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의 핵심가치는 ‘행복’이다. SK그룹은 일상 속에서 개인의 행복을 넘어 사회와 국가의 행복으로 확장한다는 가치를 가지고 있다. SK의 이니셜 그대로 ‘Smart Korea’를 추구하는 것. SK그룹은 개인이나 사회의 행복에 어떠한 모습으로 다가가고 있을까.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트레이드 마크가 ‘행복 전도사’에서 최근 ‘사회적 기업 전도사’로 바뀌고 있다. 공생발전이라는 새 화두로 어느 때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최 회장의 ‘사회적 기업 역할론’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최 회장이 SK그룹의 MRO 사업을 사회적 기업으로 바꾸도록 한 것이 호평을 받으면서 사회적 기업이 재계의 새로운 CSR(사회책임경영) 트렌드로 자리 잡아가는 분위기다. SK는 지난 8월초 그룹의 MRO사업을 사회적 기업으로 전격적으로 전환한 바 있다. SK그룹이 매출액 1천억원이 넘는 MRO 사업을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하게 됨에 따라 국내 최대 규모의 사회적 기업이 탄생하게 된 것.

이 사회적 기업은 SK그룹과 거래관계를 지속하고, 중소상공인들과의 협력 모델을 개발하게 됨으로써 대기업 사회적 상생의 새로운 모델로 평가받을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 기업은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고, 취약 계층을 채용하는 등 사업 운영을 통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의 기업으로, 대기업의 사회공헌 중에서 최적의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최 회장은 수년 전부터 단순기부 형태의 전통적인 사회공헌 활동으로는 사회적인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보고 사회적 기업 설립, 지원, 육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것이 바로 ‘최태원식(式) CSR’ 활동의 핵심 내용이다.

지난 1월 SK그룹과 서울시가 공동으로 일자리가 없는 교사 자격증 소지자를 고용해 초등학교 정규수업 이후에 양질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행복한 학교’를 설립했다.


비영리조직과 영리기업의 중간 형태인 사회적 기업은 주로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거나 사회 서비스를 지원해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역할을 하는 등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영업 활동을 수행하는 기업이다.

최 회장은 “단순 기부 등 전통적 사회공헌 활동이 투입비용 대비 3배의 경제적,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에 비해 사회적 기업은 수십 배의 가치를 창출한다”면서 “기업적 메커니즘을 활용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사회적 기업 모델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2013년까지 1만개 일자리 창출 목표
SK그룹이 행복도시락, 행복한 학교, 행복한 도서관 등 69개의 사회적 기업을 직접 설립하거나 지원하고 있는 이유도 사회적 기업이 갖고 있는 선순환적 역할 때문이다(표 참조).

‘행복을 나누는 도시락’은 결식아동과 저소득층 노인에게 무료로 급식을 제공하는 한편, 실업 해소를 위해 취약계층 중에서 조리원과 배달원을 고용하는 모델이다. SK그룹은 올해 여름방학을 포함해 지난 2008년 이후 행복도시락을 통해 결식아동 6000여명에게 도시락 20만개를 제공한 바 있다.

‘행복한 학교’는 일자리가 없는 교사 자격증 소지자를 고용해 초등학교 정규수업 이후에 양질의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모델로 SK그룹이 지난해 1월 서울시 등과 공동으로 설립했다. 행복한 학교 모델은 사교육비 절감, 취약계층 학생 지원, 공교육 질 향상 등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등 효과가 입증되면서 현재는 부산, 대구 등으로 확대됐다.


최 회장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어 왔던 MRO사업도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해결했다. 중소 MRO업체와 진정으로 공생발전하기 위해서는 MRO사업을 사회적 기업으로 바꿔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

이처럼 SK그룹은 지난 2005년부터 사회적 기업 지원 등을 통해 지난해 말까지 모두 6000여개의 사회적 일자리를 만들어냈고, 오는 2013년까지 추가로 4000여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모두 1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키로 했다. 또 사회적 기업을 설립·지원하기 위해 올해 말까지 500억원을 조성할 예정이다.

