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필드 고양 토이킹덤. 출처: 신세계그룹

# 직장맘 김수민(39세) 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오랜만에 회사에 월차를 내고 3살이 된 딸아이와 시간을 보내기 위해 A레스토랑을 방문했는데, ‘아이는 입장이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식당 주인은 ‘노키즈존’으로 운영되는 곳이라며, 일부 어린이들이 시끄럽게 해 다른 고객들을 방해하는 경우가 있어 운영방침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식당 주인의 정중한 설명에 수긍하고 돌아 나오긴 했지만,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거절당한 느낌인 데다 아이와 함께 라는 이유로 출입을 제한하는 것은 ‘차별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울거나 소란스럽게 온 레스토랑을 휘젓고 다니는 일부 아이들과 이런 아이들을 방치하는 일부 부모들 때문에 ‘노키즈존(No Kids Zone)’을 운영하는 공간이 많아졌다. 노키즈존을 운영중인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B레스토랑 사장은 “매장에서 아이의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업주가 더 많은 책임을 물어야 하는 사례도 있더라”라면서  “아이들 때문에 불편하다는 다른 고객들의 민원이 계속되면서 우리도 어쩔 수 없이 노키즈존을 운영하게 됐다”고 말했다.

저출산 시대에 ‘한명만 낳아 잘 기르자’는 부모들이 많아지면서 엄마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다양한 곳을 방문하지만, 이처럼 환영받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어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아이들이 뛰놀게 내버려두는 엄마들을 비하하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엄마라는 뜻의 영어 맘(Mom)과 벌레를 뜻하는 충을 합친 ‘맘충’이라는 비속어는 온라인 포털 사이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관련 사례가 많다.

예를들어 식당에서 아이가 뛰어 놀고 다른 테이블 손님을 방해해도 가만히 둔다든가, 아이가 먹을 음식이라며 식당 주인에게 메뉴에도 없는 음식을 무리하게 주문하는 게 대표적이다. 이 같은 사례가 알려지면서, 노키즈존을 운영하는 것은 차별이 아니라 사업자가 불가피하게 한 조치라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이런 현상은 초혼 연령이 늦어지고 아이를 키우기엔 경제 여건이 좋지 않다는 판단 등 여러가지 이유로 우리나라 출산력이 급속도로 하락하는 추세와 맞물려 있다. 외동아이만 둔 어머니의 지나친 자식사랑이 노키즈존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6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면 올해 6월에 전국에서 태어난 아이는 2만89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2.2% 줄었다. 1~6월 사이 태어난 출생아는 총 18만8500여명으로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3% 감소했다. 반기(半期) 출생아가 20만명 밑으로 떨어진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그렇지만 아이들이 외면만 받는 것은 아니다. 환영받는 곳도 많다. 복합쇼핑몰과 아웃렛은 오히려 아이들을 대환영한다. 

복합쇼핑몰·아웃렛은 ‘키즈 대환영!’

▲ 스타필드 고양점 브릭라이브. 출처: 신세계그룹

가족단위 고객을 겨냥한 공간인 복합쇼핑몰이나 아웃렛 등은 아이들만을 위한 공간 만들기에 주력하고 있다. 마치 쇼핑몰이 아이들을 위한 ‘체험학습’ 공간이라고 평가를 할 수 있을 만큼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24일 오픈한 스타필드 고양점이 가장 신경을 쓴 부분 중에서 하나가 바로 ‘키즈존’이다. 주변 상권 특성상 30대 젊은 부부가 많다는 점에 착안해 아이들과 함께 가족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대폭 늘린 게 특징이다.

스타필드 고양에서 선보인 완구 전문점 ‘토이킹덤’은 기존 매장에 체험형 콘텐츠와 식음료 시설을 결합해 테마파크형 ‘토이 콤플렉스’로 재탄생했다. 이는 어린 자녀를 동반한 가족 단위 고객들을 공략하기 위한 것으로 초대형 규모 새로운 콘셉트의 키즈몰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눈에 띈다. 롤플레이(역할극) 놀이공간인 ‘리틀 소사이어티’는 경찰서, 소방서, 건설현장, 슈퍼 등 어린이들이 실생활에서 호기심 있는 배경에 들어가 직접 주인공이 되어볼 수 있는 체험 장소다.

블록체험과 식사를 함께 할 수 있는 카페형 블록 전문 놀이방 ‘브릭 라이브’ 매장과, 엄마들이 마음 놓고 아이들이 뛰노는 것을 바라보며 브런치를 즐길 수 있는 ‘테라스 카페’도 마련되어 있는 등 키즈를 중심으로 가족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 점이 주목된다.

롯데 프리미엄아울렛 이천점도 키즈존 마련에 공을 들였다. 이천점 '패션&키즈몰'은 면적만 1만4200㎡로  어린이 직업 테마파크 리쏘빌과 신개념 키즈파크 닥터밸런스로 구성했다. 리쏘빌은 현실세계의 도시를 축소해 만든 2600㎡ 크기의 공간으로 영·유아부터 초등학생이 20가지가 넘는 직업체험을 할 수 있다.

‘닥터밸런스’는 아프리카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 한 초대형 정글 어드벤처다. 이 곳에서 어린이들은 놀이를 통해 순발력, 심폐지구력, 근지구력 등을 테스트할 수 있다. 또 이천점 패션&키즈몰엔 아울렛 최초로 완구 전문점 ‘토이저러스’가 1700㎡ 규모로 들어서는 등 아이들을 위한 공간 마련에 힘을 줬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일부 식당에서는 노키즈존을 고수할 만큼 아이들을 동반한 부모 고객 방문을 꺼리지만,  반대로 요즘 대형복합쇼핑몰은  아이와 함께 오는 부모가 메인 타깃”이라면서 “주 고객층이 어린 자녀를 둔 30~40대 젊은 소비자들로, 이들의 체류 시간을 늘리기 위해 어린이들을 위한 공간으로 차별화를 두는 것이 새로운 추세”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