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계란 등 식품 안전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특별 사법 경찰제도와  즉시 조사권 등의 대안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회 주최로 지난 21일 열린 '식품 안전 시스템 재구축을 위한 방안과 과제' 간담회(주최 : 오제세 의원실, 주관  대한민국 GAP 연합회)에서 식품업계와 농업계 전문가들은 살충제 계란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방안을 토론하면서 이 같은 제안을 내놓았다. 이들은 불명확한 식품안전 규정과  부처간 갈등  등이  사태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

식약처 산하 식품안전정보원장을 지낸 곽노성 박사는 "2005년의 말라카이트 그린 검출 사태, 같은 해 벌어진 김치 기생충알 검출 사태와 유사한 패턴으로 식약처의 불명확한 규정(식품공전 등)과 기준 미비가 오늘의 혼란상을 빚게 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 21일 국회에서 열린 '식품안전시스템 재구축을 위한 과제와 방안' 토론회(촬영=이코노믹리뷰)

곽 박사가 언급한 말라카이트 그린은 트리페닐메탄계의 녹색 염기성 염료로 박테리아나 결핵균류를 죽이는 살균용 약품으로 쓰인다. 그러나 2005년 당시 식약처는 식품공전(식품 안전 규정과 관련된 기준서) 미비로 이 약품을 '어민들이 사용해도 무방한 약품'으로 판단내렸다. 어민들은 양식 장어 등의 살균을 위해 말라카이트 그린을 사용했다.

그러나이 물질에 발암 성분이 함유돼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이 돌아섰다. 식약처가 대대적인 조사를 벌인 결과 국내산 민어, 붕어, 송어 등 다량의 어류에서 약품이 검출되며 파장이 확산됐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유해 약품이 들어간 어류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장어를 유통했다”고 날선 비판을 제기하기도 했다. 말라카이트 그린 사태는 살충제 계란 사태 때 있었던 정부의 대응 미숙과 판박이 사건인 셈이다.

 곽 박사는 “위기 대응이 정말 문제가 많다. 살충제 계란 사태를 둘러 싸고 대통령과 총리의 사과로도 진정이 되지 않는 이유는 명확한 규정과 부처 차원의 보완 대책이 없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현실안주형 관료들의 전문성 부족과 위험 커뮤니케이션(위기 시 대중과 소통하는 방법) 부족이 살충제 계란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것이다.

국무조정실에 식품안전정책위원회가 있고, 국장급 공무원이 파견돼 근무하고 있지만 식약처와 농식품부 사이에 발생한 갈등을 제대로 조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곽 전 원장은 또 “참여정부 당시 만들어 낸 식품안전시스템을 완성하기 위해서라도 개선 전략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홍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도 똑같은 지적을 했다. 김 교수는 “한국의 열악한 산란계 사육 실태는 잔류 농약이외에도 전염병에도 치명적인 구조”라고 지적했다. 사실상 조류독감, 구제역, 살충제 계란 사태가 하나의 결을 갖고 있는 위기라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김 교수는 정부 일각에서 나오는 ‘동물 복지 농장이 완전한 대안이 될 수 없다”고도 말했다. 기본적인 수익성 문제 때문에 대부분의 농민이 꺼리는 선택이기 때문이다.

또 매년 지출되고 있지만 제대로 된 연구개발 결과를 도출하지 못한 농촌 분야 연구개발(R&D) 사업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닭진드기 예방 기술 개발, 자동화 시스템을 통한 전염병, 유해 성분 대비 등이 필요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농식품부 간의 안전관리 체계를 둘러 싼 해묵은 갈등을 종식시켜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 참석자는 “위기 대응에 대한 본질적 책임이 누구에게 있냐는 폭탄 돌리기로 인해 양 부처가 싸움만 벌이고 있다는 인상을 줘서는 곤란하다”고 꼬집었다. 

한 농업계 인사는 토론회에 참여한 후 "정부 차원의 대책을 주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업계 차원에서 자정 작용이 일어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도 중요하다. 전문 방역업체 육성 등을 통해 제대로 된 대비가 일어나게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