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이 각자의 사업 의견을 공유하는 모습.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많은 사람들이 ‘사장님’이 되길 꿈꾸고 산다. 상사의 눈치를 볼 필요 없이 개인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멋지게 해내는 사장이 된 나를 상상하면 왠지 모르게 으쓱해진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그런데, 원하는 바를 상상하는 것과 조금은 다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인 걸까.

대학을 졸업한 후 취업이 안 되는 현실에 마땅히 갈 데가 없어서, 혹은 다니던 직장에서 미래가 보이지 않아서, 막연하게 지금 월급보다는 더 많이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등 다양한 이유로 특별한 목표 없이 창업을 하는 이들도 많아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오죽하면 묻지 마 창업과 같이 준비가 부재한 창업자를 일컫는 신조어로 ‘어쩌다 사장’이라는 말까지 생겨난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런데, 일을 하고 싶어도 정말 갈 데가 없는 청춘이기도 하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 청년층(15~29세)의 고용보조지표3은 22.6%를 기록했다. 고용보조지표란 실제로 일을 구하고 있지만, 실업률에는 잡히지 않는 잠재구직자까지 반영한 고용 관련 통계다.

올해 들어 더욱 악화된 모습이다.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체감실업률은 3월(0.1%포인트 감소)을 제외하고는 1월부터 7월까지 매달 0.6~1.8%포인트 올랐다.

청년층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실업률이 점점 더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 측은 “청년층 안에서 작년보다 대체로 고용보조지표3이 상승하고 있다”며 “이는 청년들이 체감하는 고용상황이 그만큼 작년보다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년층 공식 실업률은 5월(-0.4%포인트), 3월(-0.5%포인트), 2월(-0.2%포인트), 1월(-0.9%포인트)에서 1년 전보다 감소했다. 하지만 청년층 고용보조지표3을 보면 5월 0.9%포인트, 2월 0.7%포인트, 1월 0.6%포인트 증가했다. 실업률 수치로만 보면 개선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체감은 더욱 악화했다는 의미다.

이에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기업들에게 다양한 혜택과 지원을 제공해 청년을 고용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등의 고용을 적극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입은 모은다.

그러나 결국 장기 불황에 기업들이 고용을 늘린다고 해도 청년들을 다 받아줄 수는 없는 현실이라,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이 많아지는 수순이라면 근복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이 요구된다.

대학 졸업 후 창업비율, 우리나라 중국의 10분의 1 이유?

우리나라의 젊은 세대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창업에 도전하고 있지만, 그 비율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여전히 미미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중국 정부의 경우 적극적인 대학생 창업지원정책 덕분에 중국 내 대학생 창업자 수가 매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우리나라는 몇 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무역협회가 발표한 ‘중국 대학생 창업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중국의 대학교 졸업생 창업자는 615만명으로 전체 졸업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달했다. 2010년 109만명(1.7%), 2014년 478만명(6.5%)에 이어 매년 증가추세다.

우리나라는 창업자 비율이 2015년 기준 0.8%에 계속해서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한 해 동안 신규로 설립된 기업 수 역시 중국은 5528만개로 전년 대비 24.5% 증가했으나 한국은 96만155개로 전년 대비 불과 2.5% 증가에 그쳤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대학생 창업이 활발한 이유는 대학생만을 타깃으로 한 중국 정부의 구체적이고도 다양한 지원책이 있기 때문이다. 중앙정부 각 부처와 성·시정부는 창업지도, 학점 전환, 설비 제공, 자금 지원, 세금 혜택 등 실질적인 내용으로 대학 재학생과 졸업생의 창업활동을 장려하며 우수한 아이디어의 사업화를 지원해 왔다.

또 중국 정부는 400억위안(한화 약 6조8164억원) 규모의 정책펀드인 ‘정부 창업투자 지도 펀드’를 설립하고, 1465억위안(한화 약 24조9700억원)에 달하는 민간 자금을 참여시키는 등 민간 투자자들의 창업투자를 독려했다. 특히 창업투자기업과 개인에 대해 투자액의 70% 한도로 세금공제 혜택을 제공하는 등 파격적인 세금지원정책을 도입했다.

박선경 무역협회 상해지부 부장은 “사업화 자금지원, 창업 실적의 학점화 등 구체적인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나라 스타트업 기업들도 중국의 ICT 분야 창업을 위한 탄탄한 지원 인프라와 창업투자사·엔젤투자자들의 자금지원을 타깃으로 해외 진출을 고려해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도 최저 시급이 오르면 이 역시 단기적으로는 일자리 감소를 가져올 수 있다”면서 “계속해서 청년들의 체감실업률이 악화되고 있는 만큼, 정부의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직장인도 창업을 꿈꾼다 “원하는 일 하고 싶어”

직장을 다니고 있지만, 창업 꿈꾸는 직장인도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직장인 10명 중 7명은 창업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람인이 직장인 943명을 대상으로 ‘창업의향’에 대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73%가 ‘창업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창업을 하고 싶은 이유로는 ‘원하는 일을 하고 싶어서’(48.3%, 복수응답)가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정년 없이 평생 일할 수 있어서’(41.7%), ‘월급보다 돈을 많이 벌 것 같아서’(27.5%), ‘상사 눈치 없이 편하게 일하고 싶어서’(25.7%), ‘회사생활이 너무 힘들어서’(21.2%), ‘투잡 등 부수입을 얻기 위해’(20.2%), ‘성공하면 큰 보상이 뒤따라서’(15%), ‘업무가 적성에 안 맞아서’(14.1%) 등이 이유다.

