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마케팅 코칭을 위해 부산에 있는 한 화장품 회사를 방문했다. ‘제품은 좋은데 마케팅을 할 돈이 없다. 돈만 있으면 마케팅을 잘할 수 있다’라는 설명을 들었다. 마케팅을 하지 못하는 이유가 과연 돈의 문제일까? 만약 돈만 있다면 마케팅을 할 수 있을까? 아니 마케팅이 될까? 돈만 있으면 마케팅이 된다면 마케팅은 식은 죽 먹기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돈을 충분하게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들이 있다.

현대자동차는 ‘세련되고 당당한’ 포지셔닝 전략을 수립하고 2005년부터 2010년까지 커뮤니케이션을 전개했다. 이때 사용한 슬로건이 ‘Drive Your Way’다. 혹시 독자들 중에서 이 두 가지 ‘세련과 당당’, ‘Drive Your Way’라는 단어를 기억하고 있을까? 그리고 2011년부터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는 현대자동차의 브랜드 방향과 슬로건이 무엇인지 알고 있을까? 고객이 기대하는 현대자동차의 가치는 무엇일까? 고객이 그 브랜드를 구매해야 할 이유를 밝혀주는 것이 브랜드의 방향(고객가치)과 슬로건이다. 만약 고객 혹은 잠재고객이 우리가 제안하는 가치를 모른다면 그동안 진행한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돈이 있어도 마케팅을 하는 것은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 마케팅은 고객의 마음을 얻어야 하는 것이다.

락앤락은 밀폐력으로 강력한 포지셔닝을 구축한 브랜드다. 돈이 많아서 포지셔닝된 것이 아니라 평범한 용기임에도 고객들이 절대적으로 요구하는 밀폐력을 구현했기 때문이다. 제품의 본질로 마케팅이 된 것이다. 그런 락앤락이 밀폐력과 관계없는 조리기기와 유아용품으로 확장을 했다. 확장의 결과는 생각보다 좋은 것 같지 않다. 다시 앞으로 돌아가 질문한다면 돈이 없어서 못한 것일까? 돈이 있는데도 안 한 것일까? 이미 돈이 있는 회사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확장에 따른 성과가 잘 나타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략의 부재라고 진단하고 싶다. 브랜드가 제안하는 핵심가치가 같다면 확장에 문제가 없다. 만약 핵심가치가 다르다면 확장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락앤락은 밀폐력을 강조하는 제품으로는 무한 확장이 가능할 수 있지만, 밀폐를 하지 않는 제품으로는 확장의 한계가 분명하다. 돈의 문제가 아니라 전략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앞에서 언급한 부산의 한 기업은 에스테틱 화장품 회사다. 주로 전문숍에 납품을 했다. 매출 규모에 비해 거래처와 브랜드 수가, 그리고 제품의 종류가 너무 많다. B2C 브랜드가 되고 싶어 한다. 그래서일까 아이돌 가수를 모델로 광고도 제작했다. 에스테틱인데 아이돌 모델에 자연을 주장하고 있다. 뭔가 이상하지 않는가? 창업을 한 지 꽤 되지만 제품 판매를 강조할 뿐 마케팅 전략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다. 마케팅을 입에 발린 소리로, 포장으로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예시한 바와 같이 전략이 약하면 돈이 있어도 마케팅이 잘 되지 않는다. 고객에게 제안할 핵심가치부터 찾아야 한다. 마케팅은 고객의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본질이다. 따라서 고객이 원하는 것을 찾아 제안할 때 시장은 열리게 되어 있다. 화장품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다. 고객에게 그만큼 차별적인 가치를 제안하기 어렵다. 그럴수록 뾰족한 제안을 해야 한다. 돈이 아니라 전략이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