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노연주 기자

처음 있는 일이다. 무려 6승 0패다. 이 기세로 남은 4판도 전부 이긴다면? 심해 탈출도 헛된 꿈은 아니겠지. 문제는 정신력이었다. 혼자 흥분해 ‘삽질’만 했다. 결국 패배, 또 패배, 다시 패배. 마지막 경기를 겨우 이겨 최종 7승 3패로 배치고사를 마무리했다.

오버워치 이야기다. 최근 새로운 시즌(6시즌)을 시작했다. 언제나처럼 새 시즌을 시작할 때 배치고사를 치른다. 10게임으로 내 실력을 평가받는 절차다. 만년 심해로선 사실 7승 3패도 감지덕지다. 처음엔 실망했지만 이내 만족했다. ‘최선이었다.’

이번 배치고사를 새로운 게이밍기어와 함께했다. 만족스런 결과를 이끈 장비 하나하나를 소개할 생각이다. 일단 키보드부터. 로지텍 G413 기계식 키보드를 사용했다. 참고로 난 장비발을 믿지 않는다. 내 실력은 더 못 믿는다.

 

"게이밍 키보드 맞아요?"

‘게이밍 키보드 맞아?’ 첫인상은 그랬다. 좋게 말하면 심플한, 나쁘게는 평범한 풀사이즈 키보드. 과장스런 생김새에다가 레인보우 LED 라이트를 뿜어내는 제품들 앞에서 주눅들 것만 같다. 친구들과 논쟁할지도 모른다. “게이밍 키보드 맞다고!” “에이, 거짓말.”

자세히 살펴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일단 컬러가 무난하면서도 독특하다. 컬러에 따라 2가지 모델이 있다. 하나는 실버 상판, 블랙 키캡, 화이트 LED 라이트 조합이다. 다른 하나는 카본 상판, 블랙 키캡, 레드 LED 라이트 조합이고. 두 모델이 생긴 건 같은데 완전 다른 느낌이다.

▲ 사진=노연주 기자

여기서 잠깐. G413은 백라이트가 모노톤이다. 밝기만 조절 가능하다. 1680만색 RGB 풀컬러 라이트가 대세이니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대개 고급 게이밍기어가 RGB 라이트를 지원하니 G413이 보급형 키보드라고 의심할 수도 있다.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화려한 꽃무늬 셔츠만이 패션의 만사는 아니지 않나. 때로는 미니멀 패션이 훨씬 강렬하고 매력 넘칠 수 있다. G413은 무지개 빛깔 키보드들 속에서 오히려 돋보인다. 무난함 속의 차별화다.

조명이 커세어 제품 정도로 풍성하고 쨍한 느낌은 아니다. 대신 키캡 아래 쪽으로 빛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처리해 깔끔하다. 다른 키보드에선 찾아보기 힘든 디테일이다. 심플함에 심플함이 더해진다.

▲ 사진=노연주 기자

 

쫀득한 키감, 튼튼한 스위치

기계마다 핵심 부품이란 게 있다. 마우스의 핵심이 센서라면, 기계식 키보드는 스위치다. 키보드 브랜드가 직접 스위치를 제작하는 경우는 드물다. 스위치는 카일, 오테뮤, 체리 등 몇몇 브랜드가 있다. 그중에 독일 체리의 스위치가 게이머들 사이에서 가장 인정받는다. 체리 스위치를 탑재한 키보드는 대개 10만원이 넘는다.

G413은 로지텍이 직접 개발한 로머G 스위치를 탑재했다. 쫀득한 키감에다가 내구성까지 뛰어난 스위치다. 타건감이 독특하다. 작동 압력이 45g으로 가벼워 경쾌하며 조용한 사무실에서 써도 좋을 정숙한 소리를 낸다. 절제된 소리로, 삐걱대면서 타닥타닥 시끄러운 소음을 내는 제품들과는 품격이 다르다.

반응 속도도 빨라 게이밍 키보드의 면모를 갖췄다. 표준 기계식 키보드 대비 25% 빠르다. 한끗 차이로 승패가 갈리는 게임세계에서 유리한 조건이다. 내구성은 7000만번 타이핑에 견디는 수준이다. 5000만번인 체리 MX 스위치에 앞선다. 요약하자면 로머G는 체리와 비교해도 꿀리지 않는 스위치다.

▲ 사진=노연주 기자

 

항공기 소재 디테일

디테일도 살아있다. 상판 소재는 항공기에 사용되는 5052 알루미늄과 마그네슘 합금인데 질감이 우아하다. 실제로 견고하기도 하고. 여기에 사용해도 번들거리지 않는 무광 블랙 키캡이 조화를 이룬다.

게이밍 키보드로서 기본기를 갖추고 있다. 26키 롤오버, 안티고스팅, 윈도우 키 잠금 기능 등은 기본이다. 로지텍 게이밍 소프트웨어(LGS)로 매크로 설정도 가능하다. 높이 조절 다리에 고무 패드가 달려있어 키보드가 책상에 단단하게 뿌리내린 느낌이다. 덕분에 격한 게이밍에도 안정적이다.

‘Fn’ 키를 활용해 별도 프로그램 연결 없이 백라이트 설정이나 게임 모드 전환을 할 수도 있다. 재생, 정지, 볼륨 조절과 같은 미디어 컨트롤 기능도 지원한다. 제품에 USB 패스스루 포트가 달려 마우스나 헤드셋 같은 USB 장치를 손쉽게 연결할 수도 있다. 스마트폰도 이 포트를 이용해 충전 가능하고. 패키지엔 게임 전용 키캡과 키캡 리무버가 포함된다. 알차다.

▲ 사진=노연주 기자

 

가성비의 재구성

가격은 10만원에 약간 못 미친다. 인터넷 최저가 기준이다. 로지텍 기계식 키보드 중엔 싼 편이다. 다른 기계식 키보드로 비교 범위를 넓히면 싸다고만 할 순 없다. 국내 브랜드가 3만원대 기계식 키보드도 판매 중이니까. 샤오미 같은 중국 브랜드 제품도 저렴하고.

대개 가격이 저렴하면 가성비(가격대비 성능비)가 뛰어나단 소릴 듣는다. 그런데 단순히 싸다고 해서 ‘가성비 제품’이라고 할 수 없다. 가격대가 높더라도 성능이 탁월하면 가성비가 뛰어날 수 있으니까. 퍼포먼스 대비 합리적인 가격일 때 ‘가성비 제품’이라 부르는 게 적합하다.

그런 의미에서 G413은 ‘가성비 키보드’라 부르기에 적합하다.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 기능, 성능을 갖춘 기본기가 출중한 제품이면서 ‘저평가’라고 규정해도 무방할 정도의 가격대인 까닭이다. 진정한 가성비 키보드가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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