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칼을 빼들었다. 소문만 무성한  아이폰8을 드디어 1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 지은 애플 신사옥에 위치한 스티브 잡스 극장에서 공개한다고 발표했다. 이미 '우리의 장소에서 만나자'는 공식 초청장을 주요 미디어에 발송했다. 아이폰8과 더불어 애플 신사옥도 동시에 공개되는 셈이다.

이번 애플의 발표는 의미심장하다. 10주년을 맞아 아이폰7S, 아이폰7S 플러스, 아이폰8을 전격 공개하는 가운데 애플 신사옥에서 혁신의 영혼으로 숭배되는 스티브 잡스를 끌어냈기 때문이다. 아이폰으로 스마트폰 혁명을 일으킨 천재의 향수를 10주년이라는 상징성과 연결하겠다는 뜻이다. 강력한 브랜드 가치를 가진 애플만 할 수 있는 '신의 한 수'다.

▲ 애플 초청장. 출처=애플

다소 흔들리는 아이폰, 비상할까?

아이폰은 명실상부 스마트폰 시장의 강자다. 시장 점유율로 보면 다양한 중저가 라인업이 뒤를 받치는 삼성전자에 밀려 2위지만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아이폰을 따라올 경쟁자가 없다. 전 세계에서 스마트폰을 제작하는 기업들이 거둔 이익의 총합이 100이라면, 아이폰은 80을 독식하고 있다.

최근 아이폰의 아성은 심각한 위협을 받고있다. 올해 2분기 기준 애플은 4100만대의 아이폰을 팔았다. 이는 전분기 대비 23%가 준 것으로 전년 동기 대비 출하량이 1% 늘어났음에도 점유율은 0.4% 포인트 떨어졌다.

애플은 시장 점유율 2위를 수성하고 있으나 11.2%에 불과하며, 3위 화웨이는 10.5%를 기록하며 턱밑까지 치고 올라오는 중이다. 비보와 오포라는 다크호스의 기세도 여전히 막강하다.

최근에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2분기 기준 점유율 5위로 떨어져 4위를 기록한 샤오미에도 밀렸다. 올해 2분기 애플의 아이폰 매출은 전체 매출에서 55%로 주저앉았다. 지난 3년간 가장 낮은 비율이다.

물론 이러한 수치는 아이폰이 아닌 애플에게는 고무적이다. 아이폰 매출이 비수기에도  4100만대 출하라는 평년작 수준을 기록했고, 아이폰 의존도 자체가 내려갔음에도 순이익 87억2000만달러의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달성했기 때문이다.

아이폰 매출 의존도가 낮아지며 애플의 서비스 매출이 73억달러를 기록해 사상 최고점을 찍은 대목도 중요하다. 이제 애플에게는 아이폰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심지어 2분기 기준 2615억달러의 막대한 현금까지 보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아이폰 하나만 본다면  역시 위기라는 평가가 중론이다. 당장 미국의 패스트컴퍼니는 지난 7월 아이폰8에 들어갈 무선충전기술과 3D 적외선 얼굴 인식 기능에 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했으며 무선고속충전은 지원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IT매체 '애플인사이더'에 따르면 아이폰8의 무선충전 지원이 15와트가 아닌, 7.5와트일 가능성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또 3D 적외선 얼굴 인식 기능도 일각에서 심각한 소프트웨어 오류가 생겼다는 말이 나온다. '아이폰8이 10주년이라는 수식어를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는 누구도 긍정적인 답을 할 수 없다.

