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나이 들어가는 친구들끼리 만나 요란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활발히 놀러 다닐 수 있는 기간은 나이 70되기까지 남은 불과 10여년.

그 동안 활기차게 놀러 다니고, 살자는게 주제였습니다.

언론에서 본 실버 특집을 얘기하다가 진지해졌는데, 내용은 대충 이러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70대가 되면 건강 악화를 만나는데,

그때 그걸 피하려다 보니 건강이 인생의 전부가 된다는 요지였지요.

그러려니 70대의 일상이 온통 건강 염려하고, 챙기는 일로 채워질 터.

감히 놀러 다닐 처지가 될 수 없다는 말에 다들 고개를 주억거렸지요.

‘70대는 건강이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하고 살아야 한다’는 표현이

저 아프리카에서 하루 열심히 일해야,

그날 먹을게 생기는 것 같이

끔찍하게도 생각되었습니다.

 

그러고 집에 돌아와, 밤 뉴스를 보다 움찔했습니다.

음유시인이라 불리던 가수 조동진의 부음 소식을 전하고 있었습니다.

젊은 시절 많은 위로를 주었던 그 역시,

우리네 삶처럼 사라진 것이 아니라 잊힌 것이리라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70세인 그가 지금 사라졌다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늦은 밤, 아파트를 돌았습니다.

비가 그치자 기온이 뚝 떨어졌습니다.

"여름은 벌써 가버렸나 / 거리엔 어느새 서늘한 바람 /

계절은 이렇게 쉽게 오가는데 / 우린 또 얼마나 어렵게 사랑해야 하는지.."

‘나뭇잎 사이로’라는 그의 노래가 생각났습니다.

비가 그친 밤인데, 머리로 빗물이 떨어졌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주변 키 큰 가로수의 나뭇잎 물기가

바람에 실려 온 듯했습니다.

이렇듯 그로부터 많은 세례를 받았던 젊은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의 음악을 좋아하기 시작할 때 들었던 말입니다.

‘음악이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세상을 살아갈 힘을 줄 수는 있다’

맞겠지요?

 

‘아쉬워 말아요. 지나간 바람을.. 밀려오는 저 바람은 모두가 하나인데..‘

‘다시 부르는 노래’로 그가 여전히 위로를 전합니다.

그는 사라졌지만,

앞으로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필자는 삼성과 한솔에서 홍보 업무를 했으며, 현재는 기업의 자문역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중년의 일원으로 일상에서 느끼는 따뜻함을 담담한 문장에 실어서, 주1회씩 '오화통' 제하로 지인들과 통신하여 왔습니다. '오화통'은 '화요일에 보내는 통신/오! 화통한 삶이여!'라는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합니다.

필자는 SNS시대에 걸맞는 짧은 글로, 중장년이 공감할 수 있는 여운이 있는 글을 써나가겠다고 칼럼 연재의 포부를 밝혔습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이코노믹 리뷰> 칼럼 코너는 경제인들의 수필도 적극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