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 네이버 창업주를 둘러싼 논란이 점입가경으로 흐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네이버를 준 대기업으로 규정, 공시대상 기업진단으로 삼는 한편 동일인(총수)을 특정한다고 밝힌 가운데 이해진 의장은 공정위를 방문해 네이버를 '총수없는 대기업'으로 지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이해진 창업주는 네이버 보유 주식 11만주를 매각하기도 했다.

이번 사안은 '총수없는 대기업'의 정의와 이해진 창업주의 존재감, 그리고 ICT 기업의 특성과 투명경영은 물론 유사시 경영권 방어 등을 둘러싼 복잡한 문제들이 얽힌 고차 방정식이다.

▲ 이해진 네이버 창업주. 출처=네이버

"총수가 될 수 없다"

공정위는 9월1일 네이버를 공시대상 기업집단으로 삼는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현재 자산 총액 10조원 이상인 기업집단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 집단), 자산 총액 5조원 이상인 기업집단을 공시대상기업집단(준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하고 있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는 상호‧순환출자 금지, 채무 보증 금지,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 총수 사익편취 규제, 공시 의무 등이 적용되며 올해 처음으로 지정되는 공시대상 기업집단에는 총수 사익편취 규제, 공시 의무 등이 적용된다. 후자의 경우 준 대기업으로 분류되는 기업들이 속하며 공정위는 여기에 네이버가 들어가야 한다고 본다.

공정거래법을 보면 '동일인이 사실상 사업내용을 지배하는 회사의 집단'을 기업집단으로 부른다. 즉 동일인을 핵심 축으로 기업집단의 범위, 즉 계열사 여부를 판단하기 때문에 기업집단 지정 시 동일인도 함께 지정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다. 동일인은 우리가 ‘재벌 총수’라고 부르는 특정인으로, 공정위의 절차가 완료되면 네이버의 총수는 이해진 창업주가 된다.

네이버는 공시대상 기업집단에 속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해진 창업주가 총수가 되는 것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지난 14일 이해진 창업주가 직접 공정위를 방문해 김상조 공정위원장 등을 만나 이를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창업주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그는 지난 22일 종가 76만7000원에서 3% 할인된 74만3990원으로 시간외매매, 즉 블록딜을 통해 보유하고 있던 네이버 지분을 팔았다. 지분율을 기존 4.64%에서 4.31%로 낮췄다. 21일 블록딜을 시도하며 기관투자자들에 구애를 보냈으나 실패했고, 22일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지분을 기어이 매각하는데 성공했다. 네이버측은 "개인적인 일"이라며 거리를 뒀으나 업계에서는 공정위에 보내는 무언의 메시지라는 것이 중론이다. 지분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 출처=네이버

난데없는 논란...이해진 창업주의 친구는 누구인가

이 창업주가 블록딜을 통해 소량이지만 자신의 지분을 털어내던 시점에서는 업계내에 갑론을박이 심했다. 지분은 낮지만 그가 사실상 네이버의 임원 인사를 비롯해 중요한 대소사를 챙기고 있으며, 실질적인 지배력을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는 논리와 그의 지분이 4%에 불과하며, 의장직에서 물러나 글로벌 전략만 추진하는 현재의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는 반론이 충돌했다.

후자의 주장을 보강하는 논리로 일반적인 대기업과 달리 네이버는 족벌경영, 과도한 권력남용 등의 문제가 없다는 점,  라인과 스노우 등이 100% 자회사로 운영되는 등 투명한 경영환경을 자랑하고 있다는 대목도 부각됐다. 또 이 창업주를 총수로 규정하면 글로벌 무대에서 네이버의 이미지가 나빠질 것이라는 우려도 섞여있다.

하지만 ICT 업계는 29일 다시 술렁이기 시작했다. 공정위가 네이버를 공시대상 기업집단으로, 이 창업주를 총수로 규정하기 직전, 소위 '깜깜이 임원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네이버가 임원제를 폐지한데 따라 내부자 지분 보유현황을 파악하기 어려워진데 대해 논란이 불거졌다. 

