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정적 풍경, 70×56㎝ acrylic on paper, 2000

 

샤르트르는 보들레르에겐 언제나 다른 곳에 있고자하는 욕구가 있다고 했다. 현재 있지 않은 다른 장소,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곳으로 가고자 했던 보들레르의 그 욕망은 단순히 신기루 같은 환상적 공간에로의 도피가 아닌 잃어버린 낙원에 대한 갈증을 의미한다. 그의 작품에서 나는 현실로부터 시간의 굴레로부터의 탈출욕망은 진정 보들레르의 그것을 닮았다.

 

▲ 서정적 풍경, 70×56㎝ acrylic on paper, 2000

 

이석주(ARTIST LEE SUK JU, 李石柱)작가의 정신적 여행이 환상적 공간에로의 도피로 변질되는 그것을 막아주는 요소는 상상력이다. 보들레르가 얘기했듯, 상상력은 단순한 자연모방을 넘어 가시적 세계와 비가시적 세계에 다리를 놓는 예술가의 정신적 능력을 뜻한다. 현실과 상상력을 이어주는 이 상상력이 이석주의 작품에서는 스케일의 조작과 이질적 사물의 병치로 나타난다. 거친 들판을 대체한 시계 판, 울창한 침엽수림을 지나는 장난감 같은 기차를 쫒는 거대한 말 그리고 눈 덮인 원산을 배경으로 놓인 피라미드 같은 의자 등은 극사실 기법으로 그려졌음에도 그 회화공간을 현실이 아닌 상상의 공간으로 변모시키는 결정적인 요소들이다.

 

▲ 서정적 풍경, 130×72㎝ oil on canvas, 2000

 

이 상상의 공간 속에서 화가 이석주는 외부세계와 자신의 삶을 순화시키는 연출가이다. “나는 대상을 보다 심화시키고 자기화 시키는데서 의미를 발견한다. 눈에 보이는 현상적인 것이 아닌 감추어진 일상 그 속의 개인적, 심리적 상황이나 경험을 상징화 시키고 지극히 일상적인 사물이나 인물 또 추상적 이미지와 사물들을 서로 무관한 공간에 놓음으로써 조용하고 강렬한 드라마를 연출하고 싶다.”

△글=정무정(미술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