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IT회사 후지츠가 치열한 경쟁에 무릎 꿇고 휴대폰 사업 부문 매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점유율 5위인 후지츠가 휴대폰 시장에서 나간다면 2000년대 11개로 전성기를 구가한 일본 국내 휴대폰 제조업체는 소니와 샤프, 교세라만 남는다.

▲ 일본 IT업체 후지츠의 스마트폰 애로우NX 시리즈. 일본 언론들은 후지츠가 휴대폰 사업을 매각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출처=블룸버그통신

 

 휴대폰 제조 강국 일본은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닛케이아시안타임스와 저팬타임스 등의 보도를 보면 그 답이 보인다.  일본 시장에만 안주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개발하지 않아 최첨단 서비스로 무장한 외국 브랜드 앞에 침몰한 게 답이다.

닛케이아시안리뷰와 교도통신 등은 21일 소식통을 인용해 후지츠가 휴대폰 사업 부문 매각을 위해 이르면 다음달 휴대폰 제조업체와 사모펀드로부터 입찰 의향서를 받는다고 보도했다. 후지츠는 “공식 발표에 근거한 게 아니다”고 부인했다. 

후지츠는 지난해 2월 휴대폰 사업부를 ‘후지츠 커넥티드 테크놀로지스’로 분리 독립시키고 비핵심 분야 파트너를 물색하겠다고 이미 밝혔다. 이후 중국의 레노보그룹과 폭스콘, 일본 사모펀드인 폴라리스 캐피털그룹, 영국의 CVC캐피털파터너스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매각가는 수백억엔에 이를 것으로 닛케이는 추정했다.

후지츠가 휴대폰 사업부문을 매각하기로 한 것은 치열한 경쟁 탓에 수익을 내지 못하는 사업을 매각하고 핵심인 네트워크 인프라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구조조정 전략의 하나로 풀이된다.

시장조사회사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2분기 일본 스마트폰 시장에서 330만대를 판매한 애플이 41,3%의 점유율로 1위에 올랐다.이어 130만대를 판매한 소니가 점유율 16,3%로 2위, 갤럭시S8을 비롯한 70만대를 판매한 삼성이 8.8%로 3위에 올랐다. 삼성의 점유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 3.8%에 비하면 대단한 약진이지만 2013년 중반 10%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소니를 제외한 일본 국내 업체들은 죽을 쑤고 있다 노인층을 겨냥한 라쿠라쿠폰과 애로우 시리즈를 생산해 이동통신사 NTT도코모를 통해 판매해온 후지츠는 외국 업체들에게 밀려 시장 점유율이 낮아졌다. 샤프와 후지츠는 각각 6.3%와 6.1%로 점유율이 쪼그라들었다. 출하량도 310만대로 2011회계연도 800만대의 절반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후지츠는 휴대폰 사업부문을 매각하면 휴대폰의 개발과 생산은 중단하지만 휴대폰 브랜드는 계속 유지하길 희망한다. 이를 위해 가와사키에 있는 휴대폰 생산 자회사인 휴지츠 커넥티드 테크놀러지스의 지분을 유지할 계획이다.

후지츠는 또 자동차 내비게이션 시스템 제조회사인 후지츠텐을 도요타 자동차 산하 덴소 코프에 매각하기로 합의했으며 개인용 PC사업은 세계 최대 PC제조사인 중국 레노보그룹과 합병하는 논의도 오래전부터 해왔다.

후지츠가 휴대폰 사업을 접는다면 일본에서 휴대폰을 제조하는 일본 기업은 소니와 샤프, 교세라 등 단 세 곳만 남는다. 2000년대 초 11곳이었던 휴대폰 제조업체들은 대부분 후지츠와 같은 길을 걷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미츠비시 전기는 2008년, 도시바는 2012년 각각 사업을 접었고 NE와 파나소닉은 2013년 시장을 떠났다. 일본 업체들은 NTT도코모와 같은 이동통신 서비스업체들에게 의존해 기기를 파는데 안주한 탓에 방수성능, 간편결제 등 최첨단 서비스로 고객을 공략한 외국 경쟁사들에 밀릴 수밖에 없었다.

닛케이는 “일본 제조사들이 살아남기를 희망한다면 이동통신사의 원조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 혁신기술과 서비스를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