SK그룹은 사회적 기업이 다양한 영역에서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기존의 중소기업이나 영세 자영업자의 사업영역과 겹치지 않는 다양한 사업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취약계층의 자활을 돕는다는 취지로 만든 사회적 기업이 사업영역 침범으로 다른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빼앗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SK그룹이 국내 대기업 최초로 법무부와 손잡고 출소자의 자립과 사회 복귀를 돕는 사회적 기업 ‘행복한뉴라이프재단’을 설립한 것이나, 새터민과 저소득층이 박스를 생산해 수익과 일자리를 제공토록 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 메자닌아이팩을 지원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이 같은 최태원 회장의 사회적 기업 지원 노력에 반기문 UN 사무총장 등 각계 저명인사들의 극찬도 이어지고 있다. 반 총장은 최근 한 조찬강연회에서 “UN이 해결하고자 하는 전 세계 여러 문제를 풀어가려면 기업인의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국내에서는 최태원 회장과 SK그룹의 사회적 기업 모델이 표본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국회 지식경제위원장인 김영환 민주당 의원은 SK그룹이 MRO 사업을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한 것과 관련, 자신의 트위터에 “지금까지 다른 어떤 결정보다 진일보한 것”이라며 “결단은 더 큰 결단을 낳고 우리 사회를 훈훈한 온정의 바다로 이르게 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도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SK그룹 하면 장학퀴즈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색깔 있는 사회공헌 활동을 해왔다”면서 “금융권도 특색을 갖춘 브랜드 있는 사회공헌 활동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SK 관계자는 “정부, 기업, 지자체, 시민단체 등 경제 주체들이 서로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영속성을 가질 수 있는 CSR 모델이 바로 사회적 기업”이라면서 “SK그룹은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 기업을 설립, 지원, 육성해 사회적 문제를 진정성 있게 해결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SK는 사회적 기업이 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을 넘어 더 큰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비즈니스 역량을 제고하고, 대중의 폭넓은 참여 기반이 필요하다는 인식하에 2010년 1월, SK는 행복나눔재단 내 신헌철 SK에너지 부회장(현 고문)을 단장으로 하는 사회적기업사업단을 구성하고, 2011년까지 500억원을 조성하여 사회적 기업 지원에 앞장서고 있다.

우선 SK는 사회적 기업을 보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2009년 11월 사회적 기업 지원 전문 웹사이트 ‘세상’(www.se-sang.com)’을 오픈했다. ‘세상’은 개방과 참여를 원칙으로 사회적 기업가들과 사회적 기업에 관심 있는 일반인뿐만 아니라, 정부, 연구기관, 사회적 기업, NGO 등 다양한 기관의 전문 역량을 결집하기 위해 마련된 협력 네트워크이다.

‘세상’은 노동부, 사회적기업연구원, 사회적 기업 지원네트워크(세스넷), 사회적 기업 전문 컨설팅 그룹 SCG(Social Consulting Group) 등과 협약을 맺고 협력하고 있다.

“자립까지 도와준다” 아름다운 공익 날개
SK프로보노 봉사단 운영도 주목할 만하다. SK는 사회적 기업가를 육성하는 한편 사회적 기업의 역량을 강화하고 경영을 지원하기 위해 프로보노 자원봉사와 온·오프라인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2008년 11월부터 사회적 기업에 대한 자원봉사를 시범적으로 운영해 온 SK는 기존 ‘사회적 기업 컨설팅 봉사단’을 더욱 발전시켜 2009년 9월 대기업으로서는 처음으로 SK프로보노 자원봉사단을 발족했다.

프로보노는 ‘공익을 위하여’(Pro Bono Publico)’라는 라틴어 문구의 약어. ‘SK프로보노’란 일반적인 자원봉사단과 달리 전문적인 지식이나 기술 및 자격을 갖추고 있는 SK구성원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사회적 기업과 단체를 지원하는 전문봉사단이다. 2011년에는 업무영역별로 전문성을 갖춘 17개 관계사 임직원 280여명이 참여해 80개 기업 및 단체를 지원하고 있다.

사회적 기업 경영지원 사업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운영비 지원 등의 단순한 투자로는 사회적 기업의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극대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러한 이유로 SK는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R&C(Resource & Capability)를 사회적 기업의 경영 역량을 제고하는 데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SK는 ‘사회적 기업가 아카데미’를 국내 최초로 열었다.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시행된 사회적 기업가 아카데미는 사회적 기업가를 전문적으로 육성시키는 프로그램으로, 해당 기간 동안 168명의 수료생을 배출했다. 2008년에는 외식부문의 사회적 기업가 아카데미를 별도로 신설하여 2010년 까지 행복나눔재단에서 운영한 바 있다.

사회적 기업가 아카데미 외에 SK는 ‘사회적 기업가 날개 달아주기’ 프로그램도 2009년 까지 운영하였다. 이 프로그램은 사회적 기업과 관련된 주제를 선정해 심도 깊은 대안을 마련하는 ‘사회적 기업 열린포럼’과 해외의 사회적 기업을 탐방하는 ‘해외연수 지원사업’으로 나뉜다. 2007년부터 시작된 사회적 기업 열린포럼은 매회 참석 인원이 100여명 정도로 총 12차례 개최했다.

해외연수 지원사업은 2008년부터 시행됐으며 단기연수, 장기연수, 기획연수 등으로 구분해 진행되었다. 이외에도 SK는 사회적 기업 설립, 지원을 통해 지난 2005년부터 2010년까지 6천여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SK가 직접 설립한 사회적 기업은 행복한 학교 3곳 등 모두 7개이며, SK가 지원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은 행복도시락 29곳 등 모두 62개다. 결국 SK가 설립 및 지원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은 모두 69개에 달한다.

