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18일(현지시각) 미국 2대 저유공장 가동중단 미확인 보도에다 미국의 가동중인 석유채굴기 숫자의 감소 소식에 하루에 3% 이상 상승하는 괴력을 보였다. 그렇다면 유가는 이런 상승세를 지속할 수 있을까? 답은 “오래 갈 수 없다"이다.

미국 벤치마크 원유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9월 인도분은 18일(현지시각) 전날에 비해 배럴당 1.42달러(3%) 오른 48.51달러로 장을 마쳤다.  영국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북해산브렌트유 10월 인도분은 전날에 비해 1.69달러(3.3%) 상승한 52.72달러로 장을 마쳤다. 주간으로는  WTI는 0.6% 떨어졌으나 브렌트유는 1.2% 올랐다. 시장의 관심은 이번주에는 어떻게 될까이다.

 유가가 뛸 여지는 있다. 미국은 원유 채굴기가 감소했고 원유생산량이 지난주 950만2000배럴로 역대 최대규모를 기록했다. 유가가 오르지 않는 이상 셰일 생산업체들이 생산량을 더 늘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산유국 카르텔인 석유수출구기구(OPEC)도 하루 180만배럴 감산합의를 이행 중이다. 이는 역으로 산유량이 역대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는 말이 된다. 감산합의 면제국 리비아와 나이지리아를 제외하더라도 OPEC의 감산합의는 유가 추가하락을 막고 있는 게 엄연한 사실이다.

▲ 미국의 주간 원유 생산량 추이.출처=EIA

헤지펀드들의 움직임도 심상찮다. 최근 몇 주 동안 이들은 선물 매수 포지션을 늘렸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8일로 끝난 한 주동안 브렌트유 5800만배럴에 해당하는 매수 포지션을 늘렸다고 한다.  선물시장에선 유가 선물가격이 현물가격보다 낮은 역조정(백워데이션)이 생긴 것이다. 즉 선물가격이 현무 가격보다 저평가됐다고 보고 선물을 사들이고 현물을 판 것이다.이런 맥락에서 보면 머지 않아 유가가 오를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변수는 또 있다.  OPEC 회원국인 베네수엘라다. 베네수엘라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OPEC의 ‘병자’라고 이름붙인 산유국이다. 산유량이 감소하고 있는 베네수엘라가 국가 부채를 갚지 못하는 채무불이행(디폴트)으로 원유수출을 중단한다면 원유시장은  공급과잉에서 공금감소로 전환하고 유가는 급등할 수도 있다.

이런 가정은 실현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는 확정매장량이 세계 최대인 3000억배럴에 이르는 나라다. 그런데 최근 10년 사이에 유전과 생산부문 투자를 적게 한 탓에 산유량이 계속 감소하는 ‘속병’을 앓아왔다.

▲ 국별 확정매장량. 출처=CIA 월드 팩트북

WSJ에 따르면 베네수엘라는 일일 190만배럴~220만배럴 정도를 생산하고 있다.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이 정권을 잡기 전인 1999년 이전에 하루 평균 340만배럴, 지난 2015년 말 250만배럴 정도를 생산한 것과 비교하면 크게 감소한 것이다.

베네수엘라는 나라 빚을 갚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원유를 생산해야 하는데 산유량이 줄고 있으니 걱정이 태산같다. 국가부채는 1200억달러 정도로 추정된다. 그러나 나라 곳간은 텅비었다. 외환보유액은 15년 만에 처음으로 100억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이중 70억달러는 금이라 일시에 대량으로 매각해 나라 빚을 갚기가 쉽지 않다. 결국 원유를 팔아 빚 갚을 돈을 장만해야 한다는 뜻이다. 베네수엘라는 원유 수출로 외화수입의 90%를 벌어들이는데 수출물량을 더 늘리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증산이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산유량을 늘리려면 투자가 필요한데 현재 해외 투자유치는 어려워 보인다.   베네수엘라는 서방 다국적 기업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의 국영 기업의 투자금도 제대로 상환하지 못한 탓이다.

WSJ은 “국가 부채 상환을 앞둔 베네수엘라가 현금부족으로 유전을 제대로 유지하지 못했고 산유량 감소는 향후 영원히 회복되기 어려울 것임을 의미한다”고 진단했다.

베네수엘라는 난공불락 미국을 넘어야 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베네수엘라는 하루 70만배럴의 원유를 미국에 수출하는 제 3위의 국가다. 유황성분이 많고 점도가 높은 중질유다. 미국 정유사들은 고유황 중질유 정유에 적합한 설비를 갖추고 있어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수입한다. 대신 미국은 유황성분이 적고 점성이 낮은 미국산 원유를 베네수엘라에 수출한다. 베네수엘라는 자국산 원유에 이것을 섞어 수출한다.

미국은 지난 30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제헌의회 선거를 강행한 데 반대하며 개인 제재조치를 내놨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적 행동까지 암시했다. 수출금수조치 카드도 만지작거린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전에서 에너지 분야 자문역을 한 컨티넨털 리소시즈의 해럴드 햄 최고경영자(CEO)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원유 수출과 베네수엘라산 원유 수입을 동시에 감축하는 것을 선호한다.

햄이 세브런 등 정유업체들의 강력한 반발에도 미국에너지생산자연명 연설에서 “대통령은 인권침해를 중단시키고 상황을 복구하기 위해 베네수엘라에 직접 영향을 주길 원한다면 그는 그럴 능력이 있다”고 말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이다.

미국 연료석유화학제품생산자협회(AFPM)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베네수엘라산 원유수입 중단은 베네수엘라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멕시코만 연안에 대규모 투자를 한 정유사들이 대체원유를 찾지 못하게 하고 결국 미국 소비자들과 정유사들에게 해를 줄 것”라고 주장했다.

베네수엘라가 채무불이행을 피하기 위해 생산 펌프를 아무리 빨리 가동한다고 해도 생산량 증가는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에너지정책센터는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에서도 베네수엘라는 연간 10만~20만배럴 증산하는데 그칠 것이라 예상했다.

WSJ은 “과거 생산 수준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고, 시장에 큰 영향력도 없을 것”이라면서도 “베네수엘라의 위기는 국민과 원유 소비자들을 훨씬 위험하게 만들 것”이라 평가했다. 배런스는 지난 17일 “베네수엘라 생산량 감소를 반전시키려면 시간과 큰 자본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종합하면 베네수엘라가 변수이긴 하지만 유가가 50달러를 훌쩍 넘어 치솟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말이 된다. 선물시장 참여자들도 변덕이 심하다. 따라서 OPEC은 산유량이 최대에 이른데다 미국 셰일오일 생산도 늘고 있으며 연말게 캐나다와 브라질의 유전에서 나오는 원유도 시장에 공급된다는 것은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를 바탕으로 본다면 최근의 유가 상승세가 지속할 수 있다고 보고는 것은 무리다.  즉 원유 시장에서 사자 심리가 오래갈 수 없다는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