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물건 - 그 남자는 어떤 물건을 사랑할까?
그 남잔 또 혼자 놀 생각이다. 매번 주말이 이 모양이다. 이번엔 집 구석에만 있을 계획이 아닌 듯하다. 아무 옷이나 대충 걸치고 외출한다. 평일과는 다른 자연인 모습이다. 한 손엔 A4용지보다 작은 의문의 검은 물체를 들고 있다.
어디 밥이나 먹으러 가겠지. 분명 또 냉면일 거다. 같은 식당일 게 분명하고. 예감은 틀리는 법이 없다. 오늘은 회냉면을 먹더라. 그 다음 행선지가 집이 아닌 건 의외다. 옷차림에 어울리지 않는 예쁜 카페로 가더라.
아메리카노 하나 사들고 집으로 갈 줄 알았는데 거기 눌러앉는다. 테이블 위엔 그 남자가 준비해온 검은 물체가 놓여있다. 제대로 보니 태블릿이 분명하다. 폰은 옆에 두고 커피를 들이키며 그걸 만지작거리기 시작한다. ‘저게 새로운 장난감이구만.’
모바일게임은 태블릿으로
평소에 모바일게임이라곤 치를 떠는 그다. “요즘 모바일게임 다 비슷비슷하잖아. 현질(유료 과금)만 유도하고. 그리고 작은 화면으로 게임하면 너무 답답해.” 그 남자의 변이다. 이런 인간이 모바일게임을 하더라. 앞뒤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시작은 축구게임이다. PES 2017이다. PES가 프로 에볼루션 사커 줄임말이란 건 나도 안다. 그게 코나미 축구게임 위닝일레븐의 다른 이름이란 것도 잘 알고 있다. 이 게임이 모바일 버전이 있는 줄은 몰랐지만.
그 남자가 경기를 시작했다. 박지성 은퇴한 지 한참이 지났는데 아직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다. 태블릿이라서 그런지 화면이 시원시원하다. 실제 축구 중계를 보는 느낌. 위닝을 할 수 있는 포터블 비디오 게임기보다 낫지 않나 싶은 생각마저 든다.
몇 판 하더니 질렸는지 다른 게임을 시작한다. 생소하면서도 익숙한 게임이다. 이름은 모르겠는데 액션 RPG(역할수행게임)란 흔한 장르니까. 첫인상은 연출이 콘솔 게임 같다는 점이다. 그래픽이 수준급이다. 그 남자의 장난감은 이 게임도 끊김 없이 돌리더라. 나중에 알아보니 ‘다크어벤저3’란 게임.
1시간 남짓 붙들고 있더니 결국 또 다른 게임을 하더라. 이 기세라면 하루종일 카페에서 이 게임 저 게임 플레이하며 시간 보낼 기세다. 카페 주인이 제일 싫어하는 타입이다. 이번엔 무려 모바일 FPS(1인칭 슈팅게임) 하나를 실행했다.
그 남자 말이 생각났다. “FPS는 폰으로 하는 게 아니야.” 그는 폰으로는 정교한 컨트롤이 어려워 FPS의 재미를 제대로 느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나도 동의한다. 그런데 FPS라니. 그가 고른 게임은 ‘크로스파이어’의 모바일 버전 ‘탄: 끝 없는 전장’이다.
태블릿으로 하니까 그나마 나아보인다. 적이 조금이라도 큼직하게 보이니 에임(타깃을 치는 능력을 이르는 말)이 산다. 데스매치 14킬 4데스. 스마트폰 유저들 서러워서 어쩌나. 그 남자는 보이지도 않은 다른 유저를 향하 재수없는 미소를 지어보인다.
게임도 질렸는지 이번에 유튜브로 진입한다. 오버워치 에이펙스 시즌4 경기를 다시 본다. 루나틱하이와 MVP스페이스의 대결이다. 명경기라서 사실 보고 또 보는 중이다. “월드컵보단 에이펙스군.” 그 남자가 혼잣말을 한다.
