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초강경 부동산 규제대책인 ‘8.2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부동산시장은 숨죽인 듯했다. 때마침 찾아온 장마와 휴가철로 부동산 시장이 비수기에 든 것도 이유였다. 9월 본격적인 분양 시즌이 시작되면서 한동안 시기를 타진하던 건설사들이 분양 채비에 나섰다.

 

부동산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9월 전국에서는 총 28곳 2만2054가구가 공급된다. 그중 1만7506가구가 일반에 공급될 예정이다.

수도권 물량 비중은 대폭 줄었다. 지난달 전체 물량 중 60.3%였던 수도권 물량은 이번 달 36.1%로 2배가량 줄었다. 반대로 지방의 물량은 지난달 39.7%에서 이달 63.9%로 1.5배가량 늘어났다. 9월은 지난달에 비해 서울과 수도권(이하 수도권) 물량이 53%(1만3470가구→6326가구) 감소했고, 지방은 반대로 20.8%(8860가구→1만1180가구) 늘었다.

경남 지역이 서울, 경기를 제치고 전체 분양물량 중 20.3%(3564가구)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도별 일반분양 물량은 경남 지역이 3564가구(5곳, 20.4%)로 가장 많다. 그 뒤를 이어 서울 3237가구(10곳, 18.5%), 경기 3089가구(1곳, 17.6%), 부산 2936가구(1곳, 16.8%), 전남 1558가구(6곳, 8.9%) 순이다.

8.2 부동산 대책으로 서울 11개구와 세종시가 투기지역으로, 서울 전역과 수도권 일부 지역, 세종시 등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서 청약제도와 주택담보대출 등 규제가 더 강화됐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의 부동산 호황기를 거치면서 90% 이상을 웃돌던 수도권 초기분양률이 60%대로 급락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수도권 초기분양률은 69.2%로 전분기(87.8%)와 비교해 18.6%포인트 하락했다. 초기분양률은 분양 시작 이후 3개월 초과 6개월 이하 사업장의 평균 계약수치다.

반면 정부 대책이 ‘정조준’한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도 이달 분양을 앞두고 있어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다. GS건설이 분양하는 ‘신반포 센트럴자이’와 삼성물산의 ‘래미안 강남포레스트’가 연이어 분양에 나섰다.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 센트럴자이’는 반포 고속버스터미널 맞은편 신반포6차아파트를 재건축하는 단지로, 757가구 중 142가구가 일반분양되며 전용 59㎡ 61가구, 전용 84㎡ 28가구 등 중소형 평형이 포함됐다.

분양가는 3.3㎡당 4250만원으로 결정됐다. 예상된 분양가보다는 훨씬 낮은 가격이라는 평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을 위해 조합이 낮은 분양가를 책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어서 삼성물산이 강남구 개포동 656번지 일대 개포시영아파트를 재건축한 ‘래미안 강남포레스트’를 분양한다. 지하 3층~지하 35층 31개동, 전용면적 59~136㎡ 2296가구로 이뤄졌다. 이 중에서 208가구가 일반 분양될 예정이다. ‘래미안 강남포레스’의 분양가도 예상보다 낮은 4300만원대로 점쳐지는 상황이다.

이들 2개 단지는 주변 시세에 훨씬 못 미치는 분양가로 시세차익만 수억원이 기대되는 ‘로또분양’이라는 게 부동산 업계의 중론이다. 실제로 ‘신반포 센트럴자이’ 인근에 위치한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의 시세는 3.3㎡당 6200만원 수준이다. 전용 84㎡는 현재 호가가 약 22억원으로, 같은 평형대 ‘신반포 센트럴자이’를 분양받을 경우 차익만 7억원 이상에 이른다.

8.2 대책 이후 많은 규제가 적용되는 수도권 청약이 줄었지만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관심은 여전한 이유다. 정부가 투자심리를 다소 위축시키는 데는 성공했으나, 입지가 우수한 아파트라면 저금리 상황에서 유동자금이 이를 지지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들 아파트의 경우 서울시내 9억원 이상 아파트로 중도금 대출이 안 되기 때문에 계약금 10%와 중도금 60% 등 전용 84㎡ 기준 10억여원의 여유자금이 필요하고, 입주 시기까지 거래도 금지된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건설·부동산 연구위원은 “8월 대책 이후 지방 분양단지들이 1순위 청약에 실패한 경우는 나타났지만 서울 주요 입지와 부산 등의 분양 아파트는 선방했다”면서 “9월 분양할 강남의 2개 재건축 아파트는 예상보다 높은 청약경쟁률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청약 결과에 있어 입지나 단지 특성에 따른 차이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과거에 비해 청약 아파트를 상대적으로 오래 보유해야 한다는 점에서 교통이나 생활 인프라 등이 우수한 상품을 찾게 된다. 같은 지역이라도 단지에 따라 결과가 상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택 수요자들이 ‘옥석 가리기’에 나설 것이라는 말이다. 실제로 호반건설이 지난달 30일 경기도 이천시 마장택지구에서 분양한 ‘이천 마장 호반베르디움 1차’는 1순위 청약결과 0.5대 1로 미달했다. 그러나 7월 분양한 서울 신길뉴타운 ‘신길 센트럴자이’는 1순위 청약을 진행한 결과 250가구 모집에 1만9906명의 청약통장을 접수해 평균 56.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