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가전제품 전시회 IFA(Internationale Funkausstellung) 2017이 1일부터 독일 베를린에서 대장정을 시작했다. 전통적으로 전자, ICT 업계에서는 1월 미국에서 열리는 CES(International Consumer Electronics Show)와 2월 유럽에서 개막하는 MWC(Mobile World Congress), 그리고 가을에 열리는 IFA를 3대 박람회라고 부른다.  범위를 가전으로 좁히면 CES와 IFA가 양대산맥이다.  CES는 연 초에 열리는 탓에 기술의 발전이나 현황보다 각 기업들이 모여 '한해농사'를 논의하는 비즈니스 미팅의 성격이 강하다. 새로운 기술과 성과, 그에 따른 비전을 논하는 자리는 IFA에 집중돼  있다.

올해 IFA 2017은 특별한 기술이나 파격적인 실험은 예년보다 다소 제한적으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최근 몇 년간 스마트홈에 집중한 기업들이 인공지능, 초연결 생태계에 관심을 두면서 올해에는 기술의 진화보다 응용과 적용, 나아가 생활밀착형 서비스의 구체적인 청사진을 그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올해 IFA 2017에서 신제품 출시보다 '생활'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우는 한편 유럽시장에 특화된 제품만 공개하는 것은 절대 우연이 아니다.

▲ 삼성전자 옥외광고. 출처=삼성전자
▲ LG전자 옥외광고. 출처=LG전자

연결을 넘어 생활로
삼성전자는 올해 IFA 2017에서도 참가 업체 중 최대 규모인 1만1084㎡(약 3353평) 면적으로 전시와 상담 공간을 마련했다. '삼성타운(Samsung Town)'이라는 이름을 붙인  삼성전자 전시장은 스마트홈, 극장, 갤러리, 체육관, 워터파크 등의 컨셉으로 참관객들과 만난다. 최고의 자리를 지키겠다는 의지다.

혁신기술을 통한 일상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다는 의미의 'Your New Normal'이라는 주제로 유럽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홈존을 통해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 음성인식 기술 등을 기반으로 다양한 초연결 생태계를 자랑한다. 각각의 초연결에 생명을 불어넣는 '피드백의 강점'을 강조한다. 대표적인 아이템이 빅스비와 패밀리허브다. 인공지능 기반의 빅스비와 삼성전자의 대표 스마트가전인 패밀리허브 냉장고를 통해 간단한 음성명령만으로 상황에 따라 집안의 다양한 기기를 제어하는 모습을 시연한다.

▲ 패밀리허브. 출처=삼성전자

물론 패밀리허브는 이미 공개된 제품이다.  초연결 생태계의 중심에서 활동하는 것도 변하지 않았다.  냉장고를 스마트홈의 콘트롤 타워 중 하나로 설정한 게 의미있다는 평가다.

패밀리허브는 식자재를 자동으로 주문할 수 있고 요리법을 디스플레이로 받아보는 등 주방에서 다양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기술을 제공한다.   TV와 에어컨, 스마트폰과 연동해 초연결 인프라를 확장시키는 작업도 지원된다. 삼성전자는 2020년까지 자사의 모든 가전제품을 초연결로 묶을 예정이다.

삼성 커넥트는 패밀리허브와 다양한 삼성전자 가전제품 초연결 인프라에 적용될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인공지능, 음성인식, 사물인터넷 관련 기술은 물론 OCF(Open Connectivity Foundation) 표준 1.0도 적용되어 눈길을 끈다. OCF는 사물인터넷 표준화 관련 글로벌 최대 규모 회원사를 확보하고 있는 단체며 현재 약 390개의 회원사들이 참여해 제3자 기기간 연결성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중심은 스마트홈에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IFA를 통해 유럽 시장에서 QLED TV 라인업을 대폭 강화한다. 거실을 사로잡아 프리미엄 TV의 정점을 차지하겠다는 의지다. 88형까지 확대된 라인업을 전시하고 커브드 타입만 있던 Q8시리즈에 플랫 타입을 도입한다. 여기에 HDR10의 강점을 내세울 예정이다.

최근 삼성전자가 주축이 되어 파나소닉, 20세기폭스사는 HDR10 플러스 연합을 발족시키며 UHD TV 시장을 정조준했다. UHD 얼라이언스로 큰 그림을 그리며 기술 발전의 중요한 변곡점인 HDR 기술표준을 설정, 초 고화질 TV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의지다.

