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강도 8.2 부동산 대책이 나온 이후 부동산 시장에서는 ‘갭투자’나 분양권 거래 등 비교적 소액으로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사실상 없어졌다.

최근에 실물 자산 투자를 선호하는 투자자들이 대체 투자처로 부동산 P2P(Peer-to-Peer, 개인 간 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초저금리시대 연 1~2%의 은행 예적금보다 훨씬 높은 9~15%대의 수익을 기대해볼 수 있다는 점이 투심(投心)을 사로잡았다.

부동산 소유주가 P2P업체에 대출 신청을 하면 업체가 이를 투자 상품으로 만들어 다수의 소액 투자자들에게서 투자를 받고 대출 이자 등의 수익을 배당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부동산 P2P 업체는 주로 소형 빌딩이나 다세대·다가구 주택을 담보한 대출 또는 신축공사 대금 대출을 취급한다.

P2P금융 전문 크라우드연구소에 따르면 ‘건물·토지담보 P2P대출’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P2P대출’을 합한 부동산 P2P대출은 전체 P2P상품 중에서도 비중이 월등히 높다. 부동산 P2P 취급업체는 전체 163개 P2P업체 중 117개 업체(71.77%)다. 7월 기준 부동산 P2P 누적대출액은 전체 P2P 누적대출액 1억5340억원 중 59.98%인 9202억원이다. 부동산 P2P 취급액은 7월에만 840억원을 기록했다.

수익률도 부동산 P2P상품이 일반 신용대출 P2P 상품보다 높다. 전체 P2P금융 연평균 수익률 14.4%이다. P2P 신용대출이 연평균 12.57%의 수익률을 낸 데 비해 부동산 P2P 연평균 수익률은 14.77%로 더 높게 나타났다. 부동산 P2P 상품 중에서도 대출 이자율이 높은 PF P2P 대출 상품의 수익률은 이보다도 훨씬 높다.

부동산 전문 P2P 투자 플랫폼 ‘테라펀딩’에는 거의 매일 다른 투자 상품이 올라온다. 정수현 테라펀딩 홍보팀장은 “인기 있는 상품의 경우 1~2분 만에 투자 모집이 완료되고 대부분 반나절에서 하루 이상 넘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국내 부동산 P2P 업체인 ‘탱커펀드’의 임현서 대표는 “투자자 중 3040 직장인이 가장 많다. 주식 투자의 경우 시장 흐름이 빠르고 손익 변동성이 많아 일반 직장인이 투자하기에 어려움이 있다면, 부동산 P2P 상품은 투자 절차도 다른 금융상품에 비해 간편한 데다 소액 투자도 가능하고 주가연계증권(ELS)보다 수익률이 높아 관심이 크다”고 전했다.

국내 P2P업체 ‘어니스트펀드’는 부동산뿐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P2P 상품을 취급하지만 최근 부동산 P2P 상품 비중을 늘렸다. 어니스트펀드가 내놓을 예정인 평택 포승황제경제자유구역 인근에 있는 27억원 가치의 공장건물 부실채권(NPL) 질권담보대출 상품의 경우, 모집금액은 6억원이고 만기는 8개월, 예상수익률은 연 14%(세전)다.

▲ 출처=크라우드연구소

김범수 어니스트펀드 매니저는 “보통 부동산 투자는 목돈이 필요하지만, P2P투자는 최소 1만원부터 투자가 가능하고, 수익권 자산유동화대출(ABL) 상품, 소형·중대형 PF 상품, 주택담보패키지 상품, 준공자금 투자상품 등 고액자산가들만 투자가 가능한 다양한 부동산 투자상품에 투자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임현서 탱커펀드 대표도 “실물 자산에 대한 투자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환가를 매기기가 용이하다”면서 “신용대출의 경우 차주인 기업이나 사업자에게 부실이 발생했을 때는 투자금을 돌려받기가 어렵지만, 부동산의 경우 실물 자산이라 환금이 쉽다. 개발 단계의 상품이라 할지라도 준공 승인이 나 거래할 수 있는 부동산이면 현금 처분이 가능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말했다.

최근 P2P업계의 ‘빅 이슈’는 금융위원회가 지정한 P2P 대출상품에 대한 가이드라인(지침)이 시행된 것이다. 금융당국이 지난 5월 말 대출 투자금액을 1인당 1000만원으로 제한하는 P2P대출 가이드라인을 시행한 이후 무서울 정도인 시장 상승세는 주춤해졌다.

업계는 가이드라인에 따른 시스템 구축 등의 일정으로 상품 출시가 지연된 것이 영향을 준 것이지 투자심리는 이전 수준으로 회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크라우드연구소 관계자는 7월 기준 P2P 취급액은 가이드라인 시행 전인 지난 1~5월의 평균취급액 1328억원보다 32억원이 늘어난 1360억원으로 이르면 연내 누적대출액 2조원 규모로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당국이 가이드라인을 제정한 것은 급성장 중인 P2P시장 부실화 우려 때문이었다. 부동산 P2P상품 중에는 토지에 대한 담보권이 후순위거나 담보가 없는 경우도 있어 투자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개인 투자자의 반대편에 서 있는 개인 대출자들은 주로 영세 건축 사업자들이다. 시중은행 등 제1금융권은 신용도와 대형 시공사 참여 여부, 거래기록 등을 따지고, 제2금융권인 저축은행도 사업자금의 20% 이상을 자기자본 조달 등 영세 사업자가 맞추기 어려운 기준을 PF 대출에 적용한다. 채무 상환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P2P업체들의 경우 10~15% 자기자본비율 등 완화된 조건에 서류작업 컨설팅까지 해주며 중금리 대출을 유도해 많은 PF 사업 수요가 P2P 시장으로 흘러가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P2P대출 상품은 다시 말해 은행권 대출이 어려운 고위험 상품이라고도 볼 수 있다”면서 “소액이라고는 하나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부동산 P2P업계 관계자는 업체의 심사능력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투자할 것을 권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개발 단계의 물건의 경우 미래의 가치를 평가할 능력이 중요하다. 대출자 인터뷰, 서류 심사, 현장 심사 등을 통해 꼼꼼하게 상품을 발굴하는 회사인지를 보고, 각각의 상품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등을 따져본 후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