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가전제품 전시회인 IFA 2017 개막이 초읽기에 돌입한 가운데, 행사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단연 스마트홈으로 꼽힌다. 초연결과 인공지능 기술이 더해져 생활밀착형 서비스가 실내를 통해 구현되는 다양한 솔루션으로 정리될 전망이다.

스마트홈이라는 화두가 전혀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최근 몇년 간 IFA에서는 꾸준하게 스마트홈 기술이 공개되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초창기 IFA의 스마트홈이 단순한 연결에 불과했다면, 올해 IFA 2017에서는 비즈니스 모델을 찾으려는 각각의 플레이어들이 서로 힘을 합치거나 협력하는 속도가 빨라질 것이란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실제 적용에 있어 미묘한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 패밀리허브. 출처=삼성전자

"모든 것을 연결하라"

올해 IFA 2017의 화두는 초연결, 빅데이터, 인공지능으로 요약될 수 있다. 새롭고 파격적인 신기술이 등장할 가능성은 낮지만 연결의 방식과 빅데이터의 운용을 비롯해 인공지능이 가전제품에 적용되는 '구체적인 그림'이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IFA 2016에서 공개했던 패밀리허브 냉장고를 바탕으로 인공지능 적용에 나설 전망이다. 이미 공개된 기술이지만 패밀리허브, 즉 냉장고를 스마트홈의 콘트롤 타워 중 하나로 설정한 장면이 의미있다는 평가다. 패밀리허브는 식자재를 자동으로 주문할 수 있고 요리법을 디스플레이로 받아보는 등 다양한 기술을 제공한다. 나아가 TV와 에어컨, 스마트폰과 연동해 초연결 인프라를 확장시키는 작업도 지원된다.

삼성 커넥트의 존재에도 관심이 쏠린다. 기기의 종류, 운영체제와 관계없이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연결된 모든 제품을 하나의 통합 앱으로 제어할 수 있도록 만든 삼성 커넥트는 패밀리허브와 다양한 삼성전자 가전제품 초연결 인프라에 적용될 전망이다.

나아가 삼성전자는 2020년까지 가전 전 제품에 스마트 기능을 탑재해 연결성을 확대하고, 개별 스마트 가전의 사용자 경험을 강화해 기기간 또는 서비스 연동이 주는 부가가치를 확장시킨다는 계획이다.

인공지능 빅스비도 있다. 올해 상반기 갤럭시S8 스마트폰에 처음으로 탑재된 빅스비는 삼성전자 초연결의 핵심으로 작동하며 일종의 '두뇌'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삼성전자가 빅스비를 탑재한 인공지능 스피커를 출시한다는 루머가 파다하게 퍼져있는 가운데, 올해 IFA 2017에서는 소프트웨어의 빅스비와 하드웨어의 패밀리허브 등을 위시한 가전제품의 연결방식이 핵심 전력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유럽만을 위한 특화 신제품 공개도 예정되어 있다. 세탁기 퀵 드라이브다. 세탁 드럼통 안쪽 후면에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회전판을 결합한 신기술 ‘큐드럼(Q-Drum)’을 적용했으며 세탁 성능과 옷감 손상 방지는 유지하면서도 세탁에 걸리는 시간은 절반 가까이 줄였다는 평가다. 인공지능 기반의 ‘큐레이터(Q-rator)’기능을 적용해 소비자의 세탁 관련 고민을 대폭 덜어 주는  세탁 도우미 역할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 퀵드라이브. 출처=삼성전자

여기에 세탁기 도어 상단의 애드윈도우를 통해 세탁 중간에도 간편하게 세탁물을 추가할 수 있는 애드워시 기능, 세탁물의 양과 오염 정도 등을 감지해 세제와 유연제를 최적의 양으로 자동 투입하는 오토 옵티멀 워시 기능, 세제를 녹여 미세한 거품으로 만들어 찬물로 세탁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에코버블 기능도 지원된다.

프리미엄 TV로는 QLED TV가 핵심 라인업이다. 기존 55, 65, 75형에 이어 8월 출시한 88인치 QLED TV 등 모든 라인업을 총동원해 유럽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의지다. 갤럭시노트8 공개 행사에서 팝아트의 강렬한 이미지를 보여준 프레임 TV도 디자인 강점을 내세워 유럽 소비자들의 마음을 훔치겠다는 포부다.

최근 삼성전자가 주축이 되어 파나소닉, 20세기폭스사는 HDR10 플러스 연합을 발족시키며 UHD TV 시장을 정조준한 상태다. UHD 얼라이언스로 큰 그림을 그리며 기술 발전의 중요한 변곡점인 HDR 기술표준을 설정, 초 고화질 TV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의지다. HDR은 영상과 사진의 밝은 부분은 더 밝게, 어두운 부분은 더 어둡게 보정해 명암비를 크게 향상시키는 기술이다.

