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산업이 친환경 미래차 개발이라는 전환시대의 한 가운데 서있다. 국내 자동차업계는 내수와 해외시장 불안 등으로 실적 악화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또 다시 어려운 시절을 보내고 있다.  

현실은 쉽지 않지만 전문가들은 자동차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운송 수단의 동력이 바뀔 수 있어도 멈춘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미래를 준비하는 변화타이밍은 자동차 업계의 흥망을 결정지을 수 있는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업계는 이런 산업 패러다임 전환시대에 맞춰 카셰어링을 통한 새로운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카셰어링 서비스는 자율주행기능까지 첨단장치의 시험무대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로 있기도 하다.   차량 공유 개념인 카셰어링 서비스는 이제 차량이 콘텐츠를 소비하는 공간으로써 역할까지 필요로 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먹거리가 변화하고 있다는 상징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도시 거주자들의 경우 대중교통 이용이 증가해 카셰어링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즉 차량 운행횟수가 줄어들면서 자가 차량 유지비 부담을 덜기 위한 대체제로 카셰어링서비스 이용객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2월 서울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승용차 소유자의 50.1%는 주중 운행횟수가 2회 이하, 20.5%는 주중 및 주말에도 거의 운행을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승용차를 소유·유지비용은 연간 78만원으로 추정됐다. 이중 24만8000원은 승용차를 운행하지 않아도 기본적으로 지출하는 금액(보험료, 세금, 감가상각 등)이다. 차를 구입하는 비용까지 감안하면 소비자의 부담은 더욱 높아진다.

이는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LG경제연구원은 미래 자동차 산업의 변화를 전망한 ‘무인 자동차의 혁명’ 제목의 보고서를 인용, 자동차는 하루 중 약 4% 시간 동안만 운행되고 나머지 시간 동안은 주차돼 있을 만큼 낭비되는 시간이 많다고 전했다. 경제적 관점으로 보면 자동차를 소유한다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반면,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더라도 언제, 어디서나 사용자가 필요할 때 사용 가능한 온디맨드(On-demand) 서비스는 매우 빠르게 확대 중이다. 집카(Zipcar), 쏘카(Socar), 우버(Uber), 리프트(Lyft)와 같은 카셰어링 서비스는 그간 큰 제약 중 하나였던 시간적, 지리적 측면의 서비스 가용성을 빠르게 높여 급성장 중이다.

이는 서비스 이용자들의 경제적 부담이 서비스 제공자들에게 이동하는 형태지만 서비스 제공자들은 서비스 이용자들이 늘어날수록 그 부담을 다시 상쇄할 수 있다. 이러한 관계가 유지될수록 자동차는 소유의 대상에서 소비의 대상으로 바뀌게 된다.

이러한 자동차 ‘소비’ 트렌드가 가속화될 경우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 주체들은 완성차업체와 자동차 부품업체들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공유되는 차량 1대는 소유되는 차량 13대를 대체할 것으로 전망했다. 단편적으로 생각해보면 일반 소비자의 자동차 수요가 13분의 1로 줄어든다는 뜻이다.

▲ 전세계 자동차 판매 추이 [출처:이베스트투자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따르면 전세계 월별 자동차 판매대수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년동월대비 감소추세에 있다. 세계 자동차 판매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 시장에서의 수요 감소가 원인이기도 하지만 시기적으로 보면 인도, 중국, 유럽 등지에서 판매대수 감소가 이러한 추세를 더욱 가속화시켰다.

반면, 이 기간동안 카셰어링을 이용하는 사용자들은 꾸준히 늘었다. 이에 오는 2020년까지 이용자수는 연평균 32% 증가해 2500만명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 2000년 이후 2014년까지 전세계 자동차 판매수는 증가세를 보였다. 그러나 최근 2년간 전세계 자동차 판매대수는 월평균 약 700만대에 미치지 못하며 연평균 8000만대 수준이며 그 추이도 둔화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2010년부터 30세이하 젊은층의 자동차 수요는 점차 감소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카셰어링 이용자수 증가가 자동차 판매 수요를 감소시켰다고 볼 수 있을까. 정확하게 말하면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다. 단편적으로 보면 앞서 언급한 것처럼 공유되는 차량 1대는 소유되는 차량 13대를 대체한다.

그러나 카셰어링은 기존 금전적 문제 등으로 자동차를 소유할 수 없었던 사람들까지 가세하게 된다. 즉, 공유돼야 하는 차량의 숫자가 증가하는 것이다.

