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적 750만㎢로 세계에서 가장 큰 밀림 아마존(Amazon)에는 ‘아나콘다(Anaconda)’라는 뱀이 산다. 아나콘다는 몸의 길이가 12m에 이르는 뱀 중에서 가장 큰 뱀이다. 배가 고프지 않은 평소에는 공격성이 드러나지 않아 온순한 동물처럼 보이지만, 먹이를 사냥할 때의 아나콘다는 아마존이라는 정글 상위 포식자의 면모를 보여준다. 사슴과 같이 날렵한 동물뿐만 아니라 자신과 크기가 비슷한 악어를 한 입에 삼켜버리기도 한다. 아마존에는 아나콘다가 산다. 1994년 온라인 서점 사이트로 시작한 아마존닷컴(amazon.com)은 그로부터 20여년 후, 전 세계 유통·제조·물류업계에 진출해 이 모두를 아우르는 업체로 성장한다. 이러한 아마존의 행보는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긍정적인 의미의 ‘아마존 효과(Amazon Effect)’라고 표현됐다. 그러나 지금은 달라졌다. 마치 아마존 정글의 굶주린 아나콘다가 먹이를 사냥하듯 아마존은 수많은 산업 분야에 진출해 모든 것을 집어삼키고 있다. 이제 글로벌 산업계에서 아마존은 가히 공포의 대상이다. 이쯤 되면 ‘아마존 공포증(Amazon Phobia)라 표현해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1997년 첫 상장 당시 아마존의 주식은 주당 18달러(약 2만원)에 불과할 정도로 작은 업체였다. 그로부터 정확히 20년 후인 2017년 7월 미국에서 발표된 아마존의 시가총액은 최초로 5000억달러(약 560조원)를 돌파했다. 미국에서 시가총액이 5000억달러가 넘는 기업은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알파벳(구글) 그리고 아마존까지 총 4곳이다. 같은 기간 미국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강자 월마트(Walmart)의 시가총액은 2354억달러(약 267조원)로 아마존의 절반 수준이다. 이를 통해 아마존이 얼마나 큰 규모의 업체인지를 대략적으로 짐작할 수 있다.

세계를 벌벌 떨게 만들고 있는 기업 아마존, 과연 그들의 경쟁력을 만드는 원천은 무엇일까? 

 

포식자 아마존 "A to Z, 우리가 다 한다"

아마존(Amazon)의 로고를 보면 아마존이라는 문자 아래로 미소 짓는 입 모양이 보인다. 대강 보면 브랜드 네임을 캐릭터화한 그림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현재 아마존의 행보를 가장 잘 나타내는 상징적 의미가 숨겨져 있다. 로고를 조금만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하단 미소의 입은 화살표로 시작과 지향점이 있다. 화살표는 아마존의 A에서 시작해 Z를 가리키고 있다. 이는 ‘모든 것’을 뜻하는 관용적 표현 ‘A to Z’. 즉, 모든 것을 아마존을 통해 할 수(혹은 구매할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다.

아마존은 전자상거래 기업이면서, 클라우드 ICT 회사이며 동시에 가전기기를 설치해주며 유기농 신선식품을 판매하고 있는 업체다. 여기에 인공지능(AI) 스피커 에코(Echo)의 대중화를 전제한 유아용 식품, 기저귀, 욕실용품, 의류 등 수없이 많은 자체 개발 브랜드(PB, Private Brand)를 판매하고 있다.

오죽하면 미국에서는 “아마존이 몇 가지 사업에 진출했는가보다는 차라리 진출하지 않은 사업을 찾는 편이 더 빠를 것”이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다. 그렇다면 아마존이 메인 사업인 전자상거래 서비스 외로 새로운 영역에 진출을 선언한 분야는 대략 몇 가지 정도일까. 사실 이를 정확하게 헤아리는 것에 큰 의미는 없다. 유통·물류·IT를 아우르는 각 산업의 연결성을 고려하면 수백 가지에서 많게는 수천 가지 이상이 될 수 있는 ‘세기 나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다만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지표는 아니지만 1998년부터 거의 매년 계속된 아마존의 인수합병(M&A) 내역을 보면 어느 정도 가늠을 할 수는 있다. 1998년 영국과 독일의 온라인 도서판매업체 ‘Bookpages’와 ‘Telebook’의 인수를 시작으로 아마존은 2009년 온라인 신발 판매업체 자포스(Zappos), 2012년 물류자자동화 로봇 제조기업 키바시스템즈(Kiva Systems), 2014년 온라인 게임방송 사이트 트위치(Twitch Interactive), 그리고 2017년 온라인 신선식품판매 사이트 홀푸즈 마켓(Whole Foods Market)에 이르기까지 총 75개 업체를 인수합병 한다.

특히, 가장 최근 진행된 홀푸즈 마켓의 인수는 아마존이 약 137억달러(약 15조원)를 들인 역대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 거래로 기록됐다.  

<1998~2017 아마존 주요 인수합병 현황>

▲ 출처= 아마존

 

 

아마존이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계속하면서 최근 미국에서는 ‘아마존 생태계’라는 말도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는 미국인들의 모든 소비생활이 아마존이 제공하는 서비스 내에서 이뤄지는 현상을 빗댄 표현이다.

미국의 리서치 업체 디퓨젼그룹(The Diffusion Group)의 애널리스트 마이클 그리슨(Michael Greeson)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방송·식료품·금융·보험에 이르는 모든 소비행위가 아마존이라는 하나의 회사를 통해 이뤄진다고 가정해보자. 심지어 아마존은 일정 부분에서 이미 그것들을 실현하고 있다. 그 자체가 아마존의 위험성이다”라고 말했다.

아마존의 사업 확장이 이끄는 변화에 직격탄을 맞은 것은 미국의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다. 사실상 아마존이 이끌고 있는 미국 전자상거래 유통의 활성화로 인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아마존의 영향력은 미국 유통시장 전체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아마존이 미국 전역의 유통망을 집어 삼키면서 미국의 대표적인 오프라인 유통업체인 메이시스(Macys)와 시어스(Sears)는 수백 곳에 이르는 매장의 문을 닫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