IFA 2017에서 또 하나의 흥미로운 삼성전자 관전 포인트는 C랩 분사기업 1호인 '이놈들연구소'다. 스타트업 스핀오프 기업인 이놈들연구소는 IFA 2017에서 처음 시도되는 IFA NEXT에 참석할 예정이다. 스타트업과 R&D 연구소, 글로벌 혁신 리더들을 위해 마련된 IFA NEXT에 이놈들연구소가 초청받아 참석하는 형식이다.

이놈들연구소에서 선보일 시그널(Sgnl)은 손가락을 귀에 대면 전화 통화를 할 수 있는 신개념 스마트 시계줄로 삼성 갤럭시 기어, 애플워치 등과 같은 스마트 시계뿐만 아니라, 일반 시계에도 연결해 사용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삼성전자 생활가전 사업부 구성기 상무는 “인공지능, 음성인식, 클라우드 등  초연결 관련 기술은 우리가 예측하는 것 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발전될 것”이라면서  “삼성전자는 이러한 기술적 발전이 소비자들의 일상에 의미있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도록 기여하고 업계 생태계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오픈 플랫폼(Open Platform)과 오픈 파트너십(Open Partnership) 전략을 기반으로 스마트씽큐 허브(SmartThinQ Hub)로 승부를 본다. 스마트씽큐 허브는 스마트홈에 최적화되어 있는 LG전자의 초연결 플랫폼이며, 지난해 아마존과의 협력으로 큰 관심을 받기도 했다. 구글과의 협력으로 외연을 확장하는 장면도 눈길을 끈다. 특허 라이선스를 맺고 서로의 기술을 활용하는 한편, 인공지능 시장에서도 보폭을 맞추고 있다. 올해 5월 열린 구글 I/O에서 구글 홈으로 LG 시그니처 가습공기청정기를 작동하는 모습이 시연되기도 했다.

LG전자는 IFA 2017에서 시그니처 시리즈를 내세우는 한편 초연결 가전 인프라를 보여주며 외부와의 협력까지 품어내는 장면을 연출할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과 구글 등 글로벌 ICT 기업들과 협력하며 LG전자의 독자 플랫폼을 구축하는 대신 일종의 연합 플랫폼을 구축하는 전략이다. 삼성전자가 타이젠 운영체제, 빅스비 인공지능을 통해 조금씩 '우리만의 모델'을 시도하고 있다면 LG전자는 외부와 협력해 '오픈소스형 모델'을 추구하고 있다.

▲ LG전자 가전 음성인식 이미지. 출처=LG전자

물론 삼성전자도 외부 생태계와의 연동 강화를 위해 자체 기술확보는 물론 글로벌 최대 회원사를 확보하고 있는 OCF(Open Connectivity Foundation)의 주축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2018년부터 출시되는 삼성전자 스마트가전 전 제품에는 OCF 규격이 탑재되며 공격적 OCF 표준 확대 추진으로 많은 기업의 참여가 예상된다. 하지만 생태계 핵심은 일단 삼성전자며, LG전자와 비교해서는 다소 폐쇄적이다.

TV는 단연 OLED TV다. 이 영역에서 LG전자는 가히 '맹주'의 지위를 가지고 있다는 평가다. 다양한 라인업을 총 출동시켜 글로벌 OLED 시장의 대세를 넘어 전체 프리미엄 TV 시장의 강자가 되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다. 가능하다면 IFA 2017을 통해 OLED TV 진영의 세를 불리는 것도 목표로 한다.

별도의 언팩 없이 웨어러블만 공개하는 삼성전자와 달리, LG전자는 하반기 프리미엄 스마트폰 LG V30을 IFA 2017 현장에서 전격 공개한다. LG전자가 IFA에서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공개하는 것은 처음이다. 올해 초 MWC 2017에서 LG G6를 공개한 상태에서 이번에도 빅 이벤트를 프리미엄 스마트폰 공개에 활용하는 셈이다.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8을 미국에서 먼저 공개해 시장 선점에 나섰으나, LG전자는 LG V30을 IFA 2017에서 공개해 유럽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LG전자의 LG 스튜디오도 관심사다. 30인치 월오븐, 36인치 쿡탑, 42인치 냉장고 등 기존 유럽에 출시한 제품 대비 최대 2배 가량 큰 대형 제품부터 다소 좁은 유럽식 주방에 최적화된 24인치 냉장고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공개하겠다는 포부다. 24인치 인덕션 쿡탑과 30인치 가스 쿡탑 신제품은 유럽 소비자들에게 처음 공개되는 제품이다.