자동차 업체의 한 관계자는 “카셰어링의 가장 큰 장점은 소유대비 가격부담이 적다는 것”이라며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았던 사람이 카셰어링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면서 전체 자동차 수요는 극단적으로 감소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카셰어링은 여러 사람이 이용하는 만큼 차량 관리 문제 차원에서 차량 교체 주기가 짧아질 가능성이 있다. 이 과정에서 부품 등의 수요가 증가가 이뤄질 수 있지만 전체 자동차 운행 대수가 급격히 늘어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자동차 부품업체의 전망을 긍정적으로도 볼 수 없다. 아울러 전기차, 자율주행차 비중이 확대될 경우 일반 내연기관의 부품 수요는 줄어든다.

최근 완성차 업체들은 카셰어링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독일의 BMW와 다임러는 차량 공유 서비스 합병을 추진하고 나섰으며 일본의 도요타, 우리나라 현대·기아차도 연내 카셰어링 서비스를 정착시킬 계획이다.

이에 대해 여러 가지 해석이 있지만 차량을 구매하는 소비자 입장에서 볼 때, 최종 판매자는 완성차 업체가 아닌 바로 카셰어링 업체다. 비록 ‘소유’가 아닌 ‘소비’의 입장이지만 이는 완성차업체가 자동차 서비스를 위한 하나의 협력사로 변모하는 구조다. 이는 카셰어링 업체가 완성차 업체 위에 군림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완성차 업체가 카셰어링 사업에 뛰어든다면 판매 채널이 늘어나는 격이다.

자동차 산업, 돈은 어디서 오는가

카셰어링 산업이 자동차업계에 직격탄을 날리지 않더라도 자동차 산업의 공급체인에 있어서 상당 부분 변화가 올 것이라는 데 큰 이견은 없다.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는 대표적인 사례는 일본 닛산 자동차가 지난해 11월 계열사 최대 부품 제조업체인 칼소닉칸세이를 미국 투자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에 매각한 것이다. 칼소닉칸세이는 열 교환기, 머플러, 차량 에어컨 등을 생산하는 부품사다.

이에 대해 삼정KPMG는 “칼소닉칸세이는 지난 2015년 닛산이 북미시장에서 선전하면서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21% 이상 급증해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할 정도로 계열 내 알짜회사”라며 “매각 이유는 닛산의 차세대 차량 기술에 대한 선제적 투자가 필요하다는 경영전략의 일환”이라고 평가했다.

이미 닛산은 무인차의 핵심인 인공지능(AI) 관련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조인트벤처와 연구개발 투자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구글, 애플 등 글로벌 IT기업들이 이 시장에 진입하면서 자동차 산업은 동종업계는 물론 이종업계로부터도 위협을 받고 있다.

▲ 출처:삼정KPMG

이를 인식한 듯 2012~2016년 글로벌 자동차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자동차업종의 동종산업간 M&A보다 이종산업간 M&A가 더욱 뚜렷하게 진행되고 있다.

닛산의 계열 부품사 매각과 자동차산업내 이종업종간 M&A의 핵심은 자동차산업의 ‘수직계열화’가 무너진다는 것이다. 수직계열화의 붕괴는 4차산업혁명의 주요 키워드(분권화, 수평화 등) 중 하나로 자동차산업뿐만 아니라 금융시장에서도 핀테크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 중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플랫폼산업 측면에서 보면 카셰어링 산업은 많은 공급자와 수요자가 있을수록 유리하다. 즉 수직계열화보다는 수평화를 통해 다양한 공급처 확보가 중요한 셈이다.

▲ 출처:딜로이트

그러나 이보다 중요한 것은 카셰어링은 소비자가 소유를 하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의 특정 니즈가 카셰어링 업체에 데이터로 축적된다는 것으로 차량의 커넥티비티의 발전을 가속화한다. 커넥티드카(Conneted Car)가 과거 이동수단으로만 사용됐던 자동차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폐쇄형에서 개방형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현재도 휴대폰과 블루투스 연결, 네비게이션, 주차보조기능 등이 자동차에 탑재되고 있으며 향후에는 자동차가 달리는 고성능 컴퓨터로 변모할 전망이다.

이동중에도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은 자동차업계의 새로운 먹거리이자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글로벌 주요 자동차업체들은 더 이상 자동차 ‘제조’에 집중하지 않고 있다. 소비자와 마찬가지로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확대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