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은 과연 우리나라에 들어올까?” 

지난 7월 국내 한 매체는 아마존이 한국 시장 진출을 위해 준비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한 금융사와 함께 전자결제대행(PG, Payment Gateway) 합작사를 설립했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아마존이 해외 시장에 진출에 앞서 현지에 PG업체를 설립해온 전례들이 있었기 때문에 이 내용은 한동안 국내 온·오프라인 유통시장 최고의 관심사로 회자됐다.

아직까지 아마존 측에서 한국 시장 진출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한 적은 없다. 그러나 다수의 전자상거래 전문가들은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동아시아 주요 국가인 중국과 일본에 먼저 진출한 아마존이 한국 시장 진출을 고려하는 것은 어떤 면에서 당연한 수순이며, 세계 어느 나라보다 전자상거래 유통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는 한국은 분명히 아마존에게 꽤 매력적인 시장(물론 한정적 수요와 작은 시장규모는 다음 문제로 한다면)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일각에서는 “아마존이 한국에 진출할 가능성은 0에 가깝다”고 단정짓기도 하지만 사실, 제프 베조스의 직접 언급이 아니고서야 그 무엇도 100% 장담하기는 어렵다. 

‘매력적인’ 한국 전자상거래 시장   

미국 유통 시장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구조가 재편되고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도 온라인이 업계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소매판매액은 2012년 350조원에서 2016년 384조원으로 34조원 증가했다. 연평균 증가율로는 1.9%의 성장으로 장기적 저성장 국면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전자상거래 시장은 꾸준하게, 그리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01년 3조3471억원에 불과했던 우리나라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는 2016년 기준 65조원에 이르며 20배 이상 성장했다. 특히 PC보다는 모바일의 빠른 성장이 돋보이는데, 우리나라 온라인 쇼핑에서 모바일이 차지하는 비중은 60%를 넘어섰다.

여기에 까다로운 국내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춘 온라인 마켓들의 높은 서비스 수준, 전국에 거미줄처럼 서로 연결돼 있는 물류 시스템, 1~2일 배송이 당연하게 여겨질 정도로 잘 갖춰진 배송 환경은 아마존에게 다른 나라들처럼 별도의 인프라를 갖추지 않고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하나의 메리트가 될 수 있다.     

아마존 한국 진출 예상 시나리오 

만약 진짜로 아마존이 한국에 진출한다면, 어떤 식으로 사업을 전개할 수 있을까. 아마존 전자상거래의 기본 구조는 다수의 구매자들과 소매 판매자들을 연결해주는 오픈마켓 플랫폼과 직매입 판매다. 현실적으로 이미 국내 전자상거래 업체들과 연결돼 있는 국내의 제품 공급자들과 아마존이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것을 어렵다고 본다면 우선 아마존은 오픈마켓 플랫폼을 통해 한국 시장을 공략할 가능성이 높다. 

- 해외직구·역직구 시장 중심 오픈마켓 형성

아마존이 국내에서 오픈마켓 서비스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다수의 판매자와 구매자를 모두 확보해야 한다. 가장 효과적으로 시장에 접근하는 방법은 ‘해외직구·역직구’다. 현재 우리나라의 해외직구는 아마존·이베이 2개 업체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아예 한국 소비자들의 접근을 막아놓거나 결제를 제한하는 사이트들과 달리 아마존은 한국의 소비자들도 VISA 또는 MASTER를 이용해 쉽게 결제할 수 있도록 체계를 마련해뒀다. 이는 해외직구가 중심이 되는 오픈마켓 구성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역직구도 마찬가지다. 국내 판매자들 입장에서도 글로벌 인지도가 있는 아마존을 통한 판매 채널 다각화는 매우 반가운 일이다. 2016년 기준 우리나라의 해외 역직구 시장 규모는 2.2조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82% 성장했으나 중국 판매비중이 80%가 넘고 글로벌 해외 직구의 주요 시장인 미국은 역직구에서는 약 6% 수준에 불과하다.

아마존이 미국, 유럽과 같은 사업지역으로 판매 채널을 확대해줄 수 있다면 국내 소매판매자들에게는 좋은 사업 확장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를 통해 아마존은 자신의 플랫폼으로 손쉽게 국내 판매자들을 유입시킬 수 있다.

이미 아마존은 ‘아마존 글로벌 셀링 코리아(Amazon Global Selling Korea)’를 통해 국내 판매자들의 해외시장 판매 성공 사례를 소개하면서 한국의 소매 판매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해왔다. 만약 아마존이 한국 시장으로 본격적으로 진출하려고 한다면 이러한 플랫폼들을 활용한 움직임은 더 활발해질 수 있다.