경기를 다 보고는 크롬을 실행한다. 게이밍 마우스와 기계식 키보드를 구경하기 시작한다. 그 남자는 오버워치 유저에다가 최근엔 배틀그라운드도 기웃거리고 있는데 실력이 형편없다. 게이밍 기어라도 장만하면 실력이 늘 거란 믿음이 있는 듯하다. 제품 이미지를 크게 보니 더 사고 싶어진다.
문득 안 좋은 기억이 떠올랐다. 그 남잔 내일까지 제출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는 걸 깜빡했다. 귀찮아 죽겠단 표정으로 태블릿에 블루투스 키보드를 연결해 문서 작성 프로그램을 띄웠다. 집중 못하고 금방 딴짓할 게 분명해보이지만.
레노버 웰메이드 게이밍 태블릿
그 남자에게 태블릿에 대해 물었다. 신나서 대답하더라. “태블릿하곤 영 인연이 없었어요. 사실 편견이 있었거든요. 스마트폰 있는데 왜 굳이 태블릿을 사용해야 하는지 몰랐죠. 사용해보니 유용하더라고요. 특히 혼자 놀 때.”
점점 진지해진다. “스마트폰은 모든 디바이스를 흡수하잖아요. 올인원 디바이스랄까. 사실 올인원은 환상인 거 같아요. 모든 걸 몰아넣으면 오히려 불편한 점이 생기죠. 기계들도 때론 분담이 필요하지 않나 싶어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게임할 때 특히 쾌적하더라고요. 사실 게임할 때 폰은 너무 작잖아요. 카톡을 확인하거나 전화 한 통이라도 받으면 게임의 연속성이 끊기고요. 이게 20만원대니까 폰보다 훨씬 저렴한 물건이네요.”
사실 이걸 물어본 게 아닌데. 다시 질문했다. 그 제품 도대체 뭐냐고. 레노버의 ‘탭4 플러스 8’이란 답이 돌아왔다. 그 남자에 따르면 스냅드래곤 625 옥타코어 프로세서와 4GB 램을 탑재한 고성능 게이밍 태블릿이다. 아무리 봐도 게이밍 아닌 것 같은데.
그 남자도 일부는 인정하더라. “덕후들 사이에서 일반인 코스프레란 말이 있잖아요. 이 태블릿은 일반 태블릿 코스프레를 하는 느낌이랄까. 보통 게이밍 제품이라고 하면 과장된 디자인이 부담스럽기도 하잖아요. 탭4 플러스는 심플해서 그런 부담이 없죠. 패키지부터 일반 태블릿 코스프레를 합니다.”
제품을 직접 들어보니 얇고 가볍다. 두께 7mm에, 무게는 300g. 너무 얇아 내구성이 약한 건 아닌지 의심했더니 그 남자가 이런다. “듀얼글래스, 보호 유리가 이중이라서 견고합니다.” 배터리도 4850mAh 용량으로 8시간은 버틸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저장 공간은 64GB로 넉넉하고 추가 마이크로 SD 메모리 슬롯이 있단 설명까지도.
마지막으로 특징 하나만 더 알려달라고 했더니. “사운드요. 폰에 달린 싸구려 스피커완 좀 다른 느낌? 돌비 애트모스를 적용한 듀얼 스테레오 스피커를 탑재했죠. 사운드가 입체적이어서 게임에 더 몰입할 수 있다는.”
그 남자 말에 완전히 설득되진 않았다. 아무리 슬림하다고 해도 스마트폰에다가 추가로 기기 하나를 더 가지고 다니는 게 귀찮은 일일 테니. 어차피 모바일게임을 하는 건데. 그래도 이 물건이 디자인이며 기능이며 가격 경쟁력을 고려했을 때 레노버가 작정하고 제대로 만든 태블릿이란 건 인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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