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있다. 지위, 소득은 물론 나이에 따라서 필요로 하는 금융상품도 다르다. 따라서 금융회사들이 일괄적으로 만들어내는 금융상품은 사실상 그 근본 자체가 ‘맞춤형’이 아니다. 하지만 금융상품의 종류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주식, 채권 등 직접투자 상품은 물론 펀드, ELS, ETF 등 간접상품 등 다양하다.

이러한 다양성을 이용하면 자신에게 맞는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주식과 다우지수를 추종하는 ETF 두 가지 상품만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고 하면 모두가 똑같은 수익률을 올릴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두 상품에 대한 투자비율, 시기만 달리 하더라도 금융소비자별 수익률은 달라진다.

어떤 상품을 언제, 어떻게 선택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천차만별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 금융소비자 정보 포털 '파인'.출처=파인 홈페이지

이론이 아닌 실전에 들어가 보자

최근 핀테크(FinTech) 산업이 부각을 받으면서 금융소비자들도 보다 저렴하고 편리한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핀테크 업체들은 금융소비자의 성향을 파악해 맞춤형 금융상품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금융소비자들은 막상 어느 서비스를 이용해야 하는지 또는 이에 앞서 어디에서 이러한 서비스를 찾아야 하는지 알기 어렵다.

금융서비스를 이용함에 있어서 첫발조차 내딛기 어렵다면 금융감독원이 운영하는 금융소비자포털 ‘파인(Fine)’을 이용해보자. 파인은 각종 금융상품 및 금융거래 관련 정보는 물론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에 있어서 중요한 팁(Tip)을 제공한다.

이뿐만 아니라 금융산업과 관련된 통계를 제공하는 금융통계정보시스템 사이트와 기업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전자공시시스템(DART) 사이트도 바로 연결이 가능하다. 말 그대로 금융소비자를 위한 포털이다.

그렇다면 이 포털에서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추천하는 것은 단연 ‘잠자는 내 돈 찾기’다. 이 탭을 클릭하면 각종 금융기관의 휴면 예·적금, 증권, 보험, 카드 포인트 등을 조회할 수 있는 사이트로 다시 이동한다.

기자는 이 중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면서도 잊을 수 있는 은행 휴면 예·적금을 직접 조회해 봤다. 조회를 위해서는 기존 시중은행 서비스를 이용할 때 사용하는 공인인증서를 우선 등록해야 한다. 등록을 마쳤다면 로그인 후 본인인증 서비스(시중은행 인증서비스, 휴대폰 인증서비스)를 통해 바로 확인할 수 있다.

확인 결과 계설된 계좌와 계좌별 성격(예금·적금), 계좌에 예치된 금액 등이 조회됐으며 휴면에 들어간 계좌 여부도 볼 수 있었다. 기자는 잠깐이나마 ‘잠자고 있는 돈’이 의외로 많을 수 있다는 기대를 가졌지만 기자의 ‘잠자고 있는 돈’은 3500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액수보다는 얼마나 통장관리가 안 되고 있는지, 어느 통장을 정리해야 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이렇게 잠자고 있는 돈을 확인하고 계좌를 정리했다면 그 다음은 자금을 어떻게 늘릴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 '금융상품 한눈에' 정기예금 검색 결과

저축·대출·펀드, 실전 체험기

파인 사이트의 항목 중 제일 상단에 위치한 ‘금융상품 한눈에’를 클릭하면 해당 사이트로 이동하게 되는데 여기서는 크게 예·적금, 펀드, 절세금융상품 등 기본적으로 자산을 늘리기 위한 항목과 각종 대출, 그리고 각종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보험, 노후준비를 위한 금융상품 항목들이 나열돼 있다.

잠자는 돈을 찾고 여기까지 왔다면 이제는 필요한 상품을 선택해 미래를 준비하는 일만 남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금융소비자마다 니즈가 전부 다르다는 것이다. 이에 <이코노믹리뷰>는 실전 체험 제공을 위해 일반인 한 명을 대상으로 일련의 과정을 진행했다.

체험자는 30대 초반의 남성(이하 A 씨)으로 서울에 살고 있으며 연봉 4000만원을 받고 있는 직장인이다. 현재 대출은 없고 향후 내 집 마련을 위한 대출, 주식과 같은 직접투자보다는 펀드 등 금융상품을 이용한 소액 장기투자에 관심이 있다.

