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유튜브

인류 역사상 라디오보다 더 중요한 발명품은 거의 없다.  최근 들어 텔레비전이나 인터넷보다 인기가 줄어 들긴 했지만 라디오가 인간의 삶에 중요한 역할을 한 최초의 전자 제품이라는 것에 이론의 여지가 없다.

영국이 독일에 선전 포고를 했다는 것을 세상이 처음 들은 것도, 오손 웰스가 라디오 드라마 ‘우주 전쟁’(War Of The Worlds) 시리즈로 화성인이 친구를 침략할 수도 있다고 사람들이 믿게 만든 것도, 젊은이들이 로큰롤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빌리 헤일리의 전 세계 히트곡 ‘록 어라운드 더 클락’(Rock Around The Clock)을 처음 들은 것도 라디오였다.

그러나 라디오는 단순한 청각적 매체가 아니었다. 모든 중요한 기술 제품들이 그렇듯이 디자인은 제품 진화에 중요한 요소였다. CNN이 최근 이를 상세히 조명했다. 

20세기의 아이콘 라디오

지난 세월에 걸친 라디오의 모양 변화에서 우리는 20세기 현대 디자인에 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초창기 커다란 마호가니 몸체 모양에서부터 1950년대 촌스런 부시(Bush) 모델, 다시 파나소닉의 휴대용 라디오에서 소니의 소형 카셋트 플레이어, 그리고 오늘날 랩탑이나 전화기의 앱으로 변신하기 까지 변화에 변화를 거듭했다.

▲ 초창기 라디오는 나무 케이스를 주로 사용했다.          출처= Pinterest

뉴욕의 쿠퍼 휴잇(Cooper Hewitt) 박물관에는 디자인과 라디오 사이의 연결을 잘 보여주는 전시품이 진열되어 있다.  ‘라디오의 세계’(The World Of Radio)라는 문패가 걸린 이 전시장에서는, 디자인이 이 일상 용품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그리고 라디오가 인류의 삶에 얼마나 중요했는지를 생생하게 볼 수 있다.

쿠퍼 휴잇 박물관의 신디아 트로프 큐레이터는 이렇게 말한다.

“라디오는 개인의 세계를 넓혀주는 길이 되었습니다. 오락 방송, 뉴스 방송 등을 통해 거의 순간적으로 다른 세계와 연결될 수 있었으니까요.”

처음부터, 라디오의 모양은 라디오가 사람들에게 가져다 주는 정보 만큼이나 중요했다. 방송 시스템이라는 것과는 별개로, 라디오는 가정의 필수품이 되면서 국내 시장에서 그 디자인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갔다고 신디아는 설명했다.

"테이블 위에 올려 놓은 라디오나 그보다 큰 대형 라디오는 인테리어로서의 기능을 하며 가정 환경의 일부가 되었지요.”

시간이 지나면서 재질과 전자 기술의 발달로, 라디오의 모양과 크기는 크게 변했다. 라디오가 처음 나왔을 때, 라디오는 당시 가능한 재질로 만들어졌는데, 당시의 옛날 라디오를 보면 대개 나무 케이스를 사용했다. 그러다가 1930년대에 와서 플라스틱 같은 새로운 재질이 사용됐다. 플라스틱은 나무 재질보다 더 단단했지만 틀로 찍어 낼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라디오에 더 현대적이고 세련된 기술이 적용된 것이다.

▲ 마르코 자누소와 리처드 사이퍼가 디자인한 다양한 밝은 색상의 트랜지스터 라디오 TS502           출처= Pinterest

디자인과 기술의 결합

라디오의 변화는 기술의 발전만 반영하는 게 아니었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당시의 건축 양식과 예술의 유행도 디자인에 반영됐다.  

"1930년대 라디오 디자인은 멋진 고층 건물 모양처럼 만들어졌지요. 일종의 아르 데코(Art Deco, 1920~30년대에 유행한 장식 미술의 한 양식. 기하학적 무늬와 강렬한 색채가 특징임)로, 당시의 건축 양식에서 영감을 얻은 디자인이었습니다. 1964년에는 마르코 자누소와 리처드 사이퍼가 디자인한 다양한 밝은 색상의 트랜지스터 라디오 TS502가 나왔고, 소니의 포켓용 라디오 TR620은 크기를 혁신적으로 줄여, 라디오를 포켓에 넣어 휴대하고 다닐 수 있는 명실 상부한 개인용 기기로 만든 최초의 모델이었습니다.”

▲ 소니의 포켓용 라디오 TR620           출처= 플리커

오늘날 첨단 기술의 기원이라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TR620같은 초기의 휴대용 라디오였다.

"트랜지스터 기술의 발달로 라디오가 소형화될 수 있었습니다. 이 기술이 뒷날 MP3 플레이어, 휴대용 전화기, 그 외 오늘날 우리가 가지고 다니는 모든 작은 기기에 모두 적용됩니다. 결국 라디오 기술의 발달이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 것이지요.”

라디오가 이제 텔레비전, 웹 플레이어, 사운드클라우드 링크 상에서의 일개 아이콘이 되면서, 이 전시장에 전시된 물건들은 고풍스런 멋진 물건이 됐다. 엔터테인먼트가 소리와 우리의 상상력이 결합된 것이었던 시대의 유물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