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도요타자동차

도요타의 전통적 디자인과 결별을 선언한 날카로운 인상의 C-HR 컴팩트 크로스오버가 일본 국내시장과 유럽 시장에서 크게 인기를 얻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도요타 자동차의 관계자는 “신차 C-HR 컴팩트 크로스오버는 그 동안 도요타 자동차를 좋아하지 않았던 사람들을 위한 차”라고 설명했다. 초기 판매 데이터를 보면 그것을 알 수 있다. 이 차를 산 많은 사람들이 도요타 비판론자들이었으니까.

사실 C-HR이 이 회사의 유럽 및 본고장 일본의 매출 성장을 거의 혼자서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7년 전반기에 이 두 시장에서 도요타는 15만 대의 자동차를 팔았는데, C-HR이 판매량의 10분 1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만약 C-HR이 없었다면 도요타는 이 두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미국에서는 C-HR이 2만 2500달러의 가격으로 판매를 시작했는데, 공급 제한과 대형 차량 수요 때문에 아직 본격적으로 판매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 차는 세계 모든 시장에서 도요타 차의 인식을 바꾸는 가장 중요한 사명을 잘 완수하고 있다고 C-HR 개발을 주도한 코바 히로유키 도요타 엔지니어는 말했다.

“과거에는 도요타 차를 쳐다보지도 않았던 사람들의 시선을 이끌 수 있었습니다. 이 차가 도요타의 차 같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그동안 도요타의 차는 사람들이 보면 지루해 했습니다. 뻔한 디자인이었기 때문이죠. 우리는 차를 잘 팔리게 하려면 모든 사람이 무난하다고 받아들일 수 있는 디자인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무도 불평하지 않는 그런 디자인 말입니다.”

C-HR은 바로 도요타에 대한 소비자들의 그런 인식을 바꾸려는 시도다. 이것이 디자인에 더 많은생명을 불어 넣으려는 이 회사 CEO 도요타 아키오의 계획이다.

작년 C-HR 시사회에서 코바 엔지니어는 이 차가 ‘도요타 자동차를 싫어하는 고객’을 위해 디자인되었다고 말했다. 날카로운 모서리와 가부키 배우를 연상시키는 전면 모습은, 연간 1천만대 판매라는 야심찬 목표를 품고 회사의 전통적인 디자인과의 과감한 결별을 선언한 것이었다는 것이다.

도요타는 C-HR의 디자인이 관능적이며 ‘섹시한 다이아몬드’를 닮았다고 말했다. 이 차를 처음 본 일부 월스트리트 저널 독자들은 이 차를  ‘웅크리고 있는 개구리’ 같다고 비유했다.

어떻게 보이든 간에 최소한 더 이상 지루하지는 않았다.

▲ 출처= 도요타자동차

1976년에 영국에서 도요타 딜러 사업을 시작해 지금은 13개의 도요타 딜러점을 운영하고 있는 가족 회사 ‘모토라인 그룹’(Motorline Group)의 토마스 오비는 이렇게 말했다.

“도요타 자동차를 팔기 위해 BMW를 포기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 C-HR을 보니 그럴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일본 국내에서, C-HR은 작년 말 판매를 시작한 이후 계속 선두를 위협하더니 마침내 올 4월에 판매 1위에 올랐다. 하이브리드 모델인 프리우스와 그 외 연비가 좋은 소형차들이 주도하는 시장에서 이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도요타에게는, 중국과 인도 같은 개발 도상국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있는 보급형 카테고리의 크로스오버가 절실히 필요했다. 크로스오버는 승용차와 해치백의 구조를 기초로 설계된다. 차체는 적재 공간이 넓은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과 유사하지만, 트럭 프레임을 기초로 설계되는 대형 SUV보다 연비가 월등히 좋다.

도요타의 미국 판매법인 대표 밥 카터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무엇이 미래의 성장을 주도할까요? 바로 혼다의 HR-V나 도요타의 CH-R 같은 보급형 크로스오버가 될 것입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이런 세그먼트가 없었지만, 이 차량들이 연간 1백만 대 팔리는데 앞으로 3~4년도 걸리지 않을 것입니다.”

미국에서 C-HR의 가격은 첫 차를 구매하는 사람들이 지불할 수 있는 가격대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미국 내에서 매달 단 몇 천 대가 팔리고 있을 뿐이다. 이는 도요타의 대형 고급 모델인 RAV4나 하이랜더(Highlander) 모델의 몇 분의 1에 불과하다.

도요타는 아직 수요를 충족시킬 만큼 충분히 생산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수요를 맞추기 위해 지금 미국에 공장을 짓고 있다.

유럽과 미국에서 판매되는 C-HR은 거의 도요타 터키 공장에서 생산된다. 터키 공장에서는 수요를 맞추기 주 6 일 조립 라인을 가동하고 있다. 회사는 생산을 추가로 증대 시키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버지니아주 스태포드의 도요타 자동차 딜러 브랜든 스탠호프는, C-HR이 처음 매장에 들어왔을 때 눈에 익기 까지 커피 한잔 마실 시간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스탠호프는 4월부터 13대의 C-HR을 팔았는데, 자신의 생각으로 그 정도면 적당한 성공이라고 말했다.

“마치 스포츠 카를 운전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스탠호프는 매장에 진열하기 위해 C-HR을 더 주문했다. 많은 고객들이 미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소형 크로스오버 모델인 일본 쓰바루의 크로스트렉(Crosstrek)과 비교해 보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쓰바루는 출시 후 첫 7개월 동안 5만대 이상 판매되었다.

C-HR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인 프리우스 프라임(Prius Prime)과 뉴 캠리(New Camry)와 함께, 도요타 아키오 CEO가 자랑하는 3대 첨단 디자인 모델이다.

프리우스 프라임은 더 크고 공격적인 전면과 매력적인 "이중 버블" 모양의 후방 윈드실드, ‘미래의차’같이 보이게 해주는 디자인 디테일이 특징이라고 회사는 자랑한다. 하지만 프리우스의 다른 버전이 수년 동안 판매 1위를 지켜온 가운데 프리우스 프라임의 판매는 일본 내에서도 신통치 않았다. 각 주요 시장에서 프리우스 프라임은 월 수 천대 판매에 그치고 있다.

도요타의 더 큰 시험은, 미국에서 한 때 베스트 셀러 차량이었지만 최근의 판매가 크게 떨어진 뉴 캠리다. 도요타 아키오 CEO는 지난 1 월에 ‘섹시함’(sexy)과 ‘정말 섹시함’(real sexy) 두 가지 취향으로 출시되었다고 말하면서 뉴 캠리의 디자인을 자랑했었다. 미국의 마케팅 정보회사 ‘JD 파워’가 뉴 캠리의 스포티한 스타일링을 ‘약간 어리석은’ 것 같다고 악평했지만, 회사측은 7월 말 일본과 미국에서 판매를 강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