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 장관의 아내가 올린 인스타그램의 사진 한 장이 미국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지난 6월 스티브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과 결혼한 새신부이자 영화배우인 루이즈 린턴은 지난 8월 21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남편과 함께 정부의 전용 비행기에서 내려오는 사진을 올렸다.

사진만 올렸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텐데 사진과 함께 해시태그를 달아서 자신이 입고 있는 옷과 액세서리의 브랜드를 친절하게도 공개해놓은 것이 사달이 났다.

당시 입었던 명품 옷과 명품 선글라스 등의 브랜드 이름을 하나하나 해시태그(#)를 달아서 “#롤랑뮤레 바지 #톰포드 선글라스 #에르메스 스카프 #발렌티노 락스터드힐”이라고 인스타그램에 올린 것이다.

 

더욱이 브랜드를 일일이 나열하는 해시태그에 “#켄터키로 #당일치기여행 #최고로 좋은사람들 #아름다운시골”이라는 해시태그를 덧붙여서 정부의 비행기를 타고 개인 여행을 떠났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정부 관계자도 아닌 일반인이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부의 관용기를 타고 명품으로 온몸을 휘감은 채 여행을 했다는 사실이 많은 미국인을 자극한 것이다.

잡지 <뉴요커>도 이 부분을 지적하고 나섰다. 뉴요커는 기사에서 므누신 재무부 장관은 켄터키 루이빌 상공회의소에서 열리는 행사 참석이라는 공무상의 이유라고 해도 부인이 그 출장에 동반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해외로의 순방이 아닌 국내에서의 여행인데 재무부 장관이 왜 굳이 관용기를 타야 했는지도 의문시했다.

한 네티즌은 므누신 부인의 명품 자랑이 거슬렸던지 “우리가 세금으로 당신의 여행에 돈을 내준다니 기쁘다”고 비꼬아 글을 올렸다.

미국에서 정치인이나 기업인 등의 유명인들이 부를 과시하거나 명품을 둘렀다가 혼쭐이 난 것은 루이즈 린턴이 처음은 아니다. 대선 후보 당시 힐러리 클린턴이 소득불평등에 관련된 연설을 하면서 한화 1500만원에 달하는 아르마니의 옷을 입었던 것이 호사가의 입에 오르내렸다. 이방카 트럼프는 아버지의 대통령 당선 인터뷰에서 한화 1200만원 상당의 팔찌를 차고 나왔다가 구설수에 올랐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유명인들의 부의 과시와 명품에 대한 사랑이 한국에서처럼 엄격한 잣대가 적용되지도 않고 대개 비난을 받지도 않는다. 이는 부자들과 부에 대한 관점이 한국과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부자들이 자신의 재력에서 충분히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을 샀더라도 이를 ‘자랑’한다거나 ‘의도적으로 보여주는’ 느낌이 들면 즉각적으로 이를 비난하는 여론을 맞닥뜨리게 된다. 부자들에 대한 분노인 것인데, 그 밑바닥에는 ‘부자’라는 것이 자신이 성취할 수 없는 것으로 인정하는 절망감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미국인들은 부자들을 보면서 ‘나도 곧 저렇게 돼서 부를 과시해야지’라고 본다는 것이다.

미국의 작가이자 비평가인 프란 레보비츠가 이를 잘 설명했는데 “미국인들이 왜 부자들을 경멸하거나 이들에게 분노하지 않느냐면, 미국인들은 언젠가는 자신도 저들과 같은 부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므로 부자들이 명품을 치렁치렁 걸치고 부를 과시하더라도 다른 나라처럼 시기와 질투를 하는 게 아닌 부러워하고 동경하는 것이다. 맨손에서 출발해 성공을 이루는 ‘아메리칸 드림’도 이런 태도에 한몫했을 것이다. 일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이 그의 부에 대한 동경에 일부 기인한 것도 있다고 분석한다.

한편으로는 최근 부유층의 명품 소비와 부의 과시에 대한 까칠한 시선이 늘어났다는 점은 미국에서도 이제 아메리칸 드림은 불가능하고, 자신은 저들과 같은 위치에 갈 수 없다고 절망하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방증일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