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 <논어>(論語)의 옹야(雍也)편에 나오는 ‘용인술(用人術)’에 이러한 대목이 있다. 인(仁)의 가장 기본인 “어진 사람은 자기가 일어서기 원하면 남을 먼저 일으켜 세우고, 스스로 성공하고자 하면 남이 먼저 성공하도록 돕는다”라는 내용이다.

자신이 잘 되려면 먼저 남을 배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공자와 삼장법사, 카네기 등 용인술에 뛰어났던 사람들은 모두 주위 사람들을 잘되게 해줌으로써 자신보다 재능 있는 사람을 곁에 두었고, 이들은 성공했다.

고승훈(38) 카드고릴라 대표에게 경영 철학을 묻자 “사람이 답이다. 사람에게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뷰 내내 사람을 생각하는 마케팅을 강조한 고 대표는 논어의 용인술을 연상케 하기 충분했다.

▲ 고승훈 카드고릴라 대표. 사진=이코노믹 리뷰 노연주 기자

고 대표는 카드 전문 비교분석 플랫폼 운영 업체인 카드고릴라를 운영하고 있다. 카드고릴라는 다양한 랭킹차트를 통해 카드를 추천해 주기로 유명한 포털사이트다. 회사는 현재 카드 추천 포털 업계에서 7년간 월 방문자 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올해 7월을 기준으로 누적방문자 수는 2400만여명이며, 월평균 방문자 수는 약 30만명에 이른다.

고 대표는 2010년 카드고릴라를 설립하기 이전, 현대카드 마케팅 부서에서 근무했다. 회사에 근무하는 도중 다양한 카드를 소개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자 회사에서 뛰쳐나왔고 카드 고릴라를 설립했다.

고 대표는 “다른 카드사에도 좋은 카드가 많은데 소비자에게 현대카드만 추천해야 하는 것이 안타까웠다”면서 “회사에 근무하면서 외국 카드사의 카드 마케팅 사례를 찾아보니 카드 추천 포털 연계 서비스가 많은 것을 알았다. 그래서 이 분야에 도전을 결심하고 회사를 그만뒀다”고 말했다.

자신 있게 스타트업을 구상한 그지만, 회사 행보는 녹록치 않았다. 카드고릴라는 설립 이후 1년 반 동안 직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다. 심지어 회사에 근무하는 공동창업자인 박준영 이사는 월급 없이 결혼 생활을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 대표는 외부투자자로부터 투자를 받을 수 있었지만 이를 거절했다.

이에 대해 고 대표는 “초창기에 고생을 많이 했다”면서 “투자를 받을 수 있었지만 내가 원하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 방향을 잡는 부분에서 투자자의 의견을 묵인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투자자가 있다면 원하지 않는 형태의 매출을 발생시켜야 할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라면서 “이렇게 되면 직원들과 함께 삶을 즐기면서 회사를 운영하기 어렵다. 다른 회사들은 투자를 받아 바쁘게 돌아가지만, 우리는 직원들끼리 잘 먹고 잘사는 것을 내실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고승훈 카드고릴라 대표. 사진=이코노믹 리뷰 노연주 기자

고 대표는 카드고릴라를 운영하면서 직원들에게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회사는 매년 직원에게 무료로 해외여행 비행기 티켓과 휴가, 각종 행사 티켓을 제공하며, 직원 개인의 사소한 문제도 회사가 나서서 해결을 자처한다. 그는 “회사가 돈을 많이 버는 일에는 큰 욕심은 없지만, 직원들에게 많은 임금을 주고 싶은 욕심은 있다”고 말했다.

고 대표는 가끔 직원들에게 회사 목표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는데, 그가 최근 제시하는 회사 목표는 ‘5층 사옥을 짓는 것’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고 대표는 “일에 대해 잔소리하는 것과 매출 목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직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일이다”라면서 “직원들에게 가족이 지향할 수 있는 목표를 제시해주고, 회사가 직원과 함께 하고자 한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직원들은 종종 신사옥에 관련된 이야기를 주제로 삼아 이야기를 나눈다고 한다.

회사 직원 간의 가족 같은 분위기를 지향하는 카드고릴라는 직원뿐만 아니라 회사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에게도 이 철학을 관통시키고 있다. 회사는 카드 추천 포털로서 소비자에게 그저 무미건조한 카드 추천 서비스가 아닌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해 소비자에게 정보를 최대한 주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 카드고릴라 사무실 전경. 사진=카드고릴라 제공

이에 고 대표는 카드고릴라에서 근무하는 15명의 직원 중 6명의 직원을 콘텐츠 전문 제작팀에 배치해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콘텐츠 제작 부서는 ‘20대’의 젊은 에디터들이 맡아 운영한다. 에디터들은 소비자들의 가장 큰 니즈를 체크하기 위해 현장에 나가는 일을 서슴지 않는다. 에디터들은 직접 밖에 나가서 사람들에게 묻고 들은 생생한 소비 현장 소식을 들려주고, 카드뿐만 아니라 항공과 호텔 등 다양한 카드 연계 서비스 정보를 제공한다. 카드를 알뜰하게 사용할 수 있는 카드 재테크는 물론, 한창 인기가 많은 카드를 카드고릴라의 데이터를 이용해서 소비자에게 설명하고 비교분석해주는 등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카드고릴라의 콘텐츠는 모두 소비자라는 ‘사람’을 향해 있다.

