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네슬레

캔디 바 버터핑거와 애완 동물 사료 퓨리나의 제조사인 네슬레의 이야기는 1800년대 후반 스위스 숙적과의 합병에서부터 시작된다.

1867년 독일 태생의 약사 헨리 네슬레는 브베(Vevey)라는 작은 도시에서 우유 식품을 만드는 회사를 시작했다. 처음 만든 제품은 모유가 잘 나오지 않는 산모를 위한 유아용 시리얼로, 소 우유, 밀가루, 설탕을 섞어 만들었는데 빠른 기간 안에 큰 성공을 거두었다. 10년 쯤 뒤에 그는 100만 스위스 프랑을 받고 회사를 팔았다.

헨리 네슬레가 회사를 창업한 것과 거의 같은 시기에 한 낙농 회사가 생겨 그의 회사와 경쟁했다. 이 회사는 미국인 3형제가 스위스 캄(Cham)에 세운 앵글로-스위스 콘덴스드 밀크 컴퍼니(Anglo-Swiss Condensed Milk Company)라는 회사로 이 회사의 밀크메이드(Milkmaid) 브랜드는 신선 우유의 안전한 대체품으로 명성을 날렸다.

이 두 회사는 거의 20년 동안 치열한 경쟁을 하다가 1905년에 합병해 ‘네슬레 앤 앵글로-스위스 콘덴스드 밀크 컴퍼니’라는 긴 이름의 회사로 재탄생 됐다. 그리고 바로 이 회사가 뒷말 애완 동물 사료, 건강 보조 식품, 생수, 캔디 바를 생산 판매하는 다국적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기반이 된 것이다.

전쟁과 노동

네슬레는 비교적 일찍부터 해외로 사업을 확장했다. 미국에 공장을 처음 세운 것도 1900년이었다. 1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면서 정부와, 농축 우유와 초콜렛 공급 계약을 맺었다. 전쟁이 끝날 무렵 네슬레는 전 세계에 40개의 공장을 둔 대기업이 되어 있었다. 1938년에 그 중 하나인 브라질 공장이 최초의 상업용 즉석 커피인 네스카페를 개발했다.

2차 대전 중, 이 회사는 전쟁의 양측에 모두 물건을 팔았다. 유럽 공장에서는 독일 군대에 식품을 공급했고, 미국 공장에서는 미군에게 네스카페를 팔았다.

이 회사의 이런 접근 방법은 훗날 철저한 대가가 뒤 따랐다. 전쟁 당시 독일 점령 하에 있던 나라들에서 이 회사가 강제 노동을 시켰다는 홀로코스트 시대의 소송을 해결하기 위해 회사는 지난 2000년에 1460만 달러(167억원)를 지불하기로 합의해야 했다.

한 스위스 역사가는 2001년 보고서에서, “이 회사는 당시의 상황에 대해 걱정하거나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며, 생산이 지속되는 한, 각 공장의 경영이나 인사 정책에는 관여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썼다.

▲ 출처= zmescience.com

글로벌 성장

네슬레의 성장은 2차 대전 이후 가속화 되었다. 1947년, 이 회사는 폰더(Fonder)라는 조미료브랜드 회사를 시작으로

• 1960년에 크로스 앤 블랙웰(영국의 잼 및 통조림 식품 제조 회사)을
• 1963년에 핀두스(Findus) 냉동식품을
• 1971년에 리비(Libby) 과일주스를
• 1973년에 스타우퍼스(Stouffer) 냉동식품을 차례로 인수했다.

1970년대에, 네슬레의 경영진은 식품 산업의 침체를 예견하고 화장품과 제약 분야로 사업 영역을 다양화했다. 세계 최고 화장품 회사인 로레알(L’Oréal)의 지분을 사들였고, 안과 제품의 넘버 원 회사인 알콘 래보러토리스(Alcon Laboratories)를 인수한 것이다.

1981년 헬무트 마오커가 CEO 자리에 오르자, 그의 제 1성은 “침체된 회사에 생기를 불어 넣겠다”는 것이었다. 창업자인 헨리 네슬레 이후 처음으로 이 스위스 회사를 이끌게 된 독일인 CEO는 1980년대 식품 산업 업계의 대형 합병 물결을 일으켰다.

1984년, 마오커가 이끄는 네슬레는 미국 로스엔젤레스의 유가공 식품 회사인 카네이션(Carnation)을 30억 달러(3조 4천억원)에 인수했다. 당시로서는 석유 회사를 제외하고는 미국 역사상 최대 합병이었다. 카네이션도 네슬레처럼, 유가공 회사로 시작해 사업을 다각화한 유서 깊은 회사였다. 1899년에 설립된 이 회사는 유콘강을 따라 금광을 개발하는 회사들에게 농축 우유를 팔아 많은 돈을 벌었고 나중에는 고양이 사료인 프리스키 브랜드를 인수했다.

1988년에 네슬레는 무려 55억 달러를 쏟아 부어 파스타를 생산하는 대기업 부이또니(Buitoni)와 영국의 초콜릿 업체 론트리(Rowntree)를 인수했다. 1992년에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미네랄 워터 생산업체인 소스 페리에(Source Perrier)까지 사들였다.

스위스 로잔의 기업경영기법연구원(IMEDE)의 폴 스트레벨 교수는 1989년 한 인터뷰에서 네슬레의 이러한 합병 행진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마오커 CEO는 회사 문화에 생기를 불어 넣기 위해 인수 합병을 이용했고, 소속된 모든 조직으로 하여금 성장에 몰두하게 만든 것입니다.”

2002년에 네슬레는 또 핫 포켓(Hot Pockets)과 토스터 피자(Toaster Pizza)를 인수함으로써 26억 달러짜리 인수 합병을 성사시켰다. 그러나 캐드베리 슈엡스(Cadbury Schweppes)와 공동으로 추진한 125억 달러(14조 2천억원)짜리 허시(Hershey) 인수 건은 성사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