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네시스 G70 티저 이미지 출처=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현대차그룹 안에 있는 한 식구다. 그러나 두 기업은 협력만을 하지 않고 때론 경쟁한다.

대표적인 협력으로는 현대차의 ‘코나’와 기아차의 ‘스토닉’이다. 두 차량은 소형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이라는 같은 세그먼트에 속하지만 코나는 성능을 중심으로 한 프리미엄을 지향하고 스토닉은 성능보다는 가성비 중심의 경제성을 지향하면서 대상 고객 저변을 확대했다.  

반면, ‘아반떼’와 ‘K3’, ‘소나타’와 ‘K5’, ‘그랜저’와 ‘K7’은 같은 세그먼트 내에서 같은 고객들을 대상으로 경쟁하는 양사의 대표 주자들이다.

최근 기아차가 ‘스포츠카 대중화’를 선포하며 선보인 스팅어는 기아차의 모든 기술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동급 수준의 수입차와 비교해 가격도 2분의 1 혹은 3분의 1수준밖에 되지 않아 말 그대로 스포츠카의 대중화를 이끌기에 충분하다.

그간 현대차와 기아차의 차량들은 수입차 대비 저렴한 가격, 보험료, 서비스 등이 장점으로 꼽혔다. 그동안  성능에 대한 얘기는 잠시 뒷전으로 밀렸다.

그러나 스팅어를 통해 성능을 강조하려는 기아차의 모습에서 한국 자동차기업도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존재한다. 이러한 상황을 현대차도 방관하지는 않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제네시스 스포츠세단 ‘G70’을 통해 ‘같은’ 시장을 공략한다.

G70·스팅어, 무엇이 다를까

G70과 스팅어는 ‘스포츠세단’이라는 이름아래 후륜구동 세단을 플랫폼 기초로 제작했다. 후륜구동은 말 그대로 차량을 움직이는 동력이 뒷바퀴에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현대차와 기아차의 세단은 전륜 구동이 주를 이룬다.

그러나 스포츠 세단의 특성상 후륜구동이 필요하다. 퍼포먼스의 중점을 두고 있는 스포츠 세단의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은 차량 전체의 밸런스다. 전륜구동은 차량 앞에 위치한 엔진에서 앞바퀴로 동력을 전달하기 때문에 별도의 구동축이 필요하지 않다. 따라서 가볍고, 뒤쪽으로 동력을 전달하는 샤프트 등의 부품이 필요하지 않아 차량 내부 공간을 넓게 제작할 수 있다.

전륜구동은 무게 중심이 앞으로 쏠리고 앞바퀴가 조향과 동력을 동시에 담당하기 때문에 코너에서 불리하다.

반면, 후륜구동은 엔진으로부터 뒷바퀴로 동력을 전달하는 만큼 구동축이 뒤쪽에 위치해 무게 배분이 잘 이뤄진다. 또 조향은 앞바퀴가, 동력은 뒷바퀴가 담당하기 때문에 퍼포먼스가 강해진다. 하지만 후륜구동은 전륜구동과 반대로 내부 공간이 좁아질 수밖에 없고 엔진과 밸런스를 이뤄야 하는 만큼 구동축도 무거워 전륜구동대비 연비가 낮아진다.

G70과 스팅어가 후륜구동이라는 점은 두 자동차의 지향점이 퍼포먼스에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러나 퍼포먼스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강력한 것이 G70이다. 경쟁차종이 BMW3시리즈, 아우디 A4, 벤츠 C클래스인만큼 차체 자체가 작고 달리는 능력에 집중한다.

반면, 스팅어는 GT(그란투리스모)라는 단어에서도 느낄 수 있을 만큼 ‘장거리를 빠르고 편안하게’ 이동한다는 목적을 갖고 있다. 즉, 스팅어는 정통 스포츠카는 부담스럽고 일반 세단의 퍼포먼스가 다소 지루한 사람에게 안성맞춤이다.

