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노연주 기자

그 남자의 물건 - 그 남자는 어떤 물건을 사랑할까?

그 남잔 또 혼자 놀 생각이다. 매번 주말이 이 모양이다. 이번엔 집 구석에만 있을 계획이 아닌 듯하다. 아무 옷이나 대충 걸치고 외출한다. 평일과는 다른 자연인 모습이다. 한 손엔 A4용지보다 작은 의문의 검은 물체를 들고 있다.

어디 밥이나 먹으러 가겠지. 분명 또 냉면일 거다. 같은 식당일 게 분명하고. 예감은 틀리는 법이 없다. 오늘은 회냉면을 먹더라. 그 다음 행선지가 집이 아닌 건 의외다. 옷차림에 어울리지 않는 예쁜 카페로 가더라.

아메리카노 하나 사들고 집으로 갈 줄 알았는데 거기 눌러앉는다. 테이블 위엔 그 남자가 준비해온 검은 물체가 놓여있다. 제대로 보니 태블릿이 분명하다. 폰은 옆에 두고 커피를 들이키며 그걸 만지작거리기 시작한다. ‘저게 새로운 장난감이구만.’

 

모바일게임은 태블릿으로

평소에 모바일게임이라곤 치를 떠는 그다. “요즘 모바일게임 다 비슷비슷하잖아. 현질(유료 과금)만 유도하고. 그리고 작은 화면으로 게임하면 너무 답답해.” 그 남자의 변이다. 이런 인간이 모바일게임을 하더라. 앞뒤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시작은 축구게임이다. PES 2017이다. PES가 프로 에볼루션 사커 줄임말이란 건 나도 안다. 그게 코나미 축구게임 위닝일레븐의 다른 이름이란 것도 잘 알고 있다. 이 게임이 모바일 버전이 있는 줄은 몰랐지만.

▲ 사진=노연주 기자

그 남자가 경기를 시작했다. 박지성 은퇴한 지 한참이 지났는데 아직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다. 태블릿이라서 그런지 화면이 시원시원하다. 실제 축구 중계를 보는 느낌. 위닝을 할 수 있는 포터블 비디오 게임기보다 낫지 않나 싶은 생각마저 든다.

몇 판 하더니 질렸는지 다른 게임을 시작한다. 생소하면서도 익숙한 게임이다. 이름은 모르겠는데 액션 RPG(역할수행게임)란 흔한 장르니까. 첫인상은 연출이 콘솔 게임 같다는 점이다. 그래픽이 수준급이다. 그 남자의 장난감은 이 게임도 끊김 없이 돌리더라. 나중에 알아보니 ‘다크어벤저3’란 게임.

1시간 남짓 붙들고 있더니 결국 또 다른 게임을 하더라. 이 기세라면 하루종일 카페에서 이 게임 저 게임 플레이하며 시간 보낼 기세다. 카페 주인이 제일 싫어하는 타입이다. 이번엔 무려 모바일 FPS(1인칭 슈팅게임) 하나를 실행했다.

그 남자 말이 생각났다. “FPS는 폰으로 하는 게 아니야.” 그는 폰으로는 정교한 컨트롤이 어려워 FPS의 재미를 제대로 느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나도 동의한다. 그런데 FPS라니. 그가 고른 게임은 ‘크로스파이어’의 모바일 버전 ‘탄: 끝 없는 전장’이다.

태블릿으로 하니까 그나마 나아보인다. 적이 조금이라도 큼직하게 보이니 에임(타깃을 치는 능력을 이르는 말)이 산다. 데스매치 14킬 4데스. 스마트폰 유저들 서러워서 어쩌나. 그 남자는 보이지도 않은 다른 유저를 향하 재수없는 미소를 지어보인다.

▲ 사진=노연주 기자

게임도 질렸는지 이번에 유튜브로 진입한다. 오버워치 에이펙스 시즌4 경기를 다시 본다. 루나틱하이와 MVP스페이스의 대결이다. 명경기라서 사실 보고 또 보는 중이다. “월드컵보단 에이펙스군.” 그 남자가 혼잣말을 한다.