▲ 삼성전자 부스. 출처=삼성전자

HDR 기능이 적용된 세계 최대 크기 49형 QLED 게이밍 모니터 CHG90도 나왔다. 부가기기지만 상당히 의미가 있다. CHG90은 49형 32:9 화면 비율에 더블 풀HD(Double Full HD, 3840 x 1080) 해상도를 막힘없이 지원한다. 마치 16 대 9 화면비를 가진 27형 풀HD(1920 x 1080) 모니터 두 대를 나란히 붙여 놓은 것 같은 형태로 넓은 게임 시야를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 유럽 최고마케팅책임자(CMO) 데이비드 로우즈(David Lowes)는 “기술 혁신이 의미가 있으려면 소비자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 삶을 변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면서  “삼성전자는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일상의 기준(New Normal)’이 되는 혁신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 삼성전자 유럽 최고마케팅책임자(CMO) 데이비드 로우즈(David Lowes). 출처=삼성전자

예술과 TV의 만남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있는 더 프레임 TV도 전시된다. 43형이 새롭게 공개된다.

갤럭시S8을 통해 갤럭시노트8에도 녹아든 인공지능 빅스비도 있다. 올해 상반기 갤럭시S8 스마트폰에 처음으로 탑재된 빅스비는 삼성전자 초연결의 핵심으로 작동하며 모든 가전제품에 있어 일종의 '두뇌'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만을 위한 특화 신제품 공개도 예정되어 있다. 세탁기 퀵 드라이브다. 철저하게 유럽 소비자들을 공략하겠다는 의지가 묻어난다. 세탁 드럼통 안쪽 후면에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회전판을 결합한 신기술 ‘큐드럼(Q-Drum)’을 적용했으며 세탁 성능과 옷감 손상 방지는 유지하면서도 부정적인 반응, 즉 세탁에 걸리는 시간은 절반 가까이 줄였다는 평가다. 삼성전자 유럽 생활가전 마케팅 담당 다니엘 하비(Daniel Harvie)는 퀵드라이브 세탁기를 소개하면서 “이 제품은 집안 일에 쓰던 시간과 노력을 여가 활동으로 돌려 줘 일상의 큰 변화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 퀵드라이브. 출처=삼성전자

여기에 운동 관련 기능을 대폭 강화한 스마트워치 기어스포츠(Gear Sport)와 스포츠밴드 기어 핏2프로(Gear Fit2 Pro), 혁신적인 2세대 코드 프리 이어셋 기어아이콘X(Gear IconX) 2018 등 웨어러블 최신작 3종도 공개했다. 타이젠 운영체제 확대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생활가전 사업부 구성기 상무는 “인공지능, 음성인식, 클라우드 등  초연결 관련 기술은 우리가 예측하는 것 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발전될 것”이라면서  “삼성전자는 이러한 기술적 발전이 소비자들의 일상에 의미있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도록 기여하고 업계 생태계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오픈 플랫폼(Open Platform)과 오픈 파트너십(Open Partnership) 전략을 기반으로 스마트씽큐 허브(SmartThinQ Hub)를 내세웠다. 외부와 내부를 오가는 플랫폼 전략이 핵심이다. 시그니처 시리즈를 내세우는 한편 초연결 가전 인프라를 보여주며 외부와의 협력까지 품어내는 장면을 연출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전시회에서 3799㎡ 규모의 부스를 마련해 '더 나은 삶을 위한 혁신(Innovation for a Better Life)'을 슬로건으로 미래 지향적 가전 경쟁력을 보여준다는 각오다.

▲ LG전자 인공지능 연동 시연. 출처=LG전자

전시부스 내에 200㎡ 크기의 ‘홈 IoT 존’을 별도로 꾸미며 스마트홈, 인공지능 생태계 강화를 강조하면서 구글, 아마존과 실질적인 협력에 나서는 대목도 고무적이다. 두 생태계의 통섭을 통한 시너지다.

구글과의 협력은 생활가전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LG V30이 대표적이다. 구글 어시스턴트가 탑재됐으며 LG전자는 이를 바탕으로 사상 처음 '인공지능 스마트폰 제조사'가 됐다. 또 다양한 가전제품이 구글 어시스턴트와 연동돼 구동된다는 설명이다. LG전자는 지난 5월 구글 I/O에서 구글 홈으로 LG 시그니처 가습공기청정기를 작동하는 모습을 시연하기도 했다.

아마존과 협력도 눈길을 끈다. 아마존 에코를 통해 LG전자의 가전제품을 작동시킬 수 있다. LG전자는 올해 중 미국에서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건조기, 공기청정기, 로봇청소기, 오븐 등 7개 생활가전에 알렉사 연동 서비스를 지원할 예정이다.