정확히 말하면 G70과 스팅어는 ‘같은’ 시장을 공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G70, 현대차의 역사를 바꿀 것인가

현대자동차는 지난 1일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현대 모터스튜디오에서 G70의 미디어 프리뷰를 개최했다. G70은 제네시스 브랜드 세단 중 가장 다이나믹한 차량으로 ‘럭셔리 스포츠세단’이다.

G70의 외관이 기존 제네시스 브랜드 차종과 차별화되는 가장 큰 특징은 옆라인이 뒤쪽에서도 직선의 형태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EQ900의 옆라인이 뒤쪽으로 갈수록 하락 곡선을 그리는 것과 달리 역동성을 표현하기 위함이다.

▲ 제네시스 G70 컨셉 모델. 출처=현대자동차

G70의 제로백은 4.7초로 스팅어의 4.9초 대비 0.2초 빠르며 최대 시속은 270km로 스팅어와 동일하다. G70 역시 스팅어와 마찬가지로 브렘보 디스크 브레이크를 장착했으며 대용량 브레이크 부스터와 브레이크 디스크 냉각 구조로 동력 성능에 걸맞은 제동 성능을 자랑한다. 빠른 만큼 안전성 역시 중요하기 때문이다.

G70은 환형구조 차체 설계와 차체 주요 부위 듀얼 멤버형 보강구조로 차체 강성을 대폭 강화하고, 서브프레임 결합부분의 연결부위를 강화함으로써 구동계 강성을 극대화했으며, 엔진룸 내부에는 마름모 형상의 스트럿바를 탑재해 엔진룸 강성을 크게 높였다.

또한 ▲차체 측면부에 핫스탬핑 공법 적용 ▲차체 구조간 결합력 강화를 위한 구조용 접착제 범위 확대 ▲비틀림 강성 최대 확보 등으로 높은 골격 강성을 달성했다.

제네시스 G70는 동급 최대 수준인 9에어백(앞좌석 어드밴스드, 운전석 무릎, 전·후 사이드 및 전복 대응 커튼)이 전 모델에 기본 탑재됐다.

제네시스 G70는 탑승자뿐만 아니라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차량과 보행자간 충돌 시 차량의 후드를 자동으로 상승시켜 보행자에 가해지는 충격을 최소화하는 액티브 후드를 기본 적용했다.

뿐만 아니라 ▲고속도로 주행보조(HDA) ▲후측방 충돌 경고(BCW) ▲운전자 주의 경고(DAW) 등 첨단 주행지원 기술(ADAS)이 대거 포함된 ‘제네시스 액티브 세이프티 컨트롤’을 통해 획기적인 수준의 안전성과 주행 편의성을 갖췄다.

G70의 가격은 ▲가솔린 2.0 터보 3750만~4045만원 ▲디젤 2.2 4080만~4375만원 ▲가솔린 3.3 터보 모델 4490만~5230만원 선으로 정하고 오는 15일부터 본격 판매에 돌입할 예정이다.

G70의 가격은 스팅어와 유사한 수준이지만 체급으로는 스팅어 대비 한 단계 아래다. 이는 G70의 경쟁상대가 스팅어가 아님을 말해줌과 동시에 현대차 측이 발표한 것처럼 독일 자동차 3사(벤츠, BMW, 아우디)와 경쟁하겠다는 뜻이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 각의 스포츠세단의 지향점을 분명히 하고 성능 중심의 자동차 회사로 변모하려는 모습이다. 그만큼 ‘가성비’라는 수식어를 떼어내고 실력으로 승부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이날 G70을 발표하는 현대차 관계자들의 얼굴은 상기돼 있으면서도 자신감 있는 모습이 역력했다. 긴장과 기대가 공존하는 순간이다. G70과 스팅어의 현대기아차그룹의 미래를 완전히 바꿀 수도, 그렇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