SK는 사회적 기업이 기존의 영세성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한 경영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기업가 정신에 입각한 경영능력 제고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자체적으로 보유한 경영 노하우 등 전문 역량을 활용하고 있다. 그 결과 SK가 설립 및 지원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의 경영 능력이 제고되어 69개 사회적 기업 중 36곳이 노동부로부터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는 성과를 얻었다.

현재 노동부 인증 사회적 기업은 행복을 나누는 도시락 22곳, 아가야 9곳을 비롯하여 메자닌아이팩, 메자닌에코원, 실버극장 등이 있다. 또한 고마운손은 보건복지가족부의 사업 공모에서 선정된 사회공헌 기업이며, 카페티모르 2곳 중 1곳은 이미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았다.

또한, 2010년 1월 SK는 서울시, 여성인력 NGO와 협력하여 행복한학교 재단을 설립하고 방과후 프로그램 내실화를 기한 공교육 질적제고와 경력단절 여성 일자리 창출을 위한 ‘행복한학교’ 프로그램을 론칭했다.

SK의 철학 “기업행복은 사회행복서 나온다”

행복한 학교 = 행복한 학교재단은 방과후학교 위탁사업을 운영하는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 SK의 재원과 경영 노하우, 지방자치단체, 교육청의 재원 및 행정 지원 역량이 결합되어 설립된 다자간 협력모델이다.

행복한학교재단은 ‘방과후학교’ 위탁운영사업을 통해 첫째, 공교육 기능 보완, 둘째, 교육격차 해소, 셋째, 사교육비 부담 완화, 넷째, 방과 후 강사 일자리 창출 및 고용 안정, 다섯째, 돌봄교실운영 등을 통한 보육기능 강화에 기여를 통한 사회적 가치 창출을 사업 목표로 삼고 있다. 서울, 대구, 부산 3개 지역의 행복한학교재단은 2011년 6월 기준 총 41개교에서 8600명의 수강생을 대상으로 행복한학교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317명의 강사를 채용하여 신규 일자리를 창조하고 있다.

행복한 도서관 = 행복한도서관재단은 도서관 분야 최초의 사회적 기업으로 도서관 활성화를 통해 국민독서 진흥에 이바지하고 책 읽는 문화를 확산시켜 창의적 인재 양성의 기반 마련에 기여하고자 하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참여 주체로는 도서관 활성화를 위해 문화부는 순회사서 지원사업을, 경기도는 독서진흥 사업으로 도서관 운영비와 도서구입비 지원 및 책나눔운동 사업을, SK는 경영지원 및 15억원을 출연했다.

주요 사업으로 행복한도서관재단은 건축법에 의해 설치만 되고 운영되지 못하는 아파트도서관의 활성화와 도서기부 문화 확대를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다. 2011년에는 군포시, 용인시, 의정부시 등의 37개 아파트도서관 활성화 지원과 책나눔운동을 통해 7만권의 도서를 기증 받아 70개 소외지역 단체에 도서 기증을 목표로 하고 있다.

행복한 뉴라이프 재단 설립 = 행복한 뉴라이프 재단은 ‘범죄’라는 사회적 문제에 주목했다. 사회가 고도화될수록 범죄의 원인 또한 복잡하고 다양해지지만, 한 번의 범죄가 생활고로 이어지고, 다시 재범으로 이어지고 점차 흉포화 되는 악순환이 전체 범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행복한 뉴라이프는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것을 ‘범죄’라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적 기업을 목표로 한다. 행복한 뉴라이프라는 명칭에는 SK의 사회적 기업 아이덴티티인 ‘행복’에 기존 ‘갱생(更生) 사업’이 가지고 있는 어두운 이미지를 벗고, 밝고 희망찬 내일을 의미하는 뉴 라이프(New Life)를 더한 의미를 담고 있으며, 법무부와 SK가 함께 뜻을 모아 설립했다.

행복한 뉴라이프는 기존 출소자들의 기술 교육이 실제 취업이나 창업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한계를 뛰어넘고자, 전문인력에 대한 요구가 높은 바리스타, 제과, 세탁기술 교육 및 실제 사업장 운영을 통한 실무경험을 축적할 수 있도록 했으며, 시장의 전문가를 영입하여 커피전문점, 세탁공장 등의 사업장 운영에서 얻어지는 수익금으로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행복을 나누는 도시락 =‘행복을 나누는 도시락’은 결식아동과 저소득층 노인에게 무료로 급식을 제공하는 한편, 실업 해소를 위해 취약계층 중에서 조리원과 배달원을 고용하고 있다. 행복도시락 사업은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열린 ‘2007년 하버드 아시아 비즈니스 컨퍼런스’에서 우수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다. 또한 대통령 주재 사회서비스 창출 성과보고회에서 사회적 일자리 창출의 모범사례로 평가 받는 등 국내·외에서 크게 인정받았다.

한상오 기자 hanso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