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 카르텔인 석유수출국기구(OPEC)이 오는 11월 회의에서 감산합의 연장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 세계 산유량의 2%인 180만배럴을 줄이는 감산합의를 이행하고 있는데도 국제유가가 생각처럼 오르지 않는데 따른 것이다. OPEC 관점에서는 ‘정상화’가 안 된다는 뜻이다. 이는 리비아와 나이지리아 등 일부 OPEC 회원국의 산유량이 증가한 탓도 있지만 미국이 산유량 증가가 OLPEC 감산합의 효과를 무산신 탓이 크다. 국제 원유시장에서 산유량을 조절해서 유가를 조절하는 산유국인 ‘스윙프로듀서(Swing Producer) 역할이 OPEC에서 미국으로 넘어간 사실을 재확인해준다. OPEC이 스윙 프로듀서 역할을 탈환할 수 있을까?

OPEC,11월 빈 회의에서 감산합의 2018년 이후로 재연장 검토

미국의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24일자(현지시각) 보도에 따르면, OPEC은 오는 11일 오스트리아 빈 회의에서 감산합의를 2018년 이후로 연장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OPEC과 비OPEC 산유국 공동모니터링위원회(JMMC)는 같은 날 성명을 통해 내년 3월까지 생산을 축소하는 감산합의가 재연되는 가능성을 포함해 모든 옵션을 오는 11월 30일 오스트리아 빈 총회에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 OPEC 바스켓 가격 추이.출처=OPEC

 OPEC이 생산량을 감축하기로 한 것은 10년 만이며 러시아 등 비산유국과 함께 감산하기로 한 것은 15년 만이다. 지난해 12월 회의에서 올해 상반기까지만 감축을 이행하기로 했다. 올들어 1월부터 감산합의가 이행되어 유가가 오르자 OPEC은 지난 5월 빈 회의에서 감산합의를 내년 3월 말까지로 연장했다. OPEC을 이끌고 있는 산유국의 형님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솔선수범했다. 미국 수출량도 줄였다.

이미 OPEC 회원국이자 아프리카 2위의 산유국인 앙골라는 감산합의 재연장 찬성 의견을 밝혔다. 호세 B 바스콘첼로스 앙골라 석유장관은 한 인터뷰에서 “최대 수준으로 생산해서 저가에 파느니 생산 수준을 낮춰 유가를 올리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OPEC은 유가 안정을 위해 감산합의 중단은 검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시 말해 ‘출구전략’을 생각하지 않으며 회원국들도 각자도생을 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OPEC 회원국 전부가 감산합의 재연장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국가는 국가 재정 필요를 이유로 감산합의를 깰 태세다. 더욱이 OPEC이 지난해 12월 비회원국 러시아 등과 함께 올해부터 감산을 하기로 합의해 이를 이행중이지만 유가는 배럴당 50달러 아래로 다시 떨어진 50달러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올들어 5% 떨어졌다. OPEC 성명서가 나온 24일 하루에도 브렌트유는 1% 하락했다.

OPEC의 골칫거리 미국...감산합의 효과 무산 주범

OPEC의 골칫거리는 미국이다. OPEC 등 22개 산유국이 감산합의를 이행하고 있지만 미국의 셰일업체들의 증산으로 미국산 원유가 국제 원유시장에 콸콸 넘치면서 감산합의의 효과를 무산시키고 있다. 미국은 서부텍스산원유(WTI)를 OPEC 회원국인 베네수엘라에 수출하고 베네수엘라가 자국 원유에 섞어 이를 팔도록 하고 있다. OPEC의 감산합의로 빈 원유시장을 미국이 속속 챙기고 있다는 OPEC 회원국 불만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 미국의 산유량 추이.출처=EIA

미국의 산유량은 지난해 중반 이후 현재까지 13% 증가했다. 18일로 끝난 주에 하루평균 952만8000배럴을 생산했다. 전주에 비해 2하루 26만배럴 증가햇다. 지난주 산유량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2015년 6월 하루평균 961만배럴에 근접해 있다. 가동중인 원유 채굴기가 759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53개나 많아지면서 원유를 쏟아낸 덕분이다.

미국은 이제 자체 생산량 조절을 통해 전체 원유시장 수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산유국인 '스윙 프로듀서(swing producer)'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 그동안 스윙 프로듀서는 산유량이 하루 1000만배럴이 넘고 OPEC을 이끌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를 가리켰다. 유가 하락에도 미국 셰일업체들이 기대 이상의 생존능력을 보이면서 셰일오일을 생산한 덕분에 미국은 사우디와 어깨를 겨루는 스윙프로듀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 미국 주간 산유량 추이.출처=EIA

 

OPEC, 특히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속은 복잡하다. 유가 정상화를 위해 감산합의를 계속해야 하는데 감산을 해도 미국산 원유 탓에 원하는 수준까지 유가가 오르지 않고 있어 회원국 불만이 높은데 뾰족한 수가 없다. 미국에서 엄청난 무기를 사들이고 있지만 미국은 무기는 무기, 원유는 원유라며 모른체한다. 생산은 자기들이 하지만 원유시장의 권력은 미국과 영국의 선물시장이 쥐고 있다. 미국 정부의 수족 아닌 수족인 헤지펀드와 사모펀드 등은 선물가격을 쥐락펴락 하고 있어 유가 통제란 불가능하다. 배럴당 100달러를 넘던 시절은 ‘아 옛날이여’다. 지정학적 위기가 터지지 않는 한 유가가 배럴당 50달러 문턱을 넘기란 대단히 힘들다. 그래서 11월 회의에서 유가가 급등할 만한 소식이 나올 것 같지는 않다.  OPEC 을 비롯한 산유국의 속이 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