결국 LG전자는 구글, 아마존과 협력하며 글로벌 플랫폼을 짜고 국내에서는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 추후 양쪽의 접점을 찾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독자 개발한 딥러닝 기술인 딥씽큐를 바탕으로 국내를 중심으로 독자 플랫폼을 구축해 스마트홈 시장을 공략하고, 이와 별도로 글로벌 무대에서는 구글, 아마존과 공동전선을 짜는 전략이다.

올레드는 LG전자를 이해하는 최고의 키워드다. LG전자는 전시관 입구에 55형 곡면 올레드 사이니지 216장을 돔형태로 이어 너비 7.4m, 높이 5m, 길이 15m 규모 올레드 터널을 설치했다. 4억5000만개 올레드 화소로 진풍경을 연출했다는 후문이다. LG전자는 두께가 4mm도 되지 않는 LG 시그니처 올레드 TV W의 디자인 강점을 소개하는 라이프스타일 부스를 운영하기도 한다. 돌비비전과 HDR10 등 현존하는 모든 HDR 방식을 따르며 소비자는 다양한 규격으로 만들어져 현재 유통되고 있는 영화, 드라마 등 대다수 HDR 콘텐츠를 LG 올레드 TV로 시청할 수 있다.

LG전자 가전제품 경쟁력은 여전하다. 노크온 매직스페이스 냉장고는 신개념 수납공간인 ‘매직스페이스’에 두 번 노크해서 화면을 켜는 노크온 기능을 결합한 제품이다. 나아가 LG전자는 냉장고의 핵심 부품인 인버터 리니어 컴프레서(Inverter Linear Compressor)의 진화 과정을 소개하는 부스를 별도로 운영한다.

LG전자의 LG 스튜디오도 관심사다. 30인치 월오븐, 36인치 쿡탑, 42인치 냉장고 등 기존 유럽에 출시한 제품 대비 최대 2배 가량 큰 대형 제품부터 다소 좁은 유럽식 주방에 최적화된 24인치 냉장고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공개하겠다는 포부다. 24인치 인덕션 쿡탑과 30인치 가스 쿡탑 신제품은 유럽 소비자들에게 처음 공개되는 제품이다.

▲ LG 스튜디오. 출처=LG전자

LG전자 H&A사업본부 키친어플라이언스사업부장 박영일 부사장은 “프리미엄 빌트인 LG 스튜디오의 차별화된 성능 및 디자인을 바탕으로 유럽 빌트인 기반을 차곡차곡 다져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소니가 눈길을 끈다. 카메라 RX0가 눈길을 끈다. 단일 카메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여러 대를 연결하면 다중 시점 촬영으로도 활용할 수 있으며 초소형 사이즈에 1.0타입 적층형 1530만 화소 엑스모어 RS CMOS 센서를 탑재했다. 지난 IFA 2016에서 첫 선을 보인 MDR-1000X의 후속 모델로 최신 하이 레졸루션(Hi-Res) 3종의 무선 노이즈 캔슬링 스테레오 헤드셋 1000X 시리즈도 공개했으며 엑스페리아 XZ1(Xperia XZ1), XZ1 컴팩트(XZ1 Compact)와 더불어 엑스페리아 XA1 플러스(Xperia XA1 Plus)를 추가하며 3종의 새로운 스마트폰을 발표했다.

소니유럽의 구메가와 시게루 사장은 “깊은 감성까지 표현해 내는 혁신적인 제품들을 지속적으로 선보임에 따라 소니는 ‘마지막 1인치’, 즉 고객과 가장 가까운 접점에서 경험과 감동을 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소니유럽 구메가와 시게루 사장. 출처=소니

인공지능의 적용, 그리고 생활

지금까지 나온 제조사들의 IFA 2017 진격전은 기존 기술의 활용에 방점이 찍혀있다. 올해 IFA 2017에서는 인공지능과 초연결이 가전제품에 '어떻게'를 넘어 '얼마나' 적용되는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 중심은 결국 합종연횡이다. 스마트폰을 넘어 스마트홈을 구축하는 단계에 이르러 인공지능이라는 훌륭한 조력자까지 나왔기 때문이다. 국내도 마찬가지지만 현재 스마트홈은 인공지능 스피커, 혹은 TV와 냉장고 등을 콘트롤 타워로 낙점해 통신사의 네트워크 인프라와 건설사의 실제 시공 능력을 바탕으로 빠르게 구현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