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MS)가 인공지능을 접점으로 만났다. 아마존의 알렉사와 MS의 코타나가 연합 생태계를 조성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두 회사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낸 보도자료에서  파트너쉽을 체결하고 올해 말 목표로 인공지능 알렉사와 코타나를 통합해 알렉사에서는 코타나를, 코타나에서는 알렉사의 기능을 이 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업계는 이를 충격으로 받아들였다. ICT 기업과 제조사의 인공지능 협력은 LG전자와 구글, 아마존의 사례처럼 종종 벌어졌으나 인공지능 핵심 플레이어인 ICT 기업의 협력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모바일에서 초연결 패러다임이 시작되며 자기가 주인이 돼야 하는 인공지능 생태계는 당연한 수순이다. 심지어 아마존의 알렉사는 인공지능 스피커 에코에 담겨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MS는 코타나를 탑재한 인공지능 스피커 인보크를 하만카돈과 공동으로 제작하고 있다.

▲ 아마존 에코. 출처=아마존

당장 생태계를 넓힌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두 회사의 협력은 지난해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프 베저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와 사티아 나텔라 MS CEO가 만나 미래를 위핸 협력을 고민하던 중 알렉사와 에코의 연합전선을 고안했다는 후문이다.

준비는 생각보다 차근차근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MS는 이미 알렉사의 검색 관련 질문에 자사의 ‘Bing(빙) 검색 엔진’을 통해 정보를 제공해 왔다고 밝혔다.

결국 각자의 생태계 통섭현상은 인공지능 경쟁력을 비약적으로 넓히는 결과로 귀결될 전망이다. 알렉사를 통해 MS의 오피스에 접근할 수 있고, 코타나를 통해 아마존의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서로 확보하고 있는 ‘ICT 기술영토’가 크게 겹치지 않기 때문에 그 시너지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 출처=이코노믹리뷰DB

KT경제경영연구소의 디지에코는 두 회사의 협력을 두고 ‘목적에 따른 기능의 향상’이라 평가했다. 알렉사는 쇼핑, 구글 어시스턴트는 검색, 코타나는 오피스 등 개별 지능형 개인 비서가 가지는 강점이 있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 특정 단말을 통해 다수 지능형 개인 비서를 이용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목적에 따라 기능이 뛰어난 지능형 개인 비서를 이용할 수 있다고 봤다.

아마존과 MS도 이 같은 목적으로 협력의 큰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보인다. 당장 알렉사와 코타나의 기능을 통합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마존은 월평균 활성 유저수가 1억4500만명 수준으로 알려진 코타나 이용자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용자 기반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MS도 인공지능 스피커 에코 사용자를 대상으로 코타나를 제공해 외연을 확장할 수 있다.

기본적인 한계는 있을 전망이다. 디지에코는 “알렉사 지원 단말기나 코타나 지원 단말기에서 다른 인공지능 기술력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개별 지능형 개인 비서를 불러서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타 업체의 지능형 개인 비서를 호출한 후 기능을 이용해야 한다”면서  “이용 편리성이 획기적으로 좋아질 것 같지는 않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두 회사의 협력이 연말을 목표로 연합전선을 꾸리는 것에 집중되어 있으나, 이 역시 쉬운 작업은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 사티아 나델라 MS CEO. 출처=픽사베이

아마존과 MS의 공통점, 스마트폰 약체

아마존과 MS가 인공지능 생태계 협력을 통해 각자의 영토를 키우는 상황에서, 단순하게 양적팽창만 노리고 손을 잡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ICT 기업의 생태계 연합이 각자의 독점 플랫폼을 일정정도 포기할 정도로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소위 수지가 맞지 않는다는 뜻이다.

디지에코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보이는 아마존과 MS의 공통된 행보에 집중했다. 아마존은 파이어폰이라는 스마트폰을 자체 제작하고 MS는 윈도폰을 운영체제 중심으로 풀어갔으나 모두 실패했기 때문이다.  단종에까지 이르는 완전한 실패로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아마존과 MS는 자체 강력한 플랫폼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유독 모바일 시대의 아이콘인 스마트폰과 인연이 없었다.  스마트폰 시장은 안드로이드의 구글과 iOS의 애플이 버티고 선 가운데 삼성전자와 화웨이 등 주요 제조사들의 이합집산이 거듭되고 있다.

