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스마트폰이 달라졌다. LG전자는 31일 하반기 프리미엄 스마트폰 LG V30을 전격 공개했는데 '파격적인 혁신'을 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번에는 "사고를 한 번 칠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사실 LG전자 스마트폰은 그동안 위기의 연속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TV와 가전사업은 훨훨 날았으나 스마트폰은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했다. 낭설로 확인됐지만 한 때 구글이 LG전자 MC사업본부를 인수할 것이라는 ‘증권가 찌라시’가 돌 정도로 MC사업본부의 입지는 위태로웠다.

지난해 상반기 출시한 LG G5는 모듈식 스마트폰이라는 혁신적인 실험을 통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으나, 모듈 자체의 기기결함과 복잡한 사용자 경험 등 악재를 극복하지 못하고 실패하고 말았다. 그나마 지난해 하반기 LG V20이 ‘평타 이상’의 성적을 기록하며 기사회생하는 수준이었다.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올해 초 LG G6다. 지난해 하반기 갤럭시노트7 발화에 의한 단종을 딛고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가 갤럭시S8에 작정하고 ‘혁신의 마법’을 불어 넣으며 다소 흔들리기는 했으나, LG G6는 기본에 충실한 스마트폰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MC사업본부에 희망을 줬다.

그리고 31일 LG전자는 하반기 프리미엄 스마트폰 LG V30을 전격 공개했다. LG G6 출시 당시에는 파격적인 실험에 나서지 않고 안정적인 행보를 고집했다면, 이번에는 180도 달라진 사용자 경험을 들고 나타났다는 평가다.

▲ 출처=LG전자

드디오  잠재력이 터지나

지금까지 LG전자 프리미엄 스마트폰은 최근의 대세에 한 발 뒤쳐지는 행보를 거듭했다. 삼성전자의 삼성페이, 애플의 애플페이 등이 연이어 등장하며 스마트폰을 매개로 하는 간편결제 시장이 커졌으나 LG전자의 LG페이는 올해 상반기 LG G6에 가서야 적용됐기 때문이다. 이 마저도 최초 출시에는 적용되지 않았고 추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구현했다.

인공지능도 마찬가지다. 애플은 전통의 강자인 시리, 삼성전자는 올해 갤럭시S8을 통해 빅스비를 내세우며 스마트폰 비서 시장을 열었으나 LG G6에는 해당사항이 없었다.

 LG전자는 LG V30에 이르러 ‘모든 약점’을 극복했다. LG페이는 LG G6에서 이미 구현돼 LG V30에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스마트폰만으로 신용카드와 동일하게 오프라인에서 결제할 수 있는 LG페이는 LG V30에 담겨 국내 모든 카드사와 협력을 마치고 정상적으로 서비스된다.

인공지능도 마찬가지다. 한국어를 하는 구글 어시스턴트가 LG V30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물론 구글 어시스턴트의 한국어 학습은 아직 현재 진행형이며 완벽한 수준이 아닐 것으로 추정된다. 베타 서비스가 진행중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LG V30이 풀리며 구글 어시스턴트의 한국어 학습은 더욱 빨라질 전망이며, LG전자는 이를 바탕으로 인공지능 스마트폰 제조사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패블릿 기조와 더불어 투톱 라인업을 개척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하는 포인트다. LG V30을 공개하며 128GB의 LG V30 플러스도 동시에 공개했다. 내장용량에 대한 이용자의 사용패턴을 정교하게 분석해 투톱 라인업으로 꾸리는 것은 삼성전자와 애플의 전략과 동일하다.

멀티 미디어 강점으로 보면 LG V30은 글로벌 톱 수준이다. 120도 저왜곡 광각 카메라는 ‘더 이상 좋아질 수 없을 수준’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넓은 화면을 하나의 디스플레이에 구현하며 왜곡도를 전작인 LG V20에 비해 약 30% 수준으로 낮춘 것은 이미지 구현 기술에 대한 ‘집착’에 가깝다.

시네 비디오 모드는 사용자 경험의 최고봉이다. 다양한 장르의 영화 느낌 그대로 고화질 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시네 이펙트(Cine Effect)와 영화처럼 원하는 지점을 줌 인, 아웃해 촬영할 수 있는 포인트줌(Point Zoom) 기능으로 구성돼 있다. 쉽게 말하면 전문가 급의 영상과 이미지 촬영 기술을 간편하게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사용자 경험이다. 영상 가장자리를 어둡게 해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연출하는 비네트(Vignette) 효과도 지원한다. 여기에 QHD+(2880 x 1440) 해상도의 올레드 풀비전이 시각 멀티 미디어 기술력을 완성시킨다.

오디오 기능도 발군이다. 하이파이(Hi-Fi) 쿼드 DAC(Digital To Analog)를 탑재하고, 오디오 명가 B&O 플레이(B&O PLAY)와 협업했다. 사운드 프리셋은 물론 대용량 하이파이 고음질 음원을 저용량으로 압축해 스트리밍으로 즐길 수 있는 MQA(Master Quality Authenticated) 규격을 최초로 지원한다.

▲ 출처=LG전자

자체 브랜드 한계를 넘어라

LG V30을 공개한 현재의 LG전자는 갤럭시노트7 단종을 넘어 올해 상반기 갤럭시S8을 공개하던 삼성전자와 비슷한 분위기를 풍긴다. 극단적인 베질(테두리)리스 디자인과 디스플레이를 확대하면서도 미니멀라이즘의 가치를 잡아내는 것도 동일하다. 여기에 인공지능과 간편결제 등 최근의 ICT 대세를 드디어 따라잡았다.

회심의 카드가 멀티 미디어 기능이다. 듀얼 카메라에서 시작된 시각 사용자 경험을 디테일하게 살려 소프트웨어인 시네 비디오 등으로 구현한 게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기술을 간편하게 재연했기 때문에 100% 동일한 효과가 구현되기는 어렵지만, 최소한의 가능성은 열었다는 평가다.

이제 남은 것은 자체 브랜드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다. LG전자는 최근 미국 시장 점유율 20%를 넘기며 중저가 라인업을 크게 강화하는 한편, 프리미엄 라인업의 최근 대세를 충실하게 따라가며 그 이상의 카드로 승부를 걸었다.  기술상향표준화 시대가 열리며 많은 이용자들이 브랜드 충성도에 따라 단말기를 선택하는 경향이 높다. LG전자는 잃어버린 충성팬을 탈환하고 LG V30의 혁신에 집중, 멀티 미디어라는 강점을 얼마나 어필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생각보다 파격적인 혁신을 선택한 LG전자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