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아마존이 가공음식(prepared meals) 배달 서비스를 위해 냉장 보관이 필요없는 음식 가공처리기술을 연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 중인 음식 가공처리 기술은 ‘마이크로웨이브 보조 저온 살균(Microwave Assisted Thermal Sterilization, MATS)’ 처리법으로 정해졌으며 워싱턴주립대 연구진이 개발했고, 현재 미국 콜로라도 주 덴버에 위치한 915 랩스(Labs)가 상용화를 위한 막바지 연구에 돌입한 상태다.

아마존은 왜 냉장이 필요없는 가공식품 개발에 나선 것일까? 여기에는 경쟁사 견제라는 일차적인 목표와 더불어 자체 생태계 강화를 위한 큰 그림이 숨어있다.

▲ 출처=디지에코

어떤 기술일까?
KT 경제경영연구소 디지에코에 따르면 MATS 처리법은 진공 포장한 음식을 70도에서 90도의 고압수에 넣은 후 마이크로웨이브로 10분 정도 살균 처리하는 방식이다. 음식의 맛과 영양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각종 세균과 병원균을 없앨 수 있다는 평가다. 물론 완벽한 맛의 보존은 어려워도 상당한 수준의 재현은 가능하다는 평가다.

이 방식은 냉장보관이 필요없고 보관 기간은 매장 선반 진열 시 최대 1년 정도라는 후문이다. 특히 보관 기간을 늘리고 맛을 유지하기 위해 나트륨, 식품 첨가제, 화학 조미료 등을 추가할 필요가 없어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일종의 유통혁명이다.

915 랩스의 MATS 시스템은 ‘마이크로웨이브 보조 저온 살균’과 ‘마이크로웨이브 보조 저온 멸균 (Microwave Assisted Pasteurization, MAPS)’ 처리 모두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2017년에는 맵스온리(MAPS Only) 시스템까지 제공할 계획이다. 현재 915랩스는 2017년 5월 대량 생산이 가능한 시스템을 상용화했으며 매년 1000만 개의 음식을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2017년 6월에 아시아 지역에서 MATS 방식으로 처리한 음식을 출시했으며 미국에서는 2017년 말에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미 관련 대표 음식도 개발됐으며 아마존 플랫폼에 입점한 파트너들과의 계약도 맺은 상태다.

디지에코는 “월마트의 중역으로 근무했던 솔브 더 푸드(Solve for Food)의 그렉 스플렉(Greg Spragg) CEO는 아마존 MATS 기술이 잠정적인 혁신기술(potential disruptor)이라고 봤다”며 “아마존은 자사 고객에 제품을 테스트할 것이며, 어떤 방향으로 갈지에 대해 감을 잡으려고 할 것이다”고 밝혔다. 여담이지만 솔브 더 푸드는 아마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MATS를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 출처=디지에코

홀푸드와 연결된 큰 그림
아마존의 MATS는 식품유통계의 새로운 변화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다만 새로운 기술을 보여줬다는 점만으로 아마존의 행보를 이해하는 것은 곤란하다. 아마존은 항상 그 이상의 새로운 그림들을 연속으로 준비하기 때문이다.

디지에코는 아마존이 인수한 홀푸드에 주목했다. 디지에코는 “아마존은 2017년 6월 유기농 식품 판매 업체인 홀푸드 인수를 발표하면서 식료품 판매 사업을 본격화한다고 이미 밝힌 상태”라며 “아마존이 가공식품을 자체 브랜드로 추가한다면 홀푸드 인수 효과를 크게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일종의 콜라보 전략이다. 홀푸드에서 판매되는 검증된 유기농 재료로 요리를 하고 MAPS 방식으로 가공 처리된 제품을 오프라인 홀푸드 매장과 온라인을 통해 판매하는 그림이다. 이렇게 되면 아마존이 가공식품을 포함한 신선식품 시장을 혁신하면서 식료품 판매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특히 아마존이 출시할 수도 있다고 알려진 밀키트(Meal Kit) 배달 서비스와 함께 가공식품 배달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확대되는 셈이다. 궁극적으로 에코와 에코 파생 라인업과의 연결도 가능한 시나리오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날의 상황에 따라 아마존을 통해 바로 조리해 먹을 수 있는 식재료인 밀키트를 배달시켜 요리해 먹거나, 요리를 하기 싫을 경우에는 구매해 놓은 아마존의 가공식품을 준비해 먹고, 혹은 배달시킬 수 있다.

디지에코는 “아마존은 고객들에게 홀푸드 매장 방문을 통한 식료품 구매, 바로 요리를 해 먹을 수 있는 식재료 배달 서비스, 그리고 요리가 되어 있는 레스토랑 수준의 가공식품 등 그날의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마존의 이러한 온오프라인, 나아가 가용할 수 있는 모든 플랫폼 전략이 구사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첫 타깃은 월마트가 될 전망이다. 실제로 아마존의 가공식품 개발 진짜 목적은 소비자들이 식료품, 특히 식재료와 같은 신선식품 구매를 할 필요가 없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전체 매출 50% 이상이 식료품 판매 매출인 월마트가 타격을 피할 수 없다.

나아가 현재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대부분의 제품은 아마존 이커머스 플랫폼을 통해서도 구매가 가능하지만, 야채와 육류 같은 신선식품은 매장에 직접 방문해 실제 제품을 확인한 후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중요하다. 아마존이 밀키트와 가공식품 배달 서비스를 통해 고객들의 매장 방문을 줄일 수 있다면 월마트는 재앙이다.

디지에코는 “현재 미국 유통 시장에서 온라인 쇼핑의 비중은 16.1%로 확대되었지만, 식료품 구매에 있어서는 온라인을 통한 구매 비중이 2.9% 수준”이라며 “2016년 기준 미국 식료품 판매 시장에서 월마트의 시장점유율이 21.4%로 1위지만 아마존이 홀푸드 인수와 함께 밀키트와 가공식품 배달 서비스을 무기로 삼는 다면 월마트는 궁지에 몰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 출처=디지에코

다만 아마존의 이러한 전략이 ‘적절하게 성공할 수 있는가’는 아직 미지수다. 일단 제품의 질이다. 아마존 식품 가공처리 기술은 음식의 맛과 영양소를 그대로 보전하면서 건강에도 좋기 때문에 가공식품 시장을 혁신할 가능성이 높겠지만, 문제는 실제로 이러한 식품 개발이 가능하냐는 것이다. 아마존은 아직 이에 합당한 실력을 보여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실력만 보증하면 꽃길이 예약되어 있다는 평가다. 만약 아마존이 사람이 섭취하는 음식뿐만 아니라 반려 동물용으로 영양가가 높고 장기간 보관이 가능한 식품을 개발한다면 아마존의 자체 브랜드인 아마존베이직스(AmazonBasics/단말 액세서리, 블루투스 스피커, 헤드폰, 배터리, 운동 액세서리, 가정용 소비 제품, 식기류, 반려 동물 용품 등을 판매)의 제품 확대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에코는 “현재 미국 내 아마존 프라임 가입자가 포화 상태”라며 “새로운 아마존의 실험은 플랫폼 자체에 큰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