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wcpo.com

전자상거래 업체에서 유통업계 공룡으로 변신한 아마존은 인수합병(M&A)에서 대개 불간섭주의를 지향해왔다. 그렇지만 유기농 식품업체 홀푸즈마켓 인수에서는 그런 불간섭주의가 제대로 통할 것 같지 않다고 미국의 경제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보도했다.

아마존의 홀푸즈마켓 인수로 소비자들은 에코나 킨들(kindle, 아마존의 전자책 서비스 전용 단말기)이 식품점 복도에서 팔리고 365일 유기농 식품이 아마존의 그린 쇼핑백에 담겨 배송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같은  단순한 교차 판매 차원을 넘어, 아마존이 137억달러(15.6조원)를 들인 거래에는 한 가지 큰 의문이 있다. '온라인 소매 거인 아마존이 이 오프라인 식품  자회사를 도대체 어떻게 통합하겠다는 것일까' 하는 것이다.

아마존이 사상 최대 금액의 인수 합병을 발표한 지난 6월 16일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아마존 경영진은 가벼운 변화(light touch)를 암시했다. 제프 윌케(Jeff Wilke) 아마존 소비자 사업부문 최고경영자(CEO)는 당시“우리는 홀푸즈가 사업을 이끌어 온 방식에 대해 무한한 찬사와 존경을 보낸다. 아마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악의 일이란 그것을 단절시키는 방식으로 변화시키는 것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홀푸즈의 존 매키 CEO는 "모든 것이 변화할 것이다. 그것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아마존은 홀푸즈를 독립해서 운영되도록 내버려 둘 수도 있고, 전체 개혁을 추진할 수도 있다. 합병 절차가 올해 안에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마존은 홀폴푸즈를 아마존에 통합하려는 계획에 대해서는 대단히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마존의 M&A전략을 잘 알고 있는 아마존 출신 관계자는 "세부 전략이 나오기까지 몇 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마존은 아직까지 별다른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번 거래가 불과 6주 만에 이뤄진 것이어서 매키 CEO 체제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 외에는, 두 회사 경영진 모두에게 구체적인 통합 계획을 마련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  지금부터 조직 운영, 가격 인하, 프라임 멤버십 혜택 도입 등과 같은 문제들을 정리해 나갈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홀푸즈를 개혁하지 않으면 아마존은 비효율과 계속 씨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너무 많이 손을 대면 충성 고객층과 직원들의 출혈을 감수해야 한다. 같은 매장의 매출 감소가 장기화할 수도 있다.

아마존은 과거 규모를 키우기 위해서 이거나 경쟁자를 제거하기 위해 인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인수한 기업에 간섭하지 않는 불간섭 원칙을 지켰다. 

2009년에 12억달러에 신발 온라인 판매업체 자포스(Zappos)를 인수하면서도, 자포스의 브랜드 인지도와 고객과의 관계를 유지 보존하기 위해 자포스가 자율 운영하게 했다. 두 회사는 운영 방침을 설정하고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만 통합하는 것으로 제한했다.

인수 전 자포스를 경영한 토니 흐시에 CEO는 “우리는 우리만의 문화와 사업을 꾸려가는 방식이 있다. 우리는 아마존을 이사회처럼 보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공급 체인의 효율을 높이고 비용 절감을 위해 일부 조정이 이뤄졌으며 홀푸즈도 이와 비슷할 것이라고 아마존 출신자들은 전망한다.

비디오 게임 대결을 중계 방송하는 스타트업 트위치 인터랙티브(Twitch Interactive Inc.)는 아마존이 2014년 9억 7000만 달러에  인수한 이후로도 벽 없는 개방식 사무실과 무료 카페테리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는 여전히 단독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트위치 사용자들에게 월 10.99달러의 회비로 게임 할인과 기타 여러 특전과 함께 아마존 프라임과 같은 혜택을 주는 트위치 프라임을 만들어 아마존 프라임 회원수를 늘리는 공동 전선을 펼치기도 한다.  

아마존의 윌케  CEO는 아마존과 홀푸즈 고객이 중첩된다고 공개로 말한 만큼,  홀푸즈도  특별 가격 할인과 서비스 제공을 통해 프라임 회원을 늘리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문제는 그렇다 하더라도 문화적 충돌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홀푸즈는 각 매장에 자율권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직원의 충성도를 보상해 왔는데, 이것이 회사 전체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정책과 근무 연한에 따른 실적 보상을 지향하는 아마존과 조화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아마존은 구매 채널을 완전히 통합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창고용 로봇 제작회사 키바(Kiva) 인수가 좋은 예이다. 아마존은  2012에 상품이 실린 선반(팔레트)을  근로자에게 날라주는 로봇을 제작하는 키바를 7억 7500만 달러에 인수했다.  이는 아마존의 운영 효율을 개선시키는 것은 물론 키바의 기술이 경쟁자의 손으로 넘어가는 것을 막는 효과도 있었다.

키바의 글로벌 영업 이사로 2015년까지 재직하다 로봇제작 회사 '식스 리버 시스템(6 River System)을 창업한  제롬 듀보이스는 "아마존이  키바 인수를 매우 전략적으로 추진했다"면서 "키바를 독립 운영하려 했지만, 결국 그럴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앞서 2010년에 아마존이 인수한 유아용품 사이트 '다이어퍼스 닷컴'(Diapers.com)과 그 외 몇 개의 웹사이트를 보유하고 있는 쿼드시(Quidsi Inc.)도 마찬가지였다.  아마존은 매입 대금으로 5억 5000만달러를 지불했다. 이 금액에는 유아용 유동식이나 기저귀 같이 부피가 큰 상품을 어떻게 하면 더 수익이 더 날 수 있도록 배송할 수 있는가에 대한 쿼드시의 노하우를 포함한 공급 체인의 전문성과, 탁월한 온라인 회원 가입 모델에 대한 대가도 들어있다.

이 회사 역시 합병된 후 처음에는 독립 경영으로 시작했지만, 아마존은 재빨리 배후 경영자로 경영에 공동 참여했고, 재고를 공유했다. 결국 두 회사의 이질적진 문화가 충돌하면서 쿼드시의 창업자가 떠나자 아마존은 곧바로 이 사업부를 완전 통합했지만, 최근에 이익을 내지 못해 문을 닫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