실제로 네이버의 반기보고서를 보면 현재 임원 지분 공시의무가 있는 사람은 7명이며, 사외이사 5명을 제외하면 공시의무가 있는 임원은 변대규 이사회 의장과 한성숙 대표밖에 없다. 지난해 말 공시의무를 가진 임원이 30여명에 달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상당한 변화다.

왜 공시의무를 가진 임원의 숫자가 2명인 것이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일까? 과거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네이버는 지난해 이사직을 폐지한 후 올해 초 이해진-김상헌 체제에 이어 변대규-한성숙 체제로 변신하며 임원제를 전격 폐지했다. 이사 직위의 임원은 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일반 직원과 동등한 복리후생 대우를 받도록 만들었다. 당시 네이버는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빠르고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결정했다"라며 "임원 제도가 유연한, 또 빠르고 수평적인 문화를 지향하는 네이버에 적절하지 않다는 고민에서 시작된 시도"라고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네이버는 빠르고 기민한 수평적 조직을 만들기 위해 임원 제도를 폐지했으며, 이는 큰 틀에서 네이버가 추구하고 있는 조직철학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네이버는 2014년 팀제도를 폐지하고 셀 조직을 신설했으며 기획과 개발, 디자인 등 순차적으로 직무별 역할레벨을 줄여왔다. 또 2015년에는 본부 제도를 폐지하고 CIC(Company in Company) 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이사님 호칭'을 없애고 임원 제도를 걷어낸 것은 네이버 조직 문화의 혁신이라는 뜻이다.

변대규 의장, 한성숙 대표가 취임한 올 2월만해도 이러한 변화에 호평일색이었다. 수직적 조직문화를 타파하고 수평적이고 원활한 소통을 위한 파격적인 실험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임원이 직원으로 전환되며 생길 수 있는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일단은 네이버 용비어천가에 묻히고 말았다.

하지만 8월에 이르러 창업주를 총수로 규정하느냐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이미 폐지한 임원 제도가 다시 논란이 됐다. 임원 제도의 폐지가 조직문화로 보면 의미있는 실험이지만, 실질적인 임원의 역할을 수행하는 이들의 공시의무가 사라져버린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대기업 정책을 담당하는 입장에선 중요한 문제다. 공정위에 따르면 총수 지정은 특정인의 지분여부는 물론 실질적인 조직장악, 즉 비정량적인 영향력도 동시에 고려해 결정한다. 그런데 지난해 임원이었으나 올해 직원으로 규정된 30여명은 모두 각 조직에서 컨트롤 타워로 활동하고 있으며 이들은 이 창업주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것은 사실이다.

즉 사실상의 임원인 직원들이 창업주를 중심으로 뭉친 상태에서 창업주의 지분이 4.31%라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사실상의 임원인 직원들은 공시 의무가 없기에 실체를 알수 없음에도 유사시 이들의 지분은 이해진 창업주의 경영권 방어에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앞서 네이버는 올해 6월 미래에셋대우와 자사주를 교환하기도 했다. 확률은 낮지만 경영권 분쟁이 벌어질 경우 네이버가 가진 자사주를 미래에셋대우에 넘기면 의결권이 부활하고, 미래에셋대우가 일종의 백기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결론적으로 이 창업주는 자신이 총수가 아니라며 블록딜을 통해 지분을 낮추는 메시지까지 보냈으나, 따지고 보면 '이해진의 사람'으로 분류되는 사실상의 임원인 직원들 지분과 최악의 경우 백기사도 동원할 수 있는 안전판을 갖춘 셈이다.

▲ 김상헌 전 네이버 대표(왼쪽), 한성숙 현 대표. 출처=네이버

약간은 억지스럽다. 그러나...

