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 세계 패션 트렌드는 유행에 민감하면서도 가격이 저렴한 SPA 브랜드가 대세다. 기획부터 디자인, 생산, 유통, 판매를 모두 한 회사에서 진행하는 SPA 브랜드가 한국으로 대거 진출하며 차별화된 경쟁력만이 수많은 SPA 브랜드 사이에서 생존할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또한 글로벌 SPA 브랜드에 비해 뒤늦게 출사표를 던진 국내 SPA 브랜드 역시 저렴한 가격과 한국인의 체형에 맞는 디자인으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최근 유통분야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SPA(Specialty store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 라는 단어를 자주 접할 것이다. SPA는 기획부터 디자인, 생산, 유통, 판매를 모두 한 회사가 진행하는 브랜드를 말한다. 중간 유통과정을 생략함으로써 제품 공급 시간과 생산 원가를 절감시키는 방식이다.

그래서 그만큼 재고 부담이 적고 옷값 역시 대체적으로 싼 편이다. 1986년 미국의 GAP이 처음으로 도입했으며 지금은 ZARA(스페인), 망고(스페인), 스파오(한국), 유니클로(일본), H&M(스웨덴) 등이 있다. 이들은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을 파악해 상품을 빠르게 회전하는 게 특징이라 패스트 패션이라고도 불린다.

2주 단위로 신제품 출시, 저렴한 가격도 강점
2005년 일본의 유니클로, 2008년 자라(ZARA), 지난해에는 H&M이 연이어 론칭하며 글로벌 SPA 브랜드들이 하나 둘, 국내에 상륙하자 소비자들은 새로운 형태의 패스트 패션 트렌드가 마냥 신선했다. 항상 사계절에 맞춰 상품을 교체하던 국내 패션 흐름과 달리 유니클로, 자라 등 SPA 브랜드들은 빠르면 2주일 단위로 신제품을 출시하니 유행에 민감한 젊은 층 사이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기 시작한 것이다.

국내에서 SPA가 인기를 끈 이유는 최신 패션 트렌드에 맞춘 빠른 신제품 출시 외에도 제품의 값이 합당한지를 따져보는 가치소비 의식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브랜드만 고집하기보다는 가격 대비 질 좋은 제품을 고르겠다는 소비자의 의식 변화도 SPA 브랜드의 확산에 이유가 되고 있다.

그렇다고 소비자들이 명품 대신 SPA를 선호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선택과 집중일 뿐이다. 인천 신세계 백화점 1층에 명품의 대표격인 루이비통 매장과 SPA의 대표격인 H&M이 나란히 한 층에 들어섰지만 그 어느 쪽에서도 매출이 감소되는 현상은 보이지 않았다. 신세계 백화점 관계자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명품 백에 집착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옷은 자라를 입고 가방은 루이비통을 멘다”며 합리적인 가치의 소비가 명품을 버리고 SPA 브랜드를 선호하는 의미는 아니라고 말한다.

SPA 브랜드들은 한국시장에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유니클로와 H&M, 자라 등 3대 SPA 업체의 국내시장 매출이 지난 5년 새 77% 늘어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2005년 진출한 일본의 유니클로의 매출은 2006년 300억원에서 지난해는 2500억원을 기록했으며 올해는 3500억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지난해 2월 한국에 진출한 스웨덴의 H&M은 2월부터 11월까지 매출이 412억원을 기록했다.


이렇듯 글로벌 브랜드들이 한국에 대거 진출하자 이들은 자신만의 강점을 내세우기 위한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유니클로는 소재 선정에 신경을 쓰고 있다. 초경량 발열 소재를 활용한 ‘히트텍’과 자외선을 90%까지 차단하는 ‘UV-CUT 콜렉션’ 등 기능성 소재로 제작된 의류들이 유니클로의 대표 히트작이다.

자라는 디자인에 승부를 걸었다. 소비자들에게 감성적으로 다가가야 하기 때문에 창고형 매장을 지양하고 고감성 디스플레이를 추구하고 있다. 국내 매출은 다소 적지만 세계 SPA 시장 1위 브랜드인 H&M도 고감성의 제품 디자인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도록 모든 점포의 전면에 디스플레이 공간을 설치하고 있다.

국내 패션업체 속속 진출 매출 경쟁 격화
국내 패션업계 및 정부가 SPA 브랜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불과 2~3년 전이다. 뒤늦게 SPA 브랜드를 내놓기 시작했지만 아직까지 이랜드가 2009년 론칭한 스파오(SPAO)와 지난해 문을 연 미쏘(MIXXO)를 제외하면 글로벌 브랜드와 견줄 마땅한 브랜드가 없는 실정이다.

하지만 기업의 SPA화는 시도되고 있다. 의류업체 코데즈컴바인은 패스트 패션에 아웃도어 스타일을 결합한 캐주얼 의류를 선보였고 LG패션은 TNGT에 패스트 패션 상품군을 추가했다. 제일모직은 내년 하반기 SPA 브랜드 ‘에잇세컨즈’ 론칭을 앞두고 있다.

국내 SPA 브랜드 역시 차별화로 글로벌 브랜드에 맞서고 있다. 이랜드 측은 기존 글로벌 SPA 브랜드가 기대만큼 싸지 않은 가격과 서구인의 체형에 맞춰진 사이즈, 국내 문화에 맞지 않은 상품 구성 등에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다고 판단, 이 부분을 집중 공략했다. 한국형 유니클로를 표방하는 스파오나 자라, H&M을 표방하는 미쏘 모두 한국인의 체형에 맞춘 디자인과 저렴한 가격을 내세웠다. 자라나 유니클로처럼 소재와 품질을 동일하게 유지하면서 가격은 80%선에 내놓았다.

이 같은 전략에 힘입어 성장세도 두드러진다. 현재 미쏘는 매장 15개, 스파오는 매장 31개가 운영되고 있다. 매출액도 점점 늘어 미쏘는 론칭 1년 만인 지난해 매출액 200억원을 기록, 올해 말 매출 700억원을 기대하고 있다. 스파오는 지난해 매출액 310억원을 올렸다.

SPA 브랜드 시장은 하반기에 더욱 본격화될 전망이다. 지난 8월 신도림 디큐브백화점에 국내 최초로 입점한 인디텍스의 버시카와 스트라디바리우스, 풀앤베어 등 3개의 신규 SPA 브랜드가 기존 브랜드와의 경쟁을 예고하고 내년 상반기 유니클로의 세컨드 브랜드인 GU와 톱숍, 프렌치커넥션도 한국 상륙이 예정돼 국내 SPA 브랜드 시장의 경쟁에 불을 지필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시장 활황에만 기대지 말고 고유한 강점을 특화하는 브랜드만이 장수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최원영 uni35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