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라카미 하루키의 2017년 신작 장편소설 <기사단장 죽이기> 1권 '현현하는 이데아', 2권 '전이하는 메타포' 출처= 문학동네

“그야말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베스트 앨범”

<기사단장 죽이기>의 출간 시에 일본 산케이(産經) 뉴스에 게재됐던 한줄 평이다. 1949년생, 우리나이로 69세로 곧 칠순을 목전에 두고 있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늙지 않았다. 아니 어떤 의미에서 그의 문학적 스타일은 이전보다 더 확고해졌고, 그의 상상력은 더 강력해졌다. 그리고 시대적 감성에 전혀 뒤처지지 않는 스토리텔링으로 독자를 한없이 몰입시키는 힘은 여전히 건재하다. 
  
<상실의 시대>로 60~70년대 일본에 몰아쳤던 민주화의 소용돌이 속 청춘남녀들의 사랑과 이별로 당대를 경험했던 젊은이들의 아련한 연애 감성을 일깨웠다면, 이후의 작품인 <해변의 카프카>, <1Q84>로는 시공간을 넘어서는 기발한 상상력으로 독자들을 매료시켰다. 

그랬던 하루키가 오랜 침묵을 깨고 2010년 <1Q84> 이후 7년 만에 들고 나온 장편 <기사단장 죽이기>는 수많은 하루키 마니아들의 욕구를 충분히 충족시키고도 남을만한 힘을 보여줬다. 그의 상상력은 이제 시간과 공간마저 초월했다. 플라톤 철학에서 말하는 ‘모든 존재와 인식의 근거가 되는 초월적 실재’인 이데아(Idea)의 개념을 이야기에 녹여내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상상의 범위를 확장했다. 

또한, 이 작품을 더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하루키의 뚜렷한 역사관(歷史觀)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일본을 대표하는 지성인으로써, 과거 일본이 주변 국가에 자행했던 여러 만행들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반성을 요구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그렇기에 때로는 자국 우익(右翼)세력의 공격을 받고 있지만 역사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하루키는 절대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는다.

<기사단장 죽이기> 내용 중에는 1937년 중일전쟁에서 일본군이 30만명에 달하는 중국인들을 무참히 학살한 ‘난징대학살’ 사건에 대한 하루키의 생각이 드러나는 본문이 있다. 아울러 이 사건은 작품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은 하는 계기를 만들기도 한다. 

하루키 특유의 섬세한 감정 묘사, 톱니바퀴처럼 맞아 떨어지는 정교한 스토리 전개, 존재의 근원까지 닿은 스케일은 왜 이 작품이 그의 베스트 앨범으로 평가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7년간의 재충전을 통해 하루키는 ‘가장 완벽한 자신만의 스타일을’을 만들어서 꺼내 보였다. 그 자체만으로도 이 작품은 몰입해 읽을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