▲ 잠자는 내 돈 찾기 서비스. 출처=금융감독원

A 씨는 ‘잠자는 돈’을 우선 찾았다. 기자보다도 낮은 ‘0원’이라는 금액에 대해 실망한 기색이 여력 했다. 실망하면 뭐할 것인가. 이를 뒤로 하고 불리기에 집중하기로 했다.

A 씨는 현재까지 약 3000만원의 돈을 모았다. 우선 이자가 높다는 정기예금을 선택하고 3000만원 전체를 입력하고 기간은 12개월로 설정했다. 하단에 위치한 금융상품 검색 탭을 클릭하자 금융사, 세전이자율, 세후이자율, 세후이자, 최고우대금리, 가입대상, 이자계산방식(단리, 복리), 상세정보 등이 제공됐다.

여기서 집중해야 하는 부분은 단연 세후이자율, 좀 더 직접적으로 말하면 세후이자다. 세후이자율이 가장 높은 S&T저축은행의 정기예금은 2.2%의 금리를 제공하며 3000만원에 대한 세후 이자는 66만7801원이다.

A 씨는 이자율과 이자금액에 만족하지 못했다. 이에 36개월로 설정해 검색해보니 페퍼저축은행의 정기예금이 세후 2.46%의 금리를 제공, 이자는 232만2338억원으로 나타났다. 페퍼저축은행의 금리가 0.26%포인트 S&T저축은행 대비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실질적으로 12개월 대비 36개월의 이자가 더 많이 지급되는 이유는 복리 때문이다. A 씨는 복리의 개념을 이때 처음 알았다. 복리란 이자에 이자가 붙는 것으로 장기투자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기자는 A 씨에게 “3년이란 기간을 참고 예금에 둘 수 있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A 씨는 “자신 없다”고 답했다. 복리라는 개념은 수익률에 있어서 상당히 중요하지만 그 기간을 참고 버틸 수 있는지 여부를 더 고려해야 한다.

다음에는 적금을 확인했다. 적금은 예금처럼 거치 형태가 아닌 매월 적립 방식이다. 12개월을 기준으로 보면 적금은 월 납입금액도 적고 처음에 적립한 금액은 고스란히 제공된 이자가 적용되지만 한 달 후 적립한 금액은 ‘11개월/12개월×이자’가 적용되기 때문에 실질 수령액은 표면적으로 제공되는 이자율에 대한 금액보다는 낮다.

A 씨는 모아둔 돈 3000만원과 월급의 일부를 적금할 수 있다고 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3000만원을 정기예금에 1년을 넣어두는 것보다 적금을 할 때 이자수령액이 높아야 저축 의지가 생긴다는 것이다. 계산해보니 이를 위해서는 월 400만원을 적금에 부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A 씨는 적금은 결국 목돈을 제외한 소액으로 돈을 모으는 데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다른 상품을 찾았다.

다음은 A 씨가 가장 기대하는 펀드상품을 선택하기로 했다. 펀드 탭을 클릭하면 금융투자협회의 펀드다모아 사이트로 이동한다. 펀드다모아 사이트에서는 ‘My 펀드 찾기’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의 펀드를 검색할 수 있다.

A 씨는 3000만원 중 1000만원만 펀드에 투자하고 일부 손실을 감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주식형 펀드를 선택하고 기간은 1년, 나머지는 전체를 설정했다. 다만 펀드 총보수는 0~0.5%로 가장 낮은 것을 선택했다.

검색을 하면 1년을 기준으로 가장 높은 수익률을 올린 펀드 순으로 화면에 나타난다. 8월 30일 기준 ‘하이지주회사플러스증권투자신탁1[주식]’이 지난 1년간 43.88%로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이어 ‘에셋플러스차이나리치투게더증권자투자신탁1(주식)’이 37.85%로 2위를 기록했다.

이밖에도 10위권 안에 들어 있는 펀드들의 수익률은 30%를 넘었다. A 씨는 이들 펀드에 1000만원을 투자했다면 적어도 300만원을 벌 수 있었다는 것에 큰 관심을 보였으나 쉽게 결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펀드의 투자설명서를 봐도 무슨 말인지 알기 어렵고 미래에도 이렇게 높은 수익률을 올릴 것인지 확신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또, 선택한 펀드가 자신의 성향과 맞는지 파악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 '불리오' 실행 화면. 출처=불리오 홈페이지

이에 기자는 로보어드바이저 업체 두물머리의 ‘불리오’ 서비스를 추천했다. 불리오는 펀드상품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는 서비스로 지난 3월 2일부터 월 1만원의 유료서비스로 전환했다.