경기를 다 보고는 크롬을 실행한다. 게이밍 마우스와 기계식 키보드를 구경하기 시작한다. 그 남자는 오버워치 유저에다가 최근엔 배틀그라운드도 기웃거리고 있는데 실력이 형편없다. 게이밍 기어라도 장만하면 실력이 늘 거란 믿음이 있는 듯하다. 제품 이미지를 크게 보니 더 사고 싶어진다.

문득 안 좋은 기억이 떠올랐다. 그 남잔 내일까지 제출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는 걸 깜빡했다. 귀찮아 죽겠단 표정으로 태블릿에 블루투스 키보드를 연결해 문서 작성 프로그램을 띄웠다. 집중 못하고 금방 딴짓할 게 분명해보이지만.

 

레노버 웰메이드 게이밍 태블릿

그 남자에게 태블릿에 대해 물었다. 신나서 대답하더라. “태블릿하곤 영 인연이 없었어요. 사실 편견이 있었거든요. 스마트폰 있는데 왜 굳이 태블릿을 사용해야 하는지 몰랐죠. 사용해보니 유용하더라고요. 특히 혼자 놀 때.”

점점 진지해진다. “스마트폰은 모든 디바이스를 흡수하잖아요. 올인원 디바이스랄까. 사실 올인원은 환상인 거 같아요. 모든 걸 몰아넣으면 오히려 불편한 점이 생기죠. 기계들도 때론 분담이 필요하지 않나 싶어요.”

▲ 사진=노연주 기자

아직 끝나지 않았다. “게임할 때 특히 쾌적하더라고요. 사실 게임할 때 폰은 너무 작잖아요. 카톡을 확인하거나 전화 한 통이라도 받으면 게임의 연속성이 끊기고요. 이게 20만원대니까 폰보다 훨씬 저렴한 물건이네요.”

사실 이걸 물어본 게 아닌데. 다시 질문했다. 그 제품 도대체 뭐냐고. 레노버의 ‘탭4 플러스 8’이란 답이 돌아왔다. 그 남자에 따르면 스냅드래곤 625 옥타코어 프로세서와 4GB 램을 탑재한 고성능 게이밍 태블릿이다. 아무리 봐도 게이밍 아닌 것 같은데.

그 남자도 일부는 인정하더라. “덕후들 사이에서 일반인 코스프레란 말이 있잖아요. 이 태블릿은 일반 태블릿 코스프레를 하는 느낌이랄까. 보통 게이밍 제품이라고 하면 과장된 디자인이 부담스럽기도 하잖아요. 탭4 플러스는 심플해서 그런 부담이 없죠. 패키지부터 일반 태블릿 코스프레를 합니다.”

▲ 사진=노연주 기자

제품을 직접 들어보니 얇고 가볍다. 두께 7mm에, 무게는 300g. 너무 얇아 내구성이 약한 건 아닌지 의심했더니 그 남자가 이런다. “듀얼글래스, 보호 유리가 이중이라서 견고합니다.” 배터리도 4850mAh 용량으로 8시간은 버틸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저장 공간은 64GB로 넉넉하고 추가 마이크로 SD 메모리 슬롯이 있단 설명까지도.

마지막으로 특징 하나만 더 알려달라고 했더니. “사운드요. 폰에 달린 싸구려 스피커완 좀 다른 느낌? 돌비 애트모스를 적용한 듀얼 스테레오 스피커를 탑재했죠. 사운드가 입체적이어서 게임에 더 몰입할 수 있다는.”

그 남자 말에 완전히 설득되진 않았다. 아무리 슬림하다고 해도 스마트폰에다가 추가로 기기 하나를 더 가지고 다니는 게 귀찮은 일일 테니. 어차피 모바일게임을 하는 건데. 그래도 이 물건이 디자인이며 기능이며 가격 경쟁력을 고려했을 때 레노버가 작정하고 제대로 만든 태블릿이란 건 인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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