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 밤 통화를 갖고 한국이 희망하는 수준으로 한미 미사일 지침을 개정하는 데 합의했다. 이에 따라 사거리 800㎞에 500㎏으로 제한된 미사일의 탄두중량이 최대한 확대되는 방향으로 양국 국방당국 간 조율이 이뤄질 전망이다.  최근 발사 시험에 성공한 사거리 800km 탄도미사일에 1t이상의 탄두를 장착한다면 지하 깊숙한 곳에 있는 북한 김정은의 은신처를 파괴할 수 있는 우리군의 능력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文대통령·트럼프, 미사일 지침 ‘한국 희망 수준’ 개정 합의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일 밤 전화통화를 해 지난달 29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시험발사 등 북한의 계속된 도발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9월 뉴욕 유엔총회를 계기로 양자회담을 하기로 합의했다고 박수현 대변인이 2일 서면 브리핑에서 전했다.

40분간 이뤄진 이날 양국 정상 간 통화는 지난달 7일 이후 25일 만이다. 특히 주목을 끄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강력하고 분명한 메시지 전달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미사일 지침은 한국 정부가 희망하는 수준으로 개정하겠다”는 약속을 거듭 확인했다는 점이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지하 벙커와 핵시설을 파괴할 수 있는 사정거리 800㎞ 탄도미사일 탄두 중량을 지금의 500kg보다 최소 2배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최소 1t은 돼야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하시설을 파괴할 수 있는 관통탄두의 중량은 최소 2000파운드 즉 907kg이다.

사거리 800kg,탄두중량 500kg에 묶인 한국

현재 한미미사일 지침은 2012년 개정한 것으로 사거리는 800km, 탄두중량은 500kg으로 제한돼 있다. 지금도 사거리를 줄이면 탄두중량은 1t, 2t으로 늘릴 수 있다. 탄두중량이 두 배로 늘어나면 파괴력은 네 배로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탄두중량으로는 비행장 활주로를 파괴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화강암반 지하 수십 m 깊이의 표적을 완벽하게 타격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월 29일 북한이 ICBM급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강행하자 문 대통령은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과 관련한 실무 협상을 개시하라고 지시했고 미국이 동의해 실무적 절차가 시작됐다. 송영무 국방장관은 최근 국회에 출석, “협상 실무자들에게 한도를 정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군 당국은 탄두중량과 사거리를 늘린 미사일의 설계가 이미 끝나 미사일 지침만 개정되면 2년 안에 전력화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에 비하면 새발의 피 수준 탄도미사일 사거리

앞서 군 당국은 지난 6월23일 문재인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국방과학연구소(ADD) 종합시험장에서 거리 800㎞의 현무계열 탄도미사일 발사시험에 성공했다.

그럼에도 북한이 보유한 다량의 탄도미사일 사거리에는 턱없이 미치지 못한다. 북한이 지난달 29일 평양시 순안 일대에서 발사해 일본 홋카이도 상공을 지내 태평양 해상에 떨어진 화성-12 미사일의 비행거리는 약 2700km였다. 이 미사일의 사거리는 4500~500km로 추정되는 등 북한은 수천km 미사일을 다종다양하게 보유하고 있다.

반면 우리군이 실전에 배치한 탄도미사일은 사거리 300㎞ 이상의 ‘현무2A’와 500㎞ 이상의 ‘현무2B’ 등 2종으로, 모두 단거리 미사일에 불과하다. 사거리 800㎞의 탄도미사일 ‘현무2C’(가칭)조차 북한의 탄도미사일 사거리에 비하면 새발의 피 수준이다.

우리군은 현무2C를 연내 실전배치한다는 목표를 세워 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미사일을 경북 포항에 배치해도 북한 전역이 사정권에 들어오기 때문에 이것도 감지덕지다. 제주에서 쏜다면 신의주까지 날아간다. 포항을 포함한 중부 이남 지역은 북한 탄도미사일 사정권에는 들어가지만, 장사정포 사정권 밖이다. 사거리가 200㎞인 북한의 최신 300㎜ 방사포도 미치지 못한다. 현무2C를 후방에 배치하면 유사시 북한 장사정포의 사정권 밖에서 북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여기에 탄두중량이 1t이상으로 증가한다면 나름의 대북 억지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정부와 군 당국의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