A 씨와 함께 불리오 사이트에 접속하고 ‘레시피 받기’를 클릭했다. 이후 일반펀드와 연금저축펀드 두 개의 항목 중 일반펀드를 선택하면 ‘순한맛’, ‘약간 매운맛’, ‘매운맛’의 카테고리가 나타난다. 예상하는 것처럼 매운 강도가 높을수록 공격 성향을 띤다. A 씨는 ‘매운맛’을 선택했다.

그러자 연 목표수익률 8%, 목표 변동성 8%, 목표최대낙폭 10%, 샤프비율 1 등의 정보가 간략히 제공됐다. 이후 계속 진행하게 되면 해당 포트폴리오의 과거 수익률과 코스피와의 누적수익률 비교 차트가 나타난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은 모두 과거의 기록일 뿐이다. A 씨는 그래서 어떤 펀드를 선택해야 하는지 궁금해 했다. 최종 버튼을 누르자 해당 포트폴리오가 유효기간과 함께 제공됐다.

총 1000만원의 자금으로 설정하고 진행한 결과 ‘교보악사파워인덱스증권자투자신탁 1호 (주식) S’에 300만원, ‘KB스타미국S&P500인덱스증권자투자신탁 (주식-파생형) S’에 300만원, ‘AB글로벌고수익증권투자신탁 (채권-재간접형) S’에 300만원, ‘삼성ABFKorea인덱스증권투자신탁 (채권) S’에 50만원, ‘흥국멀티플레이증권자투자신탁 4호 (채권) S’에 50만원 등으로 분산 포트폴리오가 제공됐다.

A 씨는 단순히 높은 수익률만 보이는 것보다 불리오의 서비스에 만족해했다. 또 하나의 펀드가 아닌 여러 펀드를 선별해주기 때문에 분산투자의 안정감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불리오는 시장 상황별 펀드투자 포트폴리오를 제공한다. 따라서 자금을 묻어두는 식으로 펀드를 방치하는 것이 아닌 꾸준히 관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소비자가 펀드를 가입할 때만 ‘상냥한’ 금융사와의 행태와는 다른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다.

한편, 내 집 마련의 꿈은 멀지만 미리 준비하자는 취지에서 ‘금융상품 한눈에’를 통해 주택담보대출을 비교해보기로 했다. 현 정부의 주택관련 정책 기조라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40%로 낮아질 수 있기 때문에 이를 고려하고 약 5년 후 집을 마련한다는 계획으로 접근했다.

A 씨는 주택가격 3억원, 대출금액은 주택가격의 40%인 1억2000만원, 대출기간은 10년으로 설정했다. 또 주택 종류는 아파트, 금리방식은 고정금리, 상환방식은 원리금분할상환으로 선택했다.

A 씨가 향후 5년 동안 모아야 할 돈은 1억8000만원이며 8월 30일 기준 국민은행의 ‘Foryou장기대출’은 월평균 상환액은 117만8217원으로 가장 부담이 적었다. 그러나 A 씨는 2가지 고민에 휩싸였다. 첫 번째로 5년이라는 시간 동안 1억8000만원을 모을 수 있는지, 두 번째는 월 117만8217원을 이후 10년간 꾸준히 납입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5년간 3000만원으로 1억8000만원을 만들기 위해서는 연평균 43.1%의 수익률을 올려야 한다. 만약 월 100만원을 저축해 매년 1200만원을 모아 투자자금으로 활용해도 연평균 30%의 수익률을 올려야 한다는 점은 여전히 부담이다.

그렇다면 A 씨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가장 쉬운 방법은 기간을 늘리는 것이다. 5년이라는 시간보다는 10년으로 기간을 늘리고 여유 있게 준비한다면 충분히는 아니라도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A 씨는 이번 체험을 통해 재테크를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고 계획도 없이 그저 모으는 데만 집중했다며 한탄했다. 하지만 깨달음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지 않던가. 이렇듯 재테크는 목표를 향한 섬세하고 체계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직접 상품에 가입하지 않고 이를 인식하는 자체만으로도 큰 재산이 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