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이라는 시류를 타고 많은 기업 실무자들에게 관심을 받고 있는 분야가 빅데이터다. 그런데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상대적으로 신뢰성이 높은 내부의 CRM 정보에 대한 현황 파악에 대해 고민하는 추세다. 특히 필자가 CRM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다 보면, 빅데이터의 영향 때문인지 고객정보가 지니고 있는 마케팅 인사이트를 발굴하고 이를 소통에 활용하는 실행전략에 집중하기보다는 수집과 분석에 초점을 맞추는 CRM 도입 초기 시점으로 회귀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자주 받는다.

누차 강조하지만 CRM은 정교한 고객데이터 분석과 함께 결과를 활용한 지속적인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활동이 병행되어야 한다. 그중에서도 다양한 고객 세분화를 통해 각각의 집단에 매력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캠페인이 진행되어야 하는데, 이런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감정(Emotion)이다. 다시 말해, 기업의 입장에서 단순하게 고객을 RFM(Recency 최근에, Frequency 얼마나 자주, Monetary 얼마나 많이) 기준으로 구분해 집단별로 다른 내용의 구매유도 홍보문자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메시지 안에 당신이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리고 교감하는 것이 CRM의 근본적인 목적이다.

기업이 CRM 관점에서 고객에게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 기준은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고객 생애주기(Customer Life Cycle)이다. 해당 주기는 신규고객에서 일반을 거쳐 충성고객이 된 후 마지막 이탈고객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의미하며, CRM에서는 각 단계별로 감정 기반의 마케팅 전략을 보유하고 있다.

첫 번째, 신규고객군 대상의 커뮤니케이션 포인트는 환영(Welcome)이다. 요즘같이 유통 채널이 융합(Convergence)되어 경쟁사뿐만 아니라 다른 비즈니스 카테고리의 경쟁자까지 범람하는 상황에서 기업에게 본인의 소중한 정보를 제공하고 고객이 되기에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기업의 입장에서는 가장 이탈확률이 높은 신규고객들을 대상으로 감사와 환영의 메시지를 신속하게 전달해야 한다. 이를 위한 방법들 중 하나가 1 Month Campaign이다. 즉 신규고객은 무조건 늦어도 1달 이내에는 다시 가입 기업을 찾을 수 있게 만들어야 이탈의 확률이 상대적으로 줄어든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신규회원 가입을 하면 즉시 고객이 기입한 휴대폰번호나 이메일 계정으로 환영인사와 함께 1달 동안 해당 기업의 유통채널에서 사용 가능한 다양한 쿠폰을 제공한다. 최근에는 1달이라는 기간이 너무 길다는 판단 하에 15 Days Campaign으로 명명해 보름 동안에 지속적으로 신규회원이 본인 스스로 기업으로부터 환영받고 있다는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두 번째, 기존고객군들에 대한 핵심 메시지는 감사(Thanks)이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CRM 활동을 분석해보면 고객데이터 수집 차원에서의 신규고객부터, 로열티 관리 차원에서의 충성고객과 경쟁사 관리 차원에서의 이탈고객까지 총 3개의 집단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실제로 가장 많은 수를 보유하고 있고 매출에 기여할 수 있는 고객군이 일반고객이다. 따라서 기업은 일반고객들에게 커뮤니케이션 메시지로 항상 이탈하지 않고 우리의 고객이 되어주는 것에 감사하는 의미의 Special Thanks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비록 타고객군보다 캠페인 오퍼(Offer)의 수준은 낮다 할지라도 진행 빈도를 높임으로써 기업으로부터 자신들이 관리받고 있음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충성고객과의 감정 포인트는 특별(Special)이다. 필자가 여러 회사에서 CRM 업무를 하며 만나본 대부분의 일명 VIP 고객들은 강력한 할인을 요구하기도 하지만 그것보다 더 근본적으로 원하는 것은 그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으로 대표적인 경우가 VIP 전용 한정판 제품의 제작이다. 그래서 충성고객들은 본인들이 구매한 제품이 추후라도 할인을 하게 되면 환불요구 또는 강력한 불만을 기업에게 표출하기도 한다.

마지막은 이탈고객을 향한 CRM 메시지는 소중함(Valuable)이다. 가끔 일부 기업에서 하는 CRM 캠페인 내용을 보면 포스터나 온라인 이벤트 배너의 제목이 ‘이탈고객을 위한 스페셜 이벤트’ 또는 ‘돌아와요 고객님’ 등이다. 이러한 접근은 상당히 위험하다. 이탈고객은 이미 우리에게 뭔가 불만이 있어 경쟁사로 떠난 사람들인데, 이들에게 이탈이나 돌아오라는 등의 문구로 다시 한 번 과거의 불편함을 상기시켜서는 안 된다. 항상 이탈고객을 위한 메시지는 소중함으로 시작해서 예전에 함께 했던 시간들을 그리워한다는 의미를 전달해야 한다.

CRM의 목적은 맞춤형 소통이고, 이를 위한 핵심전략은 고객 개개인에게 적절한 감정이 이입된 표현들이 마케팅 채널을 통해 전달되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