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공약에서 치매국가관리제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치매 진단부터 치료, 요양, 가족 부담까지 국가가 책임을 지며, 특히 중증 치매 환자 치료비의 본인 부담률을 10%로 대폭 낮추겠다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제한된 예산으로 이를 시행시키기 위해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따른다. 현재까지 치매환자는 72만 4000여명으로 추산된다.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은 치매를 앓고 있는 것이다. 2050년에 270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치매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11조 7000억원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노인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그 비용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치매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2050년  43조 2000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박동준 연세대학교 유럽사회문화연구소 연구교수는 한정된 예산으로 치매관리 효과를 최대한 볼 수 있는 방법으로 ‘알츠(Alz) 문화공동체’를 제안했다.

▲ 출처=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알츠 존·카페·클럽으로 구성된 공동체로 치매 예방
박 연구교수는 국회 보건복지위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이 주최해 31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개최된 ‘치매의 사회적 문제해결을 위한 지역단위 알츠 문화네트워크 및 운영체계의 구축’ 정책세미나에서 “알츠 문화공동체를 통해 치매를 예방하고 치매 환자와 가족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 연구교수가 제안한 알츠 문화공동체는 치매고위험군의 치매 예방 및 치매당사자의 삶의 질을 위한 지역 ‘치매 정보·코디네이션센터’ 겸 ‘예방형 데이케어센터’의 역할을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는 1000개의 알츠존과 1000개의 알츠카페, 1만개의 알츠클럽으로 구성된다. 알츠존은 알츠 문화공동체의 지역단위로, 약 40만명의 치매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한다. 이동거리와 인구밀집도 등을 고려해 농어촌 지자체의 경우 300명, 도시는 500명을 기준으로 1개 알츠존을 생성한다.

알츠카페는 ‘치매의 사회적 문제해결을 위한 알츠카페’와 ‘치매 정보 및 코디네이션센터역할을하는 알츠카페’로 나뉜다. ‘치매의 사회적 문제해결 해결을 위한 알츠카페’는 치매고위험군의 치매예방을 위해 운동, 영양, 여가를 제공하는 중심 역할을 한다. 또 치매노인을 위한 쉼터 또는 예방활동을 위한 쾌적한 공간을 제공한다. 지역문화예술클럽을 치매고위험군 노인·치매노인과 매개하는 허브 역할도 한다.

‘치매의 사회적 문제해결 해결을 위한 알츠카페’는 단순 정보제공·안내·상담활동을 하면서 개인별 지원계획, 알츠클럽의 서비스 모니터링, 지자체와 치매안심센터간 연계 및 조정 등의 역할을 한다.

▲ 연세대 박동준 교수. 사진=유수인 기자

알츠클럽은 예술단체, 문화단체,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돼 치매고위험군 노인·치매노인에게 음악, 미술, 문학, 사진, 창작활동 등 문화매개활동을 하는 것이다.

박 연구교수는 “비약물요법이 환자의 인지능력을 유지시키거나 개선할 수 있는지는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 없지만, 품성이나 감각 개선, 정서적 안정효과 등은 있다”면서 “예술 활동을 통해 치매환자에게 보다 나은 삶의 질을 제공하고자 하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뇌손상을 증가시키고 영향을 주는 요인에 맞서 행해지는 예방조치는 환자 수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며 “정부는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활용해 사회에서 소외된 치매고위험군을 발굴하고, 전국적으로 알츠클럽을 구축해 지역 간 치매관리 격차를 해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전병진 강원대학교 작업치료학과 교수는 “알츠존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곳이 아닌, 삶을 살아가고 이뤄지는 공간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알츠 공동체라는 공간이 특정 프로그램을 하기 위한 공간이 아니라 정말 관계가 이뤄지는 지역사회의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日, 치매 환자·환자 가족·지역 주민 간 소통할 수 있는 치매 카페 운영 
일본에서는 고령자 약 4명 중 1명이 치매환자이다. 이에 일본은 2015년 치매대책추진 종합전략 ‘신 오렌지플랜’을 제정했다. 이는 치매환자가 치매와 함께 보다 더 잘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지역에서 사회 일부분으로 계속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 주한일본대사관 타카사키

미나코 서기관. 사진=유수인 기자

이날 자리에 참석한 주한일본대사관 타카사키 미나코 일등서기관에 따르면 신 오렌지플랜은 치매를 깊이 이해하기 위해 병세에 따른 적절한 의료 등을 제공하고, 치매환자의 간병인을 지원한다. 또 치매환자를 포함한 고령자에게 좋은 지역을 만들기 위해 치매환자나 그 가족 등 관련자로부터 의견을 수렴한다.

박 교수가 제안한 ‘알츠카페’처럼 일본에서는 ‘치매 카페’가 운영된다. 타카사키 서기관에 따르면 치매카페는 환자는 스스로 활동하며 즐길 수 있는 장소로, 가족은 서로 이해하는 사람들과 만나는 장소로, 지역주민은 주민들끼리 교류하며 치매에 대한 이해를 깊이 할 수 있는 자리로 활용된다.

타카사키 서기관은 “치매 고령자 등에게 좋은 지역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국가적 대표가 필요며, 치매 대응에 있어서는 ‘한발 앞서 어떤 조치를 취한다’는 인식을 사회 전체가 공유해야만 한다”면서 “치매 고령자 등에게 좋은 지역은 치매환자에게만 좋은 지역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 일본 '치매 카페'의 모습. 출처=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조충현 보건복지부 치매정책과장은 “치매환자를 위한 프로그램이 환자와 환자 가족까지 포함하는 것은 중요한 것 같다. 가족이 행복해야 치매환자도 행복할 것”이라며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치매환자를 위한 사업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