LG전자는 유럽 소비자들이 LG 스튜디오가 제공하는 차별화된 주방 문화를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IFA 2017 전시회 기간 중 미슐랭 스타 셰프 ‘콜야 클리버그(Kolja Kleeberg)’를 초청해 쿠킹쇼 이벤트를 진행한다. 콜야 클리버그 셰프는 LG전자 부스 내에서 LG 스튜디오 제품을 사용해 3가지 코스 요리를 만들어 방문객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LG전자 H&A사업본부 키친어플라이언스사업부장 박영일 부사장은 “프리미엄 빌트인 LG 스튜디오의 차별화된 성능 및 디자인을 바탕으로 유럽 빌트인 기반을 차곡차곡 다져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 LG 스튜디오 빌트인. 출처=LG전자

연결을 넘어 이제 적용이다

지금까지 나온 IFA 2017의 스마트홈은 사실 별반 특별할 것이 없다. 기존 IFA에서 나온  개념들이기 때문이다. 이미 초연결이 화두로 부상한 것은 4, 5년이 되었으며 이를 가전에 접목하고자는 노력도 꾸준히 있어왔다. 올해 IFA 2017에서 특별하고 자극적인 기술이 나오지 않아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그러나 발전하고 진화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올해 IFA 2017에서는 인공지능과 초연결이 가전제품에 '어떻게'를 넘어 '얼마나' 적용되는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삼성전자는 2020년까지 모든 자사 제품을 초연결로 묶겠다고 발표했으며 LG전자는 오픈 플랫폼 기조로 외부 협력을 강조하는 분위기다. 그 중심에서 유럽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합종연횡이 활발하게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스마트홈의 적용도 관건이다. IFA 2017에 참여한 기업들은 대부분 가전제품 회사며, 이들은 이미 구비된 '집' 내부에서 다양한 초연결 기술을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의 흐름은 스마트홈을 구현하는 가전제품 회사들이 건설사와 통신사들이 힘을 모은 '결과물'에 어떻게 적용하는지도 중요한 화두다.

대표적인 사례가 통신사와 건설사의 연합으로 탄생하고 있는 스마트 아파트, 스마트 오피스텔이다. KT는 이미 2019년 입주 예정인 인천 영종 시사이드(Seaside) 파크 레지던스 646세대에 자사 사물인터넷 라인업 중 기가(GiGA IoT) 홈 플러그와 열림감지기를 도입하기로 했다. 또한 홈 네트워크와 KT 플랫폼을 연동해 인공지능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 KT의 스마트홈. 출처=KT

김준근 KT GiGA IoT 사업단장은 "KT는 인공지능 서비스를 아파트뿐만 아니라 오피스텔·레지던스 영역으로 확장해 고객들의 주거생활 환경의 가치를 높이는데 노력하고 있다"면서 "국내 건설사들과 활발한 사업 협력을 통해 지능형 홈IoT 생태계 확장에 더욱 더 박차를 가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또 SK텔레콤의 사물인터넷 아파트는 입무 1만 세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은평 백련산 힐스테이트 4차(963세대), 영통 힐스테이트(2140세대)의 입주가 진행되며 여기에 사물인터넷 플랫폼을 제공한 스마트 아파트 세대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심지어 카카오도 움직이고 있다. 28일 포스코건설, 포스코ICT, GS건설과 각각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카카오의 인공지능 플랫폼 카카오I를 활용한 스마트홈 구축에 나선다고 밝혔다. 먼저 카카오와 GS건설은 음성형 엔진, 대화형 엔진 등 인공지능 기술로 아파트를 제어하고 사용자의 사용 패턴 빅데이터를 학습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또 포스코건설, 포스코ICT와는 카카오I 기반의 대화형 스마트 홈서비스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통신사와 ICT 회사들이 실제 건설사와 연합해 플랫폼을 구성하는 장면은, IFA 2017의 주역들인 가전제품 회사들에게 일종의 호기로 다가온다. 다만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남았으며, 통신사 등이 자체적으로 하드웨어 제조 능력을 키우는 것은 나름의 리스크가 될 수 있다. 이러한 고민이 IFA 2017의 중요 관전 포인트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 SKT의 스마트 아파트 내부. 출처=SKT

현재 스마트홈은 인공지능 스피커, 혹은 TV와 냉장고 등을 콘트롤 타워로 낙점해 통신사의 네트워크 인프라와 건설사의 실제 시공 능력을 바탕으로 빠르게 구현되고 있다. 비즈니스 모델의 단서는 이미 나왔고 인공지능의 가세로 더욱 똑똑한 업무처리 능력도 생겼다. 그 연장선에서 IFA 2017이 보여줄 '적용의 청사진'에 시선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