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흔히 하는 농담이 있다. “재벌과 연예인, 그리고 애플 걱정은 하지 말아라” 이 농담에는 유독 국내를 중심으로 툭하면 위기설에 휘말리는 애플에 대한 자조섞인 풍자와 더불어, 스마트폰 혁명을 일으킨 애플 그 자체에 대한 일종의 경외감이 강하게 배어있다.

▲ 출처=위키미디어

또 위기라고 한다

애플이 또 위기설에 휘말렸다. 유독 삼성전자와 관련된 이슈와 얽히면 난데없는 위기설이 부상하는 묘한 타이밍의 연속이지만, 일단 차치하고 내용을 명확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애플 위기설의 근원은 아이폰에서 시작된다. 명실상부 애플의 간판스타이기 때문이다. 올해 2분기 기준 애플은 4100만대의 아이폰을 팔았다. 이는 전분기 대비 23%가 하락한 수치며 전년 동기 대비 출하량이 1% 늘어났음에도 점유율은 0.4% 포인트 떨어졌다. 또 영업이익은 87억달러에 불과해 지난 2009년 수준이다.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보면 애플은 시장 점유율 2위를 수성하고 있으나 11.2%에 불과하며, 3위 화웨이는 10.5%를 기록하며 턱밑까지 치고 올라오는 중이다. 오포는 8.2%, 샤오미도 6.4%로 치솟았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2분기 기준 점유율 5위로 떨어져 4위를 기록한 샤오미에도 밀렸다. 애플의 2분기 매출은 지난해와 비교해 중국에서 10%나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특유의 iOS 생태계는 위챗 등의 새로운 생태계 강자에 일격을 맞아 휘청이며 의외의 약점을 노출하기도 했다.

여기까지가 최근 애플 위기설의 핵심논리다. 요약하자면 아이폰 매출이 부진하고 영업이익이 하락했으며, 애플이 자랑하는 iOS 생태계도 완벽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위기, 위기, 위기...진짜를 찾아라

현재의 애플이 휘청이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특히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상황에서 프리미엄 단말기인 아이폰을 주력으로 삼은 애플을 두고 저물어가는 시장의 ‘끝’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애플의 위기를 다른 측면으로 해석할 여지도 충분히 있다. 먼저 아이폰 매출이 떨어지는 부분. 통상적으로 아이폰은 1년에 1회 하반기에 출시된다. 상반기 갤럭시S와 하반기 갤럭시노트를 출시하는 삼성전자와는 신제품 출시 주기가 다르다는 뜻이다. 그런 이유로 애플은 새로운 아이폰이 나온 후 폭발적인 성장 그래프를 그린 다음 서서히 하강, 다시 반등하는 구조를 반복한다. 2분기는 애플 입장에서 신제품 효과가 사라진 비수기며, 당연히 점유율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은 아이폰의 저력이 옛날처럼 강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지표로 보면 맞는 말이다. 2분기 애플은 아이폰4100만대를 출하했으나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3%나 떨어진 수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지표로 애플의 위기를 논하기는 어렵다.

아이폰은 현재의 애플을 있도록 만든 최고의 제품이지만, 동시에 심각한 리스크이기도 하다. 아이폰 판매가 애플 전체 매출의 7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아이폰 의존도가 심해지면 사업의 안전장치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전문가들은 애플 전체 매출에서 아이폰이 너무 많은 점유율을 가져가고 있으며, 이는 곧 애플의 위기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그러나 올해 2분기 애플은 아이폰 의존도를 전체 매출 대비 55%로 크게 낮췄다. 지난 3년간 가장 낮은 비율이다. 아이폰 매출이 비수기인 상태에서 4100만대 출하라는 평년작 수준을 기록했고, 아이폰 의존도 자체가 내려갔음에도 순이익 87억2000만달러의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한 셈이다. 아이폰에 이어 애플의 서비스 매출이 73억달러를 기록해 사상 최고점을 찍은 대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에서는 iOS 생태계가 제대로 된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지만, 세계적으로 보면 iOS 생태계가 여전히 콘텐츠 플랫폼을 중심으로 원만하게 작동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73억달러 매출 규모는 포춘이 선정하는 100대 기업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엄청난 성적이다.

심지어 애플은 2분기 기준 2615억달러의 막대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1분기 말 2568억달러보다 약 50억달러, 지난해 말보다는 약 150억달러가 늘어났으며 이는 우리나라 국민총생산(GDP)의 1.8% 수준에 달한다. 글로벌 OTT 강자인 넷플릭스를 세 번 살 수 있는 돈이다.

진짜 리스크를 공략하자

아이폰 매출이 줄어들고 점유율이 하락하며, 중국 등 일부 지역에서 iOS 생태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애플이 위기에 빠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는 변죽만 울리면서 자위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다만 ‘단순하게 시비를 거는 수준’에서 탈피해 이슈의 근원을 파고들면, 진짜 애플의 위기를 체감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신성장 동력이다. 애플의 현재는 안정적인 매출 구조, 지나친 아이폰 의존도 탈피, 사업 다각화 성공 등으로 매끄러운 행보를 보여주고 있지만 미래 신성장 동력을 정하는 일에는 다소 보수적으로 나서고 있다.

실제로 자율주행차와 증강현실 등 다양한 가능성이 타진되고 있으나 애플은 쉽게 나서지 않는다. 모바일에서 초연결로 넘어가는 중요한 순간이지만 현재 애플은 다소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결국 유통 전문가인 팀 쿡 CEO의 한계에서 애플 위기설을 보아야 하고, 방향성을 확실하게 설정하지 못하는 애플의 내부 조직문화를 진지하게 따져야 진짜 위기설과 만날 수 있다는 뜻이다.

애플은 그동안 여러차례 위기설에 휩싸였었다.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가 사망했을 때, 팀 쿡 CEO가 갑자기 애플의 수장으로 올랐을 때, 중국의 샤오미가 맹위를 떨쳤을 때, 비보와 오포가 치고 올라왔을 때, 전체 스마트폰 시장 한자릿수 성장이 현실이 되어갈 때 모두 위기설에 휘말린 바 있다.

위기설 이후 뚜껑을 열어볼 때마다, 애플은 성장했고 여전히 스마트폰 시장의 이익 80% 이상을 독식하고 있다. 현재 애플 시가총액, 8023억달러라는 수치가 제대로 증명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대장주 1위는 애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