고 대표는 “카드고릴라의 최대 강점은 콘텐츠에 있다”면서 “우리나라 카드 사용자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포털이라고 자부할 수 있다. 회사가 기술적으로는 장점이 적지만 콘텐츠를 생산하는 직원들의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직원들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낼 수 있도록 업무 지시는 따로 하지 않는다. 에디터가 생각하기에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본인이 주도적으로 콘텐츠화하고, 다른 에디터들과 논의해서 발전시킨다”고 말했다.

카드고릴라는 현재 항공고릴라와 호텔고릴라 등 카드 연계 서비스 콘텐츠 개발에 힘쓰고 있다. 이번에는 얼마나 독특한 콘텐츠로 국내 카드 업계와 카드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을지 기대가 크다.

▲ 카드고릴라가 매년 개최하는 신용카드 월드컵. 사진=카드고릴라 제공

이렇게 사람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고 대표의 카드고릴라는 회사를 광고회사의 ‘영업’ 개념이 아닌 ‘가교’의 역할로서 자리매김하기 위해 노력해온 결과물이다. 카드고릴라의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카드 콘텐츠는 회사를 흥행가도에 올려놓았다. 어떤 카드가 좋다는 데이터 결과값으로만 추천하는 것은 소비자에게 와닿지 않는 경우가 많다. 소비자가 매달 같은 소비 행태로 카드를 쓴다는 기대를 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많은 카드 추천 핀테크 스타트업이 문을 열고 닫는다. 이들이 경쟁에서 뒤처지는 이유는 카드사의 생리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카드사 내부에서 하는 걱정과 이슈에 대해서 빠듯하게 알지는 못한다. 카드 추천 포털은 얼마나 정확한 알고리즘 시스템을 갖고 있느냐보다는 카드사 내부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을 잘 알아채야 한다. 몇천개에 달하는 카드에 대해서는 데이터로 정리할 수 있지만 각 카드사에서 발급이 이뤄지고 유의미한 카드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

수천개의 카드를 소개하면 소비자들은 피로를 느끼기 마련이다. 소비자들의 입장에서 유의미한 정보, 재미있는 이벤트, 다양한 콘텐츠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해야 그들이 보고, 읽고, 찾는다. 일반 핀테크 스타트업은 알고리즘 기반의 회사가 많기 때문에 개발자 중심으로 회사를 운영하는 경우가 많고, ‘어떻게 하면 개발을 잘할까’에 집중하기 때문에 경쟁 상대는 많은 반면 회사의 강점은 소비자에게 어필하기 어렵다. 반면 카드고릴라가 7년 연속 업계 1위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소비자도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그들이 정말 궁금해 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는 일에 투자했으므로 가능한 결과다.

고 대표는 핀테크 산업에 도전하는 젊은 스타트업 창업자에게 “실패는 안 할 수 있으면 최대한 피하고자 노력하는 것이 좋고, 청춘은 아프지 않는 게 좋다”면서 “실제로 실패를 겪게 되면 그 여파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본인이 파고들고자 하는 분야에 대한 공부를 충분히 하고 사업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어 “좋은 시장에는 반드시 대기업의 손이 뻗치기 마련이다. 반드시 대기업이 들어오더라도 살아남을 수 있는 변별력을 갖춰야 한다. 소비자들의 선호도에 알맞은 콘텐츠와 선택지를 늘리는 것이 포인트”라고 덧붙였다.

그는 앞으로 카드 업계 전망에 대해 “요즘 신용카드는 경영 전략 대안이 많다”면서 “앞으로 신용카드 결제액 자체는 커질 것 같지는 않다. 이렇게 되면 포인트를 쌓는 혜택보다는 할인 혜택이 두둑한 카드들이 속속 등장하기 마련이다. 카드사들의 카드 라인업은 훨씬 단순화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최근 카드사들은 신종카드 연구에 박차를 가하다가도 곧장 개발을 중단하는 일이 많다. 카드 하나 출시하는 일이 예전만큼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많은 제휴사를 보유하고 있는 카드사는 할인 혜택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시장에서 득세할 것으로 전망된다.

카드고릴라도 앞으로 더욱 다양하고 흥미로운 콘텐츠를 제작해 시장에서 경쟁을 주도할 예정이다. 고 대표는 “내년 초 리뉴얼이 끝나면 회원제로 운영해볼 생각이다”라면서 “구체적인 플랫폼은 아직 정하지 않았지만, 회원들은 호텔 예약 사이트나 항공권 예약 사이트와 제휴해서 소비자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인터뷰 내내 고 대표는 카드 이야기는 많이 하지 않고, 연신 사람에 대한 에피소드를 풀어내며 되물었다. 그런 고 대표는 인터뷰 말미에 “앞으로 카드고릴라 명의로 된 5층짜리 사옥을 지어 직원들에게 더욱 나은 근무 환경을 조성해주고 싶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정말 사람들을 향한 고승훈 카드고릴라 대표의 경영 철학과 사람을 향한 마인드는, 아마 업계 1위를 지킬 수 있었던 카드고릴라의 숨은 비법이 아닐까 싶다.

▲ 고승훈 카드고릴라 대표. 사진=이코노믹 리뷰 노연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