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도 파괴적인 비즈니스 빅뱅이 일어나고 있다. 한국의 금융산업은 성향이 보수적이고, 규제와 보안의 이슈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출현하기 어려운 구조로 되어 있다. 그래서 디지털화라는 변혁이 매우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전체 은행 고객 중 20% 정도가 점포를 방문해 은행업무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고, 현재 은행들은 장기적으로 점차 점포 수를 줄이고 비 방문자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한 모바일 서비스를 더욱 강화하는 수준에서의 변화를 진행하고 있다.

은행 점포 수는 2015년 7278개에서 2016년 말 기준으로 7103개로 감소했다. 우리은행은 위비, 신한은행은 써니뱅크, 하나은행은 하나원큐, 국민은행은 리브, 농협은 올원뱅크와 같은 모바일 앱을 개발해 서비스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모바일 앱들은 가입자의 약 30%만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디지털 파괴자나 디지털 트랜스포머가 되기보다는 단순히 기존의 은행업무를 디지털화하는 소극적인 변화만을 진행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런 금융권에 변화의 잔잔한 파고를 일으킨 회사는 금융회사가 아닌 모바일 디바이스 제조업체인 삼성전자였다. 2015년 8월 출시한 삼성페이는 첫해에만 누적 결제액 2조원을 기록했으며, 2017년 8월에 국내에서만 10조원을 넘어섰다. 한 번의 사용등록으로 카드번호 입력 없이 지문 등 생체인증을 통해 안전하고 손쉽게 결제할 수 있는 편의성이 주요했다. 현재는 해외 18개국에서도 사용 가능하며, 8억명의 중국인이 사용하고 있는 알리페이와도 제휴하고 있다.

또 다른 변화의 파고는 인터넷은행이다. 금융과 정보기술(IT)이 접목된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다. 지난 7월 27일에 금융시장에 발을 내디딘 카카오뱅크는 20일 만에 개설 계좌 수가 200만개를 넘어섰다. 이는 또한 4월 오픈한 1호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보다 가입자 증가 속도가 훨씬 빠르다. 4700만명의 카카오톡 가입자를 기반으로 카카오톡과 연계해 이용자 편리성을 크게 높였다는 것이 그 이유로 해석된다.

간편한 가입 절차, 낮은 수수료, 은행계좌 없이도 카카오톡을 통해 빠르게 송금할 수 있는 기능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기존 시중은행과는 다른 간편하면서도 안전한 카카오뱅크만의 보안 시스템도 돌풍을 일으키게 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이다. 이런 인터넷 은행은 비대면 채널이라 점포 운영 비용이 전혀 들지 않아서 대출금리 인하와 서비스 비용 감소로 이어져 고객에게 직접적으로 혜택이 돌아오게 된다.

인터넷은행은 금융과 정보기술(IT)이 접목된 이른바 핀테크(Fintech)가 우리 실생활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그대로 보여준 변화의 현상이다.

인터넷은행이라는 변화와 함께 또 하나의 파괴적인 비즈니스 빅뱅이 몰아치고 있다. 바로 가상화폐이다. 가상화폐는 실물 없이 온라인상에서만 존재하는 화폐로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생성되고 유지되는 전자화폐의 일종이다.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2009년이다.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익명의 개발자에 의해 개인과 개인(P2P) 네트워크 기반의 전자금융거래시스템인 비트코인(Bitcoin)이 제시됐고, 이 비트코인의 등장으로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과 연구로 지금은 수많은 다른 가상화폐가 거래되고 있다.

가상화폐의 가장 큰 특징은 실물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네트워크상에서 손쉽게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기존 화폐의 지역과 국가의 제한을 뛰어넘는다. 국내 대표적인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의 8월 19일 현재 하루 거래량은 2조6018억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이는 기존 코스닥시장의 하루 거래 대금인 2조4300억원보다 많은 규모다.

빗썸의 거래량은 이달 9일에 1조2000억원을 기록해 전 세계 가상화폐 거래소 가운데 거래량 1위를 기록한 데 이어 열흘 만에 다시 2조원대를 넘어선 것이다. 가상화폐가 아직은 법정화폐로 인정되고 있지 않아서 향후 전망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으나, 그래도 비트코인 관련 종사자들은 미래를 밝게 전망하고 있다.

핀테크와 가상화폐의 바람이 거세지면서 금융권의 비즈니스 모델과 영업방식의 전반적인 혁신은 생존의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