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신용위기 이전에는 신용카드 발급받는 일은 누워서 떡 먹기였다. 카드사들은 길거리에 파라솔 하나 세워놓고 오가는 사람들에게 현장에서 카드를 즉시 발급했다. 당시 카드를 이용해 얻을 수 있는 ‘혜택’보다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 이끌려 소비자들은 카드 발급을 서슴지 않았다. 게다가 카드 발급 신청서를 작성하면 카드사에서 일정량의 현금을 주기도 했고, 몇십만원에 달하는 사은품도 받을 수 있는 이점도 있었다.

이처럼 카드사들이 신용카드를 허술하게 발급하면서 수백만명의 소비자들이 신용불량의 늪에 빠졌고 결국 ‘신용카드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신용카드 사태 이후 신용 문제가 사회적으로 대두되고 카드사는 소비자의 신용등급에 따른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하게 되면서 신용카드 발급심사는 대폭 강화됐다. 이른바 카드사들의 ‘길거리 모집’도 서서히 자취를 감췄다.

올 들어 신용카드 소비자 모집이 예전과는 다른 형태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바로 핀테크를 이용한 소비자 유치 영업이다. 카드사들은 몇 해 전부터 핀테크를 도입, 경쟁력 강화를 실시하고 있지만, 최근 핀테크 스타트업이 대거 출몰하면서 이른바 ‘종합 핀테크 카드 모집’이 성행하고 있다. 이들은 수많은 카드사의 카드를 소비자들의 니즈에 알맞게 추천해주기 위해 각종 카드 랭킹과 재밌는 콘텐츠로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만 19세 이상 성인 1인당 3.4개의 신용카드를 보유하고 있다. <이코노믹 리뷰>는 핀테크 카드 추천 포털 3곳을 선정, 3명의 소비자에게 직접 카드 추천을 받도록 실험해봤다.

“카드고릴라, 콘텐츠가 많고 재미있긴 한데…”

카드고릴라는 오로지 ‘카드만’을 추천해주는 카드 추천 전문 포털업체다. 2010년 출범한 카드고릴라는 현재 국내 10개 카드사와 제휴를 맺고 카드상품 정보 제공과 신청 연계를 지원하고 있다. 카드고릴라의 주요 강점은 다양한 콘텐츠와 신용카드 랭킹을 통한 카드 추천이다. 시기적절하게 제공되는 여러 콘텐츠와 매년 최고의 카드를 선정하는 ‘신용카드 월드컵’ 등은 소비자뿐만 아니라 카드사의 관심이 높다.

평가단에게 카드고릴라를 추천해보았다. 이들은 카드고릴라 사이트를 이용해보더니 이러한 평을 내렸다.

A 씨는 “대체로 콘텐츠가 많은 것은 인정하지만, 조금 난잡해 보인다”고 말했다. B 씨는 “광고성 팝업이 많이 뜨는 것이 불편하다. 팝업에 오늘 하루만 보기 체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C 씨는 “TOP50 콘텐츠가 강점이라고 해서 찾아보았는데, 이건 사람들이 선호하는 카드들의 최근 트렌드를 반영하는 것이지 ‘나’를 위한 추천은 아니다. 참고할 필요는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 중 A 씨는 “카드고릴라의 테마별 카드에서 하나의 테마를 선택하면 링크 안으로 따라 들어가는데, 여러 테마를 동시에 체크해서 원하는 추천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만들었으면 좋겠다”면서 “유용한 정보가 많지만 일일이 카드 혜택을 비교해야 해서 불편하다”고 평가했다.

A 씨는 한편으론 “여러 콘텐츠가 사이트에 머물 수 있도록 만드는 요소 같다”면서 “항공 고릴라와 호텔 고릴라 카테고리를 볼 때 여행족들이 이용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체적으로 여러 카드 추천 카테고리와 랭킹은 눈에 띄지만 정작 자신을 위한 카드를 찾기에는 시스템이 부족하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평가단은 카드고릴라에 대해 5점 만점 중 3.5점의 별점을 주었다.

 

“핀다, 키워드와 리뷰를 늘렸으면”

이번에는 평가단에게 핀테크 금융상품 추천 포털인 ‘핀다’를 이용해 보길 권유해 보았다.

핀다는 지난해 4월 출범한 신생 핀테크 업체다. 여러 가지 카드 큐레이션을 통해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추천 테마를 선정해 카드 추천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핀다는 카드를 이용한 소비자들의 리뷰를 제공하고 있어 카드에 대한 평가를 참고해 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평가단 중 A 씨는 핀다를 처음 접하자마자 “깔끔한 게 보기 좋은 구성으로 되어 있다”면서 첫인상을 말했다. B 씨는 “카드뿐만 아니라 대출, 투자, 보험 등 여러 서비스를 동시에 이용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C 씨는 “여러 카테고리 추천이 좋아 보이지만 키워드 개수를 조금 늘릴 필요가 있는 것 같다”면서 “핀다 파트너 순으로 카드 추천을 정렬하는 것은 소비자를 위한 추천보다는 회사가 판매하고자 하는 상품을 나열한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C 씨는 이어 “리뷰가 대부분 인기 있는 카드 위주로 형성되어 있다”면서 “정작 필요한 카드들을 추천받았을 때 리뷰가 없고, 추천해 주는 카드 개수도 적은 것 같다”고 말했다.

평가를 종합해 보면 깔끔한 인터페이스와 여러 가지 테마 큐레이션이 장점이지만, 카드 추천 선택지에서 키워드를 늘릴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다소 인기가 적은 카드에도 리뷰를 추가할 수 있도록 사용자들에게 카드 리뷰를 유도할 수 있는 콘텐츠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가단은 핀다에 5점 만점 중 4점을 주었다.

 

“뱅크샐러드, 세세한 추천은 강점, 그런데…”

뱅크샐러드는 핀테크 업체 레이니스트가 운영하는 빅데이터 기반 카드 추천 포털이다. 뱅크샐러드는 약 3400개에 달하는 방대한 카드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 회사는 이러한 정보를 이용해 개인 소비자패턴에 알맞은 맞춤형 카드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자사 빅데이터 알고리즘 엔진 ‘셰프(Chef)’를 기반으로 수백만 가지 경우의 수를 고려해 카드를 추천해 주고 있어, 세세한 카드 추천이 장점이다.

평가단의 뱅크샐러드에 대한 평가는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았다.

B 씨는 “매거진단의 칼럼 기고와 카드사 이벤트를 정렬해 놓은 것이 인상적이다”라고 평가했다. C 씨는 “여러 가지 소비패턴을 선택해 세세한 카드 추천을 받을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A 씨는 “2017년 3분기가 지났는데 지난해 베스트 카드를 메인에 내놓기엔 시의성이 떨어지지 않나”라면서 “카드 추천 콘텐츠와 소비자를 위한 카드 사용 정보가 다른 핀테크 사이트와 비교하면 부족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C 씨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카드를 선택하기 위한 선택지가 너무 많은 것도 어떻게 보면 단점”이라면서 “사람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혜택 선택지를 초반에 두어 최소한의 선택으로 카드를 추천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뱅크샐러드에 대한 평가는 세세한 추천 서비스와 칼럼 기고라는 홈페이지 콘텐츠가 장점인 것으로 보인다. 반면 다소 시의성이 떨어지는 카드 추천 콘텐츠와 소비자를 위한 카드 정보를 제공하는 ‘카드뉴스’의 콘텐츠량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평가단은 뱅크샐러드에 5점 만점 중 4점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