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이 아닌 '천적'을 사용해 해충을 죽이는 방법에 대해 관심이 커지고 있다. 토양잔류 농약 문제로 불거진 살충제 계란 사태이후 대책 마련에 나 선 농축산가에서 새로운 대안으로 천적농법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이미 1995년부터 시작된 '천적 농법'을 사용한 친환경농법에 대해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상세히 보도했다.    

최근 요미우리신문은 일본에서 최근 10년 간 ‘천적 농법’(天敵農法)을 시설 원예 등에 적용하며 친환경적으로 야채를 기르기 연구실적을 보도했다. ‘담배 장님 노린재’(Nesidiocoris Tenuis)나 무당벌레류의 ‘덴토 무시’ 같은 것들이 ‘생물농약’(生物農藥, 친환경농약)으로 각광받고 있다.

일본 국내에서 가지 생산량이 제일 많은 고치현(高知県)에서는 95%의 가지 농가가 천적 농법을 적용하고 있다. 특히 노린재목과의 곤충인 ‘담배 장님 노린재’가 인기다. 담배장님노린재는 몸길이가 3.5mm~4.5mm로 연한 노란색을 띄고 있고 담배, 참깨, 오동나무 등에 기생해서 수액을 빨아먹으며 살아간다.

▲ 담배장님노린재 이미지(출처=게티이미지뱅크)

고치현의 가지 농가들은 6월 하순 경 온실에 참깨를 심은 다음 담배 장님 노린재를 풀어 자연 환경에서 서식하게 한다. 그리고 9월경 가지를 재배하고 있는 온실로 담배장님 노린재들을 옮겨 해충을 제거하게 만든다. 이 ‘생물농약’을 쓰면 일반 화학 농약을 쓸 때보다 손이 덜 갈뿐더러(화학 농약은 1주일에 1번 살포, 곤충 방류는 1번이면 이후 해충이 자동 제거됨) 잔류 농약의 위험이 없다. 또 일부 해충들은 농약 살포 이후 내성(耐性)을 띠기도 한다. ‘천적 농법’을 적용하게 되면 이 문제들이 자동적으로 해결되는 셈이다.

일본 농림수산성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천적 농법을 확산하기 위한 전략을 연구해 왔다. 기존의 화학 농약보다 환경에 주는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특히 담배장님노린재는 가지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고 인체에도 해롭지 않은 곤충이어서 살포 시에도 큰 문제가 없는 편이다.

무당벌레 류의 ‘덴토 무시’는 판매 가능한 ‘생물 농약’으로 보급되고 있는 사례다. 1995년 이래 일본에서는 약 20 종류 이상의 생물 농약이 공식적으로 판매되고 있고, 일부 외래 곤충들도 포함되어 있다. 우리의 농촌진흥청에 해당하는 농연기구(農研機構)는 최근 농가에서 쉽게 관리할 수 있는 ‘날지 않는 덴토무시’를 개발했다. 덴토무시는 진딧물을 죽이는 천적으로 일본 국내에서 10여 년 전부터 유통되었다. 그러나 방사하는 즉시 날아가 버리는 단점이 있었다.

일본 농연기구 서일본 농업 연구 센터(히로시마 소재)의 세코 도모카즈(世古智一) 주임연구원은 비행 능력이 떨어지는 덴토 무시들을 서로 교배시킨 다음 약 4년 간 30 세대에 걸쳐 반복 실험하면서 유전적으로 날지 않는 계통을 만들어 냈다. 2014년에는 생물 농약의 하나로 본격 판매되기 시작했고 2014년에는 3억 8천 만엔(한화 약 40억 원)의 판매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2009년 출원 당시 1500만 엔(한화 1억 7천만원)이었던 수치보다 약 25배 이상의 성장세인 셈이다.

국내에서도 1995년부터 농업과학원이 천적농법 연구를 시작했다. 시설원예 전문 기업이었던 세실(동부한농에 인수됐고 나중에는 동부한농이 LG화학에 인수됨)이 천적 18종을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었다. 기술 수준 또한 네덜란드, 일본 등에 이어 3위 수준이었지만 일반 농약보다 5배 가량 비싸 효율성이 떨어지는 단점은 보완해야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