네이버에서 공시의무가 있는 임원이 2명에 불과하지만 30여명의 직원들이 '이해진의 사람'으로 호위하고 있는 상황은 최근 이 창업주를 총수로 규정하는 문제와 만나면, 묘한 뒤틀림을 일으킨다. 만약 이 모든 일들이 이 창업주가 가진 총수로서의 영향력을 대외적으로 감추기 위한 '작전'이라면, 네이버는 기라성같은 국내 대재벌  뺨치는 내부관리능력을 보여주는 게 된다.

이러한 의심은 '네이버가 추진하고 있는 수평적 조직문화가 과연 구현되고 있는가'를 보면 판단할 수 있다. 임원 제도 폐지가 진짜 수평적 조직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면 현재 나름의 소득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의 네이버는 단순하게 '임원이던 사람들이 직원이 된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상반기 네이버의 1558명 남성직원(정규직 1512명-기간제 근로자 46명)은 1인당 평균 6478만원의 급여를 받았으나 974명의 여성직원(정규직 882명-기간제 근로자 92명)의 급여는 1인당 3862만원에 불과했다. 임원 제도를 폐지하면서 네이버는  '모두가 동등한 상태에서 노력만 하면 같은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지만, `여전히` 임원들은 직원이 되어도 비슷한 보수를 그대로 받고 있다. 남성직원의 반기연봉이 여성직원보다 2배에 달하는 이유는, 지난해까지 임원이었던 직원 중 절대다수가 남자직원이라는 점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네이버랩스의 성공에는 네이버의 수평적 조직문화가 큰 힘을 발휘했다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네이버의 근속연수는 상반기 기준 5.4년에 불과해 일반적인 대기업 10년과 비교해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고, 정규직 직원 비율은 94.5%로 일반적인 대기업과 비교해 낮은 편이다. 수평적 조직문화를 위해 임원 제도를 폐지한 것 치고는 성과가 미약하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시각에 대해 '억지스러운 끼워 맞추기'라는 비판도 있는게 사실. 일단 이 창업주가 총수로 지정될 만큼 네이버가 국내 대기업 지배구조와 비슷한 구조를 가진 것은 아닌 것은 분명하다. 나아가 임원 제도 폐지는 철저하게 수평적 조직 문화를 위해 고안했으며 제도시행은 아직 반년정도 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만약 이 창업주를 총수로 지정하는 문제가 불거진 후 임원 제도를 폐지하면 충분히 의심을 살 수 있으나, 시기적으로 보면 임원 제도 폐지가 먼저고 이 창업주 논란은 그 이후 상황이다.

이 창업주의 지배력에 대해서도 `지속성`을 따지면 변수가 많다는 말도 나온다. 지금이야 이 창업주가 임명한 `사실상의 임원들`이 조직의 중추 역할을 하고 있으나 이 창업주는 GLO(Global Investment Officer)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만큼 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인물들이 등용될 것이며, 자연스레 창업주의 영향력은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런 이유로 이 창업주의 총수 지정을 우려하는 이들은 "흔들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에는 네이버가 추구한 비전을 모두 음모론으로 몰면 곤란하다는 논리도 보태진다. 창업주는 4%의 지분을 가지고 있으며, 우호적 핵심직원의 지분을 파악할 수 없지만 이를 무작정 '총수 논란'과 연결하면 곤란하다는 뜻이다.

오히려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서는 이 창업주의 도전을 응원하고 이를 새로운 한국경제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네이버의 지배구조도 순환출자, 족벌경영이 없는 깨끗하고 투명한 구조이기 때문에 내부 감시망만 제대로 작동하면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 변대규 이사회 의장. 출처=네이버

"왜 총수를 원하지 않는가"

이 창업주의 총수 지정 문제는 보는 시각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 전형적인 양비론으로 흐를 수 있는 사안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 기저에 흐르는 근원적인 핵심을 찾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이 총수 논란을 둘러싸고 다른 각도에서 질문을 던져 보자. "왜 이해진 창업주는 총수가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가"이다.