즉, 아마존은 해외 직구 시장부터 공략해 구매자들을 확보하고 해외 역직구 시장에 대한 높은 접근성을 통해 판매자들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진출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 늘 그래왔던 것처럼, 인수합병

앞서 설명했듯 아마존은 몇몇 해외 시장을 공략할 때 현지 업체들과 인수합병(M&A)을 통해 진출하는 방식을 택했다. 1998년 처음으로 영국으로 진출할 당시 아마존은 ‘Bookpages’라는 영국의 온라인 서적 판매업체를 인수했고 이는 Amazon UK(아마존 영국)의 전신이 됐다.

독일 진출 시에도 아마존은 Telebook이라는 독일 최대의 온라인 서점을 인수해 이를 Amazon DE(아마존 독일)로 키웠다. 2004년 중국에서도 아마존은 전자상거래 업체 Joyo.com을 인수해 이를 통한 중국 시장진출을 시도했다.

특히 영국과 독일에서의 인수합병은 성공적인 성과를 거뒀기 때문에 국내 시장 진출 시에도 동일한 전략을 시도할 수도 있다.

아마존의 인수대상이 될 수 있는 업체는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지배력을 보유하고 있는 업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이베이가 G마켓·옥션 등 국내 최대 규모의 오픈마켓 플랫폼 2개를 인수해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전례가 있으므로 아마존 역시 이와 유사한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있다. 더 현실적으로 생각해 G마켓이나 옥션이 아니라면 아마존은 대기업 매각설이 나오고 있는 SK플래닛의 오픈마켓 11번가 혹은 소셜커머스 위메프, 티몬 등을 한국 시장 진출에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큰 맥락에서 아마존이 한국 진출을 추진한다면 글로벌 인지도를 활용한 시장의 확장 그리고 기존 전자상거래 업체를 인수함으로써 해당 업체가 보유한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어디까지나 개연성에 근거한 가정이다.   

아마존 한국 진출보다 ‘더 현실적인’ 한계들 

온갖 가능성의 파악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아마존이 한국에 진출할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는 아마존의 한국 진출 시에 가정해야 하는 제반 조건들보다는 한계가 상대적으로 더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아마존이 미국과 더불어 해외시장 공략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었던 것은 효율적인 물류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배송서비스였다. 그러나 한국 시장은 아마존과 같은 체계적 물류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아도 당일배송 등과 같은 고도화된 배송서비스가 이미 아주 일반화된 개념으로 자리 잡아 있다.

여기에 기존 사업자들의 입지가 굳어져 있는 것도 아마존 한국 진출에는 큰 걸림돌이다. 일본에서 아마존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아마존이 일본에 진출했던 2000년이 일본에서 아직 온라인 쇼핑이 활성화되기 이전이었기 때문이다. 일본 시장에서는 이전까지 없었던 프라임 서비스를 선제적으로 제공해 많은 고정고객들을 확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국은 시장 상황이 2000년의 일본과 다르다. 온라인 쇼핑이 그 어느 곳보다 발달해 있으며, 주요 유통 대기업들을 비롯한 수많은 전자상거래 시장 참여자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또한 한번 카드 번호를 입력해 두면 다음 구매부터는 버튼 하나만 누르면 결제가 완료되는 아마존의 ‘원클릭(One-Click)’은 한국 온라인 환경의 ‘액티브X’라는 보이지 않는 장벽 앞에서 무용지물이다.   

아마존 “룰은 우리가 정한다”  

아마존은 지난 20여년 동안 보여줬던 기록들을 통해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왔고, 늘 세간의 예상을 뒤엎는 반전으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업계의 굳어진 관행이나 선례를 따라가기보다는 고객들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더 집중했고, 그에 따른 새로운 개념과 룰을 만들어왔다. 로고 디자인에서부터 ‘A에서 Z까지 모든 것을 우리가 다 하겠다’며 자신들의 도전 의지를 강조하는 아마존은 지금까지의 모든 예상을 뒤엎고 또 우리에게 새로운 화두를 던질 것이다(혹은 한국 시장 진출을 선언할 수도 있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아마존이펙트(Effect), 아마존포비아(Phobia), 아마존신드롬(Syndrome), 과연 아마존은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어떤 가능성들로 우리를 또 놀라게 할까?

이에 대해 제프 베조스는 우리에게 이렇게 답한다. “There'll always be serenipity involved in discovery(새로운 발견에는 늘 뜻밖의 행운이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