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이나 수술과 같이 과다 출혈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수혈은 필수적이다. 빈혈은 물론이고 과다 출혈이 발생하면 저혈압성 쇼크 등 생명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수혈을 하는 과정에서 부작용과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강동경희대 정형외과 유기형 교수는 “보통 수혈은 팩에 저장된 피를 주는데, 저장한 지 48시간만 지나도 적혈구 모양은 변형된다”면서 “그런 피를 지속적으로 수혈하면 혈관을 막거나 허혈 손상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출처=이미지투데이

혈액형이 맞지 않는 경우엔 수혈 후 몇 분 만에 위험한 증상(의식장애, 발열, 쇼크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심하면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 드물게는 수혈된 림프구가 면역 기능이 저하된 숙주(수혈받은 사람의 신체)를 공격해 간 기능 이상, 설사, 범혈구 감소증(백혈구, 적혈구, 혈소판이 모두 감소된 상태) 등의 증상을 일으키는 ‘이식편대숙주병’, 호흡 곤란, 저혈압, 저산소혈증 등이 나타나는 수혈관련 급성허파장애(TRALI) 등과 같은 심각한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

B·C형 간염 바이러스나 에이즈 바이러스(HIV) 등 보균자로부터의 감염 위험도 있다.

이 때문에 병원에서는 수혈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최소수혈 치료법을 시행하고 있다.

고용량 철분 주사제로 안전하게 빈혈 개선
최소수혈 치료법은 수술 환자에게 최소한의 혈액만 수혈하면서 모자라는 철분은 철분 주사제로 보충하는 방법이다. 암, 인공관절, 부인과 질환 등 다양한 수술에서 활용되고 있다.

유기형 교수는 “수술 전이나 수술 후 고용량 정맥 철분 주사제를 투입하면 피를 생성하는 철이 고용량으로 투입돼 최소 수혈 치료가 가능하다”고 했다.

실제로 국내 연구진이 최근 국제학술지 ‘미국의학협회지(JAMA)’에 게재한 내용에 따르면 ‘고용량 정맥 철분 주사제’를 투여하면 효과적으로 수혈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영우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 교수팀이 삼성서울병원 등 국내 7개 대형병원 위암치료 외과 의사들과 공동으로 한 연구는 위암 수술 후 5∼7일 사이 혈액 내 혈색소 수치가 dL당 7∼10g의 빈혈이 있었던 454명(평균 나이 61.1세)에게 고용량 정맥 철분 주사제 중 하나인 ‘페린젝트(페릭 카르복시 말토즈)’를 정맥에 주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그 결과 철분제를 정맥에 주사한 빈혈 환자 92.2%가 12주 후 헤모글로빈 수치가 연구의 1차 목표인 혈색소 반응(혈중 혈색소 반응 등재 당시보다 dL당 2g 이상 증가한 경우 또는 혈중 혈색소 수치가 dL당 11g 이상인 경우)을 보였다. 평균 혈중 혈색소 수치가 dL당 9.0g에서 12.3g으로 수치가 정상치에 가깝게 개선되기도 했다.

정맥 철분 주사제만으로 헤모글로빈 수치를 높여 빈혈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된 것이다.

김영우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위암뿐만 아니라 모든 질환의 수술 전후 빈혈에 정맥 철분 주사제가 효과적이고 안전하다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환자의 혈액 관리 전반의 임상 행태를 전환시킬 중요한 근거로 작용되는데 의미가 있다”고 했다.

▲ 최근 국내 연구진에 의해 '정맥 철분 주사제'만으로 헤모글로빈 수치를 높여 빈혈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됐다. 출처=이미지투데이

부작용 낮지만 급성 외상 환자 사용엔 제한적
한편 유기형 교수에 따르면 고용량 철분 주사제로 인한 부작용은 구토, 어지럼증 등 비특이적 증상이 대부분이다.

다만 고용량 정맥철분제 정맥주사는 급성 외상 상태에서 사용이 제한적이라는 단점이 있다. 

유 교수는 “주사제를 투여한다고 피가 바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2주~3주 정도 후에 피가 생성되기 때문에 큰 수술이 계획돼 있는 경우 미리 주사해 혈액량을 증가시킨 후 수술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급성 외상 상태에서 수술 전 주사를 투여하면 앞으로 받아야 할 수혈을 줄일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진료비
유 교수에 따르면 고용량 철분 주사제는 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수혈보다 가격이 높다.

유 교수는 “주사제를 공급하는 제약 회사마다 약값, 용량 등이 다르지만 보통 20만원 선”이라고 말했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주사제는 JW중외제약의 ‘페린젝트(페릭 카르복시 말토즈)’와 한국 팜비오 ‘모노퍼주(철이소말토시드착염)’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