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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기의 BIZ in 인도] <27> ‘위풍당당’ 인도의 패밀리 비즈니스 후계자들
김응기 ㈜비티엔 대표. 한국외대 인도학과 겸임교수  |  expert@econovill.com  |  승인 2017.09.04  18:33:42
   

폭염경보를 알리는 문자 수신음으로 요란하던 지난 8월, 넥타이까지 맨 정장 차림의 인도 청년 12명이 필자의 회사를 찾아 왔다. 이들은 뭄바이 경영대학원 졸업연도 학생들로, 모두 인도 중소기업의 가업 승계자들이었다. 가업승계 교육과정을 전공하는 이들은 전임교수 인솔로 한국에서의 신(新)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체험학습으로 방한한 일정 중, 한·인도 교역현황과 21세기 무역의 개념, GVC(Global Value Chain) 사례를 듣고자 회사를 방문했다.

인도 패밀리 비즈니스가 특정 지역 특정 계층이 계통을 이룬다고 알려져 이들 집안과 지역에 대한 전력과 특성을 책으로도 내고 강연에서도 강조하곤 하지만, 어느 의미에선 인도 중소기업은 대부분 패밀리 비즈니스라고 해도 무방하다. 한정된 지역이나 계층에서의 이슈가 아니라 인도인의 뿌리 깊은 ‘가족우선주의’일 뿐이다. 학교를 졸업하고 당분간 외지에서 경력을 쌓는다고 해도 곧 가족 비즈니스가 이루어지고 있는 고향으로 옮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비록 미국이나 델리 같은 대도시에 있다가 제2,3 지역도시라 할지라도 회귀한다. 벵갈루루 IT기업 엔지니어로 근무하다가 ‘뽈라치’라는 타밀나두 소도시에서 가업 코코넛 사업을 이어받기 위해 이주한다. 물론 현대 경제에서도 승계할 만한 업종이어야 하고 또 혁신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 설 경우에 한하겠지만, 무엇보다도 가족이 함께 하는 가업 참여를 우선으로 한 것이다. 그런 그들에게 현대 경제에 걸맞은 능력이 절실했다. 이를 위해 가업 후계자에게 필요한 전문교육이 인도 대학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들의 학습기행이 예전에는 유럽으로 향하곤 했는데 수 년 전부터 일본과 한국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한국에 오더라도 처음에는 현대자동차,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의 준비된 방문객 프로그램을 따라가던 패턴이 점차 변하고 있다. 21세부터 27세까지의 대학원생 기업후계자 모두가 중소기업인 관계로 점차 자신들에 맞는 현실 수준의 경험과 비전모델을 찾고자 방문 눈높이를 조정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대기업 이외 대부분 중소기업에서 이들을 상대로 설명하고 질의응답을 나눌 인원이 부족하거나 아예 없다. 결국 외부 통역을 통해야 하는데 이럴 경우 직접 듣는 생동감과 현장감이 덜 전달되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낳곤 한다. 사전 확인된 바, 매우 유익한 교류의 장이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의 직접 소통이 부족한 것이다.

   
인도 뭄바이 경영대학원 학생들이 전임교수의 인솔로 비티엔을 방문해 토론시간을 가졌다. 모두 인도 중소기업의 가업 승계자들이다. 출처=김응기

그룹을 인솔하는 교수와의 사전연락으로, 필자의 회사 ‘비티엔’ 방문은 1시간을 예상했고, 40~50분 강의 후 10여분 질의응답을 할 계획이었는데 토론이 선천성 유전자인 인도인답게 강의 도중이라도 쏟아지는 질문으로 인해 강의는 2시간 내내 이어졌다. 전통적 가업을 넘어 새로운 비즈니스 비전을 찾으려는 청년들의 진지한 관심은 방문 후계자 12명 모두가 질문에 몰입하는 등 진지함과 열정 그 자체였다. 사실 이러한 소통을 기대하고 필자로서도 각 분야별 한국의 중소기업과 이들 후계자들이 만날 수 있도록 주선했으나 쉽지 않았다. 이유는 ‘소통’ 능력 결여와 관심 부재다. 설령 영어 가능 인원이 있어도 비즈니스 모델과 기술토론을 펼칠 내부의 관심이 낮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최근 한국 중소기업에도 변화가 있다. 더 나은 환경을 찾아 도시로 나갔던 중소기업 2세들이 청년실업난과 가치관 변화로 가업에 회귀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다만 이들에겐 지금의 중소기업 한국 시장은 협소해 2세 경영으로까지 이어질 기반이 취약하거나 허물어지고 있다는 데에 심각한 고민이 있다. 이런 와중에 글로벌 거대 시장 인도에서 찾아온 인도 청년들과의 만남엔 비슷한 눈높이로 비전을 찾는 공통 관심사에서 대단한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낼 소통의 가능성이 있다.

수로왕과 결혼하기 위해 배를 타고 온 인도 ‘허황옥’이라는 만들어진 신화를 두고 정부 예산으로 흥미 거리를 만들기보다는, 이 시대에 필요한 것은, 비행기 타고 찾아온 인도 패밀리 비즈니스 후계자들과 한국 중소기업 2세와의 만남에 대한 관심이다. 비즈니스 기회를 찾는 인도 중소기업과 기술력과 실천적 비즈니스 모델을 보유했으나 세계 시장 접근능력이 부족한 한국기업이 직접소통으로 새로운 성장을 만들 기회를 얻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선 관계기관의 지원은 ‘만들어진 신화, 허황옥’이 아닌 한·인도 후계자 만남에 먼저 행해지는 것이 시대 요청에 부합된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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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깊게 읽었습니다. 인도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네요. 가족을 매우 우선시한다는 점은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2017-09-12 21:5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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