일차적으로는 글로벌 전략에 차질이 생긴다는 주장이다. 만약 이 창업주가 총수로 규정되면 일반 국내 재벌 대기업 총수와 도매금으로 분류될 소지가 생긴다. 이렇게 되면 투명성과 공공성을 유난히 따지는 글로벌 ICT 업계에서 일종의 `낙인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가뜩이나 지난해 최순실 비선실세 논란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심에서 5년의 징역형을 선고받는 등 국내 대기업을 해외의 시선이 부정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부터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나 글로벌 전략을 짜고있는 이 창업주가 대기업 총수로 규정되면 사업에 애로사항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네이버가 지금까지 보여준 글로벌 전략이 철저하게 현지화 정책을 추구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지난해 3월 네이버 라인은 태국에서 미디어 데이를 열었는데, 현지에서의 고무적 성과 배경으로 '로컬라이제이션'이 아닌 ‘컬처라이제이션’이 꼽혔다. 바노미옹 라인 태국법인장은 "태국에서 확인된 라인의 강점은 철저한 현지화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신중호 라인주식회사 최고글로벌책임자(CGO)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로컬이라는 단어도 중심과 주변부를 나눠 접근하는 개념”이라며 “로컬이 현지화 전략의 중요한 열쇠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문화적인 측면에서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완벽한 현지화 정책이 네이버의 중요한 글로벌 전략이다. 이는 일본에서 거둔 라인의 성장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네이버 라인의 태국 미디어 데이. 사진=이코노믹리뷰DB

문제는 철저한 현지화 정책을 펼치며 네이버, 특히 네이버 글로벌 사업체는 서서히 대한민국 기업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이 창업주는 지난해 일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라인이 어느 나라 기업이냐'는 질문을 받고  "세금을 일본기업에 납부하고 있으니 일본 기업" 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일본 법률에 따라 관리되고 운영되고 세금도 일본에 납부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국내 라인 상장 기념 기자회견에서 이 창업주는 내신 기자들에게 '라인은 아시아 기업'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여담이지만 라인은 일본에서 지도 서비스를 하며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구글 지도를 사용하기 때문에 생긴 해프닝이지만 라인의 의식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즉 네이버는 글로벌 전략을 구사하며 철저하게 현지기업을 표방한다.

그리고 이는 이 창업주 논란에 있어 두개의 시사점을 보여준다. 바로 '총수가 될 수 없다고 버티는 이 창업주의 선택은 국적을 가릴 정도의 극단적인 현지화 정책을 펴는 네이버의 어쩔 수 없는 전략에서 기인했다'는 점과, '한국의 재벌 대기업과 차별점을 두고 싶어하는 결벽' 등 두가지로 정의된다. 여기에 하나의 각주를 추가해도 된다. 바로 '네이버는 언제든 말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네이버 독과점 문제와 이번 문제를 연결시킬 필요가 있다. 공정위가 네이버를 준 대기업 집단으로 규정하고 이 창업주를 총수로 정의하는 것은 당연히 본격적인 감독에 나서겠다는 신호탄이다.

최근 모바일 플랫폼 독점 등에 있어 많은 논란에 휘말린 네이버는 긴장할 수 밖에 없다. 그런 이유로 순순히 '공정위의 판'에 휘말리는 것보다 대외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명분(총수로 규정되면 글로벌 전략에 차질이 생긴다)을 통해 일종의 반발을 하는 것으로, 앞으로 벌어질 규제를 견제하려는 전략이라면 괜찮다. 

최근 글로벌 ICT 기업에 대한 각국의 압박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이해진 총수 논란은 본격적인 '규제와 반규제의 전초전'이 될 전망이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구글에 무려 24억2000만유로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한 상태에서 '국내 공정위도 네이버를 노리고 있다'는 주장이 실제 규제로 가시화될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