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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민의 AI시대 인문학적 사고 ⑦] 나를 위한 소비, 남을 위한 소비
안성민 한국생산성본부 전문위원, <생계형 인문학> 저자  |  sumahn@kpc.or.kr  |  승인 2017.09.06  07:11:46
   

물질소비에서 경험소비로

소비의 즐거움은 참 단순하다. 왜냐하면 돈은 쓰면 없어지지만, 결과적으로는 물질적이건 체험을 통한 기억이건 지출한 만큼 뭔가가 생기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없었던 것을 새롭게 얻는 소비의 순간은 참으로 짜릿하다. 즉 ‘소유’와 ‘돈’을 맞교환하는 것인데, 이 순간의 기분은 잠시일 뿐이다. 소비를 통해 축적된 물건들이나 경험들은 포화 상태에 다다르면, 결국 복잡함과 스트레스로 자신에게 돌아올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결코 경제학에서 말하는 합리적 소비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불필요한 것도 기분에 따라 상황에 맞춰 구매하게 되고, 구매한 물건은 항상 쌓이고, 쓸모없어지며 그만큼 심리적이건, 공간적이건 자리를 차지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한 번쯤 소비와 소유에 대한 고민을 해보아야 한다. 소비와 소유가 주는 즐거움만큼 우리의 삶과 공간은 점점 더 복잡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소유에 대한 마음가짐이 예전에 비해 많이 달라진 것이 사실이다. 먼저 소유에 대한 개인들의 가치가 낮아졌다. 소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잘 쓰고 잘 즐기는가가 더욱 중요하게 여겨지는 시대로 변화하는 듯하다. 즉 소유의 의미가 ‘영구적으로 내가 갖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필요한 기간 동안 갖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사회적으로 소유를 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아지고, 소유를 하더라도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상대적 열등감을 느끼는 상황이 많아지기 때문일 것이다. 이 변화는 미국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2008년, 미국에서 일어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는 젊은 미국인들의 소유에 대한 인식을 크게 바꾸도록 한 계기가 되었다. 일단, 집과 같은 큰돈이 들어가는 고정자산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그러면서 보유 자산에 대한 가치보다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유동자산의 중요성을 더 크게 여기게 되었다. 그러면서 의식주에 있어서도 렌탈을 하는 것이 점점 더 자연스러워지고, 편안하다고 느끼게 된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나라 역시도 주택 시장에서 매매 값보다 전세 값이 높아지는 역전세난 등의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앞으로는 특정 세대를 넘어 모든 세대들이 ‘소유’와 ‘구매’가 목적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더 잘 쓰고 잘 즐길 수 있을까’를 목적으로 하는 노력이 계속될 것이다. 그렇기에 좋고 비싼 물건을 사서 오랫동안 쓰려 하기보다는, 구매할 때 드는 비용과 시간, 노력 등이 가벼운 물건을 선택할 것이다. 즉 지금은 물질소비 시대에서 경험소비의 시대로 바뀌게 된 것이다.

 

무소유와 공유경제의 시대

그동안 인간의 욕망이 무한하다는 경제학적인 관점은 사람들이 최대한 많은 것들을 소유하는 것을 정당화했다. 많이 가져야 욕망을 더 충족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사람들의 소유에 대한 니즈는 계속될 수 있지만, 그 소유는 결코 완벽하게 개인의 욕망을 충족시켜줄 수는 없다. 즉 소유하더라도 결국에는 항상 모자람에 목마르는 상황이 전개되는 것이다. 또한 목마름과 동시에 넘침에 대한 고민도 발생할 수 있다. 즉 소유는 했지만 활용은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결국에는 자신이 가지고 있어도 쓰지 못하는 수많은 물건들 때문에 바로 ‘소유’와 ‘점유’ 사이의 심각한 인식적 괴리가 발생된다.

이러한 사회적, 의식적 변화에서 생겨난 단어가 바로 ‘공유경제’이다. 공유경제는 자신이 소유하고 있지만, 점유하지 않은 것들을 사람들과 함께 쓰면 그 효용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이점에서 시작된다. 이제는 누구나 쉽게 자동차를 함께 나눠 쓸 수 있고, 집을 공유해서 사용할 수 있다. 불과 짧은 몇 년의 시간으로도 우리의 삶과 가치관은 꽤 많이 변화했다. 그리고 이러한 생활패턴의 변화는 우리의 소유에 대한 인식과 행동에 많은 변화를 주고 있다. 소유하기 위해 필요했던 다양한 노력이 줄어들고, 소유 후에 자동적으로 발생되는 관리에 필요한 복잡함이 줄어들기에 절약되는 개개인들의 에너지가 다른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어내기도 하고, 소유가 반드시 필요하거나 중요한 행위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기에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소유욕이 자신의 삶에 가장 중요한 가치가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소유의 종말과 공유의 시작은 단순한 유행이나 트렌드만은 분명 아닐 것이다. 세계적인 추세와 함께 이를 뒷받침해주는 IT기술, 사회적 인프라로 인해 분명 더 빠르게 확산되고, 우리 삶에 아주 자연스럽게 정착할 것이 확실하다. 소유에 대한 당신의 입장은 어떠한가?

1976년 초판이 발간된 ‘법정스님’의 <무소유>가 그저 사회를 향한 조언이 아니라 지금과 같은 변화한 미래를 내다본 것은 아닌지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

(법정스님, <무소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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