가격도 변수다. 아이폰8 가격이 1000달러를 넘길 수 있다는 말이 나오기 때문이다.  1000달러를 넘기면 판매량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폰8의 저력을 믿는 사람도 많다. 5.8인치 OLED 베젤리스 디자인, 1200만 화소 후면 듀얼 카메라에 전면 700만 화소 카메라, 배터리 2760mAh에 램은 3GB가 유력하다. 아이폰 사상 첫 OLED 디스플레이 제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마케팅 플랫폼 업체 플루언트는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국 성인 소비자 211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아이폰 사용자 79%는 여전히 아이폰8을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 젊은시절의 스티브 잡스. 출처=위키디피아

갤럭시노트8과 LG V30, 그리고 스티브 잡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미 하반기 프리미엄 라인업을 공개했다. 갤럭시노트8의 모바일 AP는 10나노에 이르며 6GB 내장 메모리를 탑재했다. 여기에 6.3인치 인피니티 디스플레이를 차용해 스타일러스 스마트폰과 패블릿 라인업의 기조를 계승했으며 갤럭시 사상 최초로 듀얼 카메라를 지원한다.

S펜은 펜팁 지름이 0.7mm, 지원하는 필압이 4096 단계로 더욱 진화했다.

▲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 출처=삼성전자

프리미엄의 가치에 충실했다는 평가다. 반대급부로 혁신에는 미온적이라는 말이 나온다. 실제로 갤럭시S8은 인피티니 디스플레이, 인공지능 빅스비, 덱스, 극단적인 베젤리스 디자인 등으로 스마트폰의 역사를 새롭게 썼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갤럭시노트8에는 눈길을 사로잡는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갤럭시노트8이 갤럭시S8에서 시작된 극단적 베젤리스, 다양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사용자 경험을 탑재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하반기 상당한 돌풍이 예상되고 있다.

북미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는 LG전자의 LG V30도 막강한 상대다. 스마트폰 최초 F1.6 크리스탈 클리어 렌즈(Crystal Clear Lens)와 120도 저왜곡 광각을 구현한 차세대 듀얼 카메라, 누구나 영화 같은 영상을 찍을 수 있는 ‘시네 비디오(Cine Video)’ 모드를 비롯해 얇고 가벼운 미니멀리즘 디자인의 ‘올레드 풀비전’ 디스플레이로 무장했다. 모바일 AP는 스냅드래곤 835, 배터리는 일체형 3300mAh를 지원한다.

▲ 조준호 LG전자 MC사업본부장. 출처=LG전자

LG V30은 디자인과 기능, 특히 멀티 미디어에 집중해 전선을 좁히면서도 '확실한 단말기'를 구현하는데 승부를 걸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의 NBC는 "LG전자가 이번에 시장의 요구를 정확하게 파악했다"며 "확실한 스펙들을 탑재했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목소리를 확실히 듣고 이해한 흔적이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맞서는 아이폰7 파생 시리즈와 아이폰8은 분명히 어려운 싸움을 거듭할 것으로 예상된다. 갤럭시노트7 발화에 따른 단종으로 절치부심을 거듭해 갤럭시S8로 부활하고, 이후 갤럭시노트8로 싸움을 걸어온 삼성전자와 LG V30을 통해 구글 어시스턴트 탑재, LG페이 완전지원은 물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멀티 미디어로 무장한 LG전자의 공격은 애플에게도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그리고 이 순간 애플은 아이폰 10주년이라는 '타이밍'에 스티브 잡스를 불러냈다. 혁신의 대명사인 스티브 잡스를 아이폰8에 투영시켜 충성 고객층의 '팬심'을 자극하겠다는 의지가 충만하다. 초청장에 적힌 "우리의 장소에서 만나자"라는 글귀가 의미심장한 이유다. 애플은 아이폰8을 공개하며 "스티브 잡스를 기억하는 이들이여, 우리의 추억이 서린 스티브 잡스와 함께 조심스럽게 아이폰8 박스를 풀어보자"라고 말하고 있다.

하반기 프리미엄 스마트폰 전쟁에 갤럭시노트8과 LG V30, 그리고 모두의 추억속에서 걸어 나온 스티브 잡스가 가세했다. 귀추가 주목된다. 모두의 시선이 2일로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