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신청 기업을 살리려는 서울회생법원의 회생법무절차가 선제적인 인수합병(M&A)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변모하고 있다. 특히 채무자 회사의 기업가치를 올리기 위한 장치를 적극 활용하며, 채무자 회사의 회생 가능성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24일 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5일 경영 부실로 기업회생을 신청한 태양전지 모듈 제조업체인 솔라파크 코리아가 지난 23일 주요 채권자와 회생계획안을 제출하자마자 서울회생법원 제3부(재판장 정준영 수석부장판사)로부터 회생개시결정을 인가받았다.

솔라파크 코리아는 앞서 지난 2012년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의 도움을 받아 워크아웃을 진행했으나, 구조조정이 부진해 회생절차에 돌입했다.

이 회사가 회생계획안을 제출한 직후 법원으로부터 개시결정을 받았다는 점에서 대우조선해양이 신청 전에 회생계획안을 수립하려던 P플랜 방식과는 차이가 있다.

개시 결정을 내린 서울회생법원은 "채무자 기업이 회생계획안을 제출한 후에 법원이 회생절차 개시결정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첫 사례"라며 "영미법상 사전협상계획안(pre-negotiated plan)과 같은 절차"라고 강조했다.

채무자 기업의 회생절차는 통상 ▲채무기업의 회생신청▲법원의 포괄 금지명령▲대표자에 대한 심문▲법원의 회생절차 개시결정 ▲법원측 조사위원의 채무기업 조사▲채무기업의 회생계획안 제출▲채권자 관계인 집회 ▲채권자간 회생계획안 가결(동의)후 법원의 인가결정 순으로 이루어진다.

대우조선해양은 회생신청 전에 사실상 채권자들의 동의까지 얻어 회생계획안(사전회생계획안)을 만들려는 P플랜 회생절차를 검토했다가 채권단의 극적 합의로 이 절차를 중단했다.

반면, 솔라파크 코리아에 대해 진행된 사전협상계획안 방식은 채무자 기업과 주요채권자가 회생신청과 동시에 발 빠르게 협상을 진행해 M&A추진을 골자로 한 회생계획안을 만들면서 채권자들을 포함한 이해관계인들의 동의를 얻었고 이후 법원이 이 계획안에 따라 개시결정을 내리는 순서로 진행됐다.  

종래 절차와 달리, 개시결정 후 법원으로부터 계속기업가치에 대한 정밀 조사등이 생략됐다. 이미 사전에 조사가 이뤄진 상태에서 회생계획안이 제출됐기 때문.

김·박 법률사무소의 윤준석 변호사는 "이번 솔라파크 코리아에 대한 사전협상계획안은 대우조선해양이 검토한 P플랜절차와는 다른 제도"라고 설명했다. 윤 변호사는 "P플랜은 채무자 기업에 대해 2분의 1 이상 채권을 가진 채권자가 채무자의 동의를 얻어, 아예 신청 전부터 회생계획안을 만들어 신청하는 것인데 사전협상계획안은 신청 후 개시 전에 회생계획안이 제출됐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 사진=이코노믹 리뷰 DB

법원, 곧 스토킹 호스 M&A절차로 전환

솔라파크 코리아의 사전협상계획안에는 인수자가 조건부로 투자계약을 체결한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솔라파크 코리아에 대해 공개적인 매각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즉 `스토킹 호스(Stalking-horse)` 매각절차를 밟는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미 사전협상계획안에는 이 회사를 인수할 인수자측과의 투자계획안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회생 성공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스토킹 호스는 공개적인 입찰 전에 우선 인수예정자를 물색해 조건부 투자계약을 체결한 후 다시 공개매각절차를 밟는 것이다. 조건부란 것은, 공개 매각절차에 더 많은 인수금액을 제시하는 기업에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부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서 지난 13일 한일건설 매각절차에서 고려제강이 우선매수권을 행사, 인수에 성공했었다.

서울회생법원은 "솔라파크 코리아는 워크아웃 과정에서 실사를 담당했던 회계 관계자가 가 회생절차 신청가 함께 법원측 조사위원으로 선임된 것이 주효했다"며 "이 덕분에 조사위원이 개시결정 전에 조사보고서를 제출하는 등 법원이 워크아웃 절차와 회생절차의 상호 관련성을 최대로 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2007년에 설립한 솔라파크 코리아는 태양전지 모듈을 제조하는 회사로, 2011년 중국 제조업체들의 덤핑 영향으로 매출이 급감해 전체 채무가 1669억원으로 늘었다. 

올 7월 기준 회사 순자산은 523억원이며, 2014년 881억원까지 기록한 매출은 2016년 374억원으로 급감했다. 솔라파크 코리아의 나머지 절차는 앞으로 약 2개월 정도 소요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