창업 분야로는 ‘카페 및 베이커리’(25.9%, 복수응답)가 1위다. 뒤이어 ‘음식점 등 외식’(24.9%), ‘온라인 유통판매업’(21.7%), ‘오프라인 유통판매업’(14.5%), ‘펜션 등 숙박업’(13.5%), ‘모바일 앱 등 IT’(12.9%), ‘학원 및 교육서비스’(7.8%), ‘주점 및 유흥서비스’(7.3%), ‘광고, 홍보 등 마케팅’(7.3%) 등의 순이었다.

 

그렇다면 직장인들 중 실제 창업을 해본 경험은 얼마나 될까. 전체 응답자 중 창업 경험이 있는 직장인은 10.2%였다. 창업 후 사업체를 유지한 기간은 평균 21개월로 집계됐으며, 이들 중 현재까지 창업을 유지하고 있는 비율은 14.6%에 불과했다.

사람인 관계자는 “일을 해야 하는 시간은 길어지는 100세 시대에 살고 있지만, 퇴직 시기는 짧아지고 있다”면서 “제2의 직업으로 창업을 꿈꾸는 직장인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창업은 직무 전문성뿐 아니라 경영적인 측면도 고려해야 하는 만큼 철저한 사전 준비와 계획을 바탕으로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창업 분야를 보면 ‘카페 및 베이커리’나 ‘외식업’ 선호도 비율이 높았다. 이는 특별한 기술이 요구되지 않는 창업 분야로, 뚜렷한 목표 없이 창업에 뛰어들었다가 실패하는 비율도 높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사실 단번에 성공할 확률은 매우 낮은 게 현실인 데다, 창업 후 절반 이상이 3년 안에 사업을 접는다고 한다. 또 창업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창업 초기 비용에 대한 부담감 등의 이유로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환경에 의해 도전하지 못하는 경향도 보인다.

OECD가 지난 5월 발간한 ‘중소기업 경영환경 보고서’를 보면 한국은 2014년 기준 ‘창업 기회 인식’ 조사에서 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33위를 기록했다. 한국보다 순위가 낮은 국가는 꼴찌인 일본뿐이었다. 창업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이 있는지 묻는 ‘창업 역량 인식’ 조사에서도 한국은 역시 일본만 간신히 제친 33위였다.

‘창업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역시 1위 그리스에 이어 일본, 이스라엘 등이 상위권이었고, 한국은 7위로 한국 응답자 40% 이상은 실패할까 두려워 창업이 꺼려진다는 의견이다. ‘창업에 필요한 교육 훈련 접근성’에 관한 질문에서도 한국은 23위로 하위권에 그쳤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창업 관련 지원을 늘리고 규제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아이디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창업을 망설이는 사례가 많다”면서 “특히 금액적인 부담이 가장 크기 때문에 창업 초기 비용 부담을 지원하는 정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노 위원은 이어 “창업했다가 실패하는 사례가 많은데 지원뿐 아니라 실패 시 재도전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활성화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통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청년몰 조성’

▲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이 모여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있는 모습.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최근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진 전통시장을 새롭게 꾸며 전 세대가 함께 시장 안에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청년들이 지원을 받아 시장에서 새롭게 둥지를 틀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플랫폼의 지원책이 눈에 띈다.

정부는 정부와 건물주가 공동으로 전통시장 내 20여개 점포가 모인 청년몰을 조성하고 여기에 입점하는 청년 상인의 임대료 부담을 낮춰주는 ‘성과공유형 청년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청년몰로 지정된 점포들의 시설과 인테리어를 개선해주는 대신 건물주는 입점 청년상인에게 1년 동안은 임대료를 받지 않거나 낮게 받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는 청년 상인들이 창업 초기 높은 임대료 때문에 폐업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한 정책으로 중소기업청은 전통시장 내 유휴공간을 활용해 쇼핑, 문화, 체험 등을 함께할 수 있는 복합몰 형태의 청년 창업공간을 만들고 있다.

창의적 사업 아이디어를 가진 청년들에게 창업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임대료 지원으로 부담감을 덜고, 전통시장에는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전 세대가 방문할 수 있는 곳으로 취지에 대한 호응도가 높다.

대형마트의 동참도 눈에 띈다. 이마트는 지난 6월 경북 구미시 선산읍에 위치한 선산봉황시장에 전통시장·청년상인과 노브랜드가 힘을 합친 3자 간 모델을 선보인 바 있다. 뒤이어 경기도 안성시 안성맞춤시장에 전통시장·청년상인·동네마트와 4각 협력 모델을 선보였다.

특히, 안성맞춤시장의 경우 노브랜드 매장 바로 옆에 청년상인들이 직접 운영하는 ‘청년생생몰까페’를 신설해 청년창업을 측면 지원한다. 청년생생몰까페는 안성맞춤시장 청년상인들로 구성된 청년협동조합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며 시장을 찾는 고객들에게 쉴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신규 청년상인 점포 5곳의 매장 집기 중 일부를 이마트 비용으로 지원했다”면서 “청년들의 점포가 모여 있는 골목 40m를 ‘청년상인 창업거리’로 지정하고 간판 교체와 벽화 등을 새롭게 디자인하는 등 시장 분위기를 밝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청년들의 삶이 고단한 시대이지만, 이처럼 기존에 없던 모델을 토대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