 두뇌가 인텔 7세대 코어 프로세서 i7 7700HQ다. 게이밍 노트북의 핵심 부품인 그래픽카드는 엔비디아 지포스 GTX 1060 6GB DDR5 VRAM을 달았다.
여기에 8GB의 DDR4 메모리와 256GB M2 PCIe SSD까지 더했다. 웬만한 최신 게임 거뜬하게 구동할 수 있는 스펙이다. 권장사양을 가뿐히 뛰어넘는다. 겨우 요구사양을 충족하는 ‘턱걸이 스펙’ 가성비 게이밍 노트북들보단 훨씬 쾌적하다.
게이밍 노트북은 쿨링 성능도 중요하다. 고사양 게임을 구동하면 제품이 열받는다. 뜨거워져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쿨링이 필요한 순간이다. 선수가 차가운 이성을 유지해야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헬리오스 300은 차가운 이성을 유지하기 위해 애쓴다. 제품에 에이서가 자체 개발한 듀얼 울트라신 에어로블래이드 3D 메탈팬이 달려있다. 공기 흐름을 최대 35% 증가시켜 발열을 잡아주는 장치다. 그래도 역부족일 땐 터보 모드로 팬 속도를 18% 빠르게 가동해 CPU에 GPU의 열기를 10% 더 낮출 수 있다.
게이머는 에이서가 제공하는 프레데터 센스 앱을 이용해 발열과 싸울 수도 있다. CPU와 GPU 온도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조치를 취하면 된다. 다만 쿨러 돌아가는 소리가 작은 편은 아니다. 여느 게이밍 노트북과 마찬가지다. 게임할 때 제품이 뜨끈해지기는 하지만 게이밍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
기본기는 디테일에 있다
헬리오스 300은 몸집이 제법 큼직하다. 15.6인치 제품인 탓이다. IPS 풀 HD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PC방에서 대화면으로 게임할 때 정도로 시원한 화면은 아니지만 더 크면 휴대성에 문제가 생길 듯하다. 디스플레이 시야각이 170도로 넓은 편이다. ‘하는 게임’보다 ‘보는 게임’을 좋아하는 친구와 함께 즐기기에도 적합하겠다.
사운드도 일반 노트북보다 뛰어나다. 돌비 오디오 프리미엄과 에이서 트루하모니 플러스 기술을 통해 스테레오 사운드를 들려준다. 물론 게이밍 헤드셋을 사용하는 게 더 낫긴 하다. HDMI 2.0포트를 지원해 대형 TV나 모니터에 연결할 수도 있다. 헬리오스 300을 본체로 활용해 데스크톱 게이밍 환경을 구성할 수도 있단 얘기다.
제품에 풀사이즈 키보드를 구겨넣어 문서 작업을 하기에도 좋다. 배터리는 최대 9시간. 게이밍 노트북은 대개 전원 어댑터는 산만하지만 지구력이 약하다. 9시간이란 스펙은 상당한 수준이다. 무게는 2.5kg에 두께가 26.75mm다. 울트라북 시대이니 무겁고 크게 느껴지는 건 사실이지만 게이밍 노트북은 부품 크기 탓에 어쩔 수 없다. 에이서 엔지니어는 이렇게 말할 거다. “최선을 다했다.”
승부의 중압감 이해하는 적정 스펙 노트북
헬리오스 300과 오버워치 경쟁전 6시즌 배치고사에 임했다. 그래픽 품질 옵션을 ‘매우 높음’으로 설정했는데도 한없이 쾌적했다. 대기실에 먼저 들어가 ‘선픽’(영웅을 먼저 고르는 것)할 수 있었으며, 게임 중에 끊김 현상도 전혀 없었다. 3시간에 걸쳐 배치고사 10경기를 내리 치렀는데 게임에 영향을 줄 정도의 성능 저하 현상을 겪진 않았다.
오버워치 유저들은 알 것이다. 배치고사의 중압감을. 난 동네 PC방 컴퓨터를 믿지 못한다. 중요한 순간 버벅여서 내 캐릭터를 죽게 만든다. 갑자기 구동이 멈춰 짜릿한(?) ‘탈주’ 경험을 선사하기도 한다. 괜히 그래픽 옵션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낮춰 게임하는 버릇이 생겼다. 그럴 땐 이러려고 PC방 와서 게임하나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내가 헬리오스 300을 ‘솔루션’으로 여기는 이유다.
가격은 150만원대. 같은 헬리오스 300이라고 해도 세부 모델에 따라 가격이 다르긴 하다. 뛰어난 가성비를 내세우는 100만원 이하 게이밍 노트북과 비교하면 분명 비싸다. 대신 그 제품들이 턱걸이 스펙으로 게이머가 마음 졸이게 만든다면 헬리오스 300은 적정 스펙으로 마음 놓고 기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해준다.
더 비싸고 좋은 게이밍 노트북도 존재한다. 에이서만 하더라도 1000만원대 모델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 고가 제품은 오버스펙일 수 있다. 굳이 필요없는 수준의 게이밍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할 수 있단 얘기다. 오버워치, 배틀그라운드, 리그오브레전드 같은 게임을 주로 즐기는 게이머라면 헬리오스 300이 합리적 선택 아닐지.
150만원이 적은 돈은 아니다. 괜히 정신 승리를 하게 된다. ‘게이밍 노트북으로 게임만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 난 게임만을 위해 이 돈을 쓴 게 아니지. 그렇고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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