디지에코는 “아마존은 에코를 출시해 스마트 인공지능 스피커라는 카테고리를 개척했으나, 판매량이 아직까지는 많아야 1500만대 정도로 낮다”면서 “스마트폰 앱을 통해 알렉사를 지원하고 있으나, 이용율이 높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알렉사와 코타나를 통합한 후 구글과 애플의 참여를 유도하는 통합 생태계를 노리는 게  최종목표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아마존과 MS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존재감이 없어  구글의 구글 어시스턴트나 애플의 시리를 통해 알렉사와 코타나를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든다는 구상이다. 이렇게 되면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하는 모바일 생태계에 유독 약한 모습을 보여온 아마존과 MS도 현재의 모바일 세계에 올라탈 수 있다.

“왜 아직도 스마트폰에 집착하는가?”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으나, 미래의 초연결 생태계는 현재의 모바일 생태계 끝에서 시작된다는 것이 중론이다. 사물인터넷 패러다임이 완전히 자리를 잡지 못한 상태에서 다양한 시도가 벌어지고 있으며, 최초 혁신의 발단은 결국 스마트폰 패권이 핵심이다. 아마존과 MS가 강력한 플랫폼을 보유하면서도 스마트폰 패권을 위해 인공지능 연합에 나서는 이유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는 NYT 인터뷰에서 “구글과 애플도 우리의 연합에 영감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업계는 아마존과 MS의 연합전선에 구글과 애플이 선뜻 참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이를 필요로 하는 유인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독점 플랫폼 확보에 나서는 ICT 기업의 기본적인 전략에 배치된다. 디지에코는 “스마트폰이나 스마트 스피커에 상관없이 다수 지능형 개인 비서를 모두 사용할 수 있다면 분명한 장점이 있겠으나, 독자 플랫폼을 통해 시장을 선점하려는 구글이나 애플의 협력을 끌어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디지에코는 “이용자의 지능형 개인 비서 이용 데이터를 공유하고 구글홈이나 애플의 홈팟을 통해 아마존을 통한 쇼핑을 지원한다면 구글이나 애플도 얻는 것이 있을 것”이라면서 “ 구글의 경우 이미 구글홈과 월마트의 연동을 통해 실제 행동에 나섰고, 단말기의 판매와 서비스가 중요한 애플도 자사 단말기 판매 가능성을 낮출 수 있는 연합은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힘의 균형이 깨질 여지도 있다.  아마존의 알렉사는 구글이나 애플과 비교해 단축 버튼형 음성 명령인 알렉사 스킬의 숫자가 상당히 많다. 이런 상황에서 구글과 애플이 연합전선에 합류할 경우 사용자 경험의 스펙트럼이 두터운 알렉사가 구글과 애플의 생태계를 잠식할 우려도 있다. 이렇게 되면 스마트폰 플랫폼의 소프트웨어도 위험할 수 있다.

▲ 자료사진. 출처=픽사베이

차라리 인공지능 스피커 협력?

스마트폰을 매개로 통합 플랫폼을 구성하기 어렵다면 차라리 아마존과 MS의 인공지능 스피커 협력을 강화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4월 기준 미국 내 스마트 스피커 시장에서 아마존 에코의 시장점유율은 70.6%에 육박한다. 이런 상황에서 스마트폰이 아닌 인공지능 스피커를 플랫폼으로 규정한다면 애플과 구글의 관심을 받을 여지가 있다. 자사 스마트 스피커 판매를 확대하기 위해 스마트 스피커에 한해서 지능형 개인 비서를 통합하고 단말 간 연동을 지원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 인공지능 스피커의 소프트웨어 통합은 양날의 칼이다. 아마존 에코가 상당한 시장 점유율을 가진 상태에서 굳이 구글홈과 애플홈팟을 구매할 이유가 사라진다. 그러나 아마존이 이러한 힘의 우위를 계속 과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스마트폰으로의 진입이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가 없기 때문에 나름의 타협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결국 협력의 매개가 어디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전망이다. 디지에코는 “아마존과 MS의 지능형 개인 비서 통합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분명히 좋지만 아직 스마트 인공지능 스피커 시장이 초기 단계인 관계로 시장이 크게 확대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스마트폰 시장의 양대산맥인 애플과 구글이 지능형 개인 비서와 관련해 아마존과 협력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 코타나가 탑재된 하만카돈 인공지능 스피커. 출처=MS

이런 이유에서 두 회사는  차라리 증강현실 안경 개발을 통해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를 준비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된다는 것이 디지에코의 주장이다. 그러나 증강현실 시장에서도 구글과 애플의 존재감이 상당하기 때문에, 일단은 동맹의 행보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