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억달러를 건 비운의 도박이다” vs “LNG생산을 위한 최신기술이다”

영국 네덜란드 합작 석유생산회사인 로열더치쉘이 최근 인수한 초대형 부유식 액화천연가스(LNG) 생산설비(FLNG) 프렐류드호를 두고 나오는 엇갈리는 의견이다. 영국의 경제 중심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17일(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이다.

▲ 로열더치쉘이 최근 인수한 삼성중공업산 해상 부유식 LNG 생산선박 '프렐류드'호.출처=로열더치쉘

도박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는 이렇다. 우선 건조에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갔다. 에너지 분야 컨설팅회사 우드맥킨지는 140억달러로 추정하고 있다. 원래 건조비는 120억달러로 추정됐다. 바다에서 생산한 가스를 영하 260도로 액화시켜 파이프로 LNG 운반선에 선적할 수 있는 복잡한 선박이어서 건조비가 비싸다.

이 시설은 길이가 축구장 4개와 맞먹는 488m나 된다. 배수량 10만t인 니미츠급 핵추진 항공모함 길이 330m보다 1.5배는 더 길다. 타이타닉호의 12배 길다. 대만의 101빌딩 높이와 거의 같다. 너비도 74m다. 항공모함과 거의 비슷하다. 건조에 강철 25만t이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프렐류드는 튼튼하다. 카테고리 5의 허리케인에도 견딜 수 있다고 한다.

생산능력도 탁월하다. 연간 360만t의 LNG를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이 거대시설은 삼성중공업이 건조했다. 지난달 가스전이 있는 호주북부에 도착했다. 이 곳에서 25년간 정박해 가스를 생산할 예정이다.

▲ 삼성중공업이 건조하고 로열더치쉘이 최근 인수한 해상 부유식 LNG 생산시설인 '프렐류드'호.출처=로열더치쉘

이 큰 바지선이 비용 대비 효과가 좋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LNG 수입국들은 LNG가 어디서 나오느냐가 아니라 값이 싼지를 따지기 때문에 이 거대한 시설은 무조건 값싸게 생산해야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말이다. 값싸게 생산해서 과연 건조비를 회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어서 도박이란 말이 나오는 것이다.

쉘오스트레일리아의 데이비드 버드 생산담당 부사장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고객들은 가스가 어디서 생산되는지 상관 않는 만큼 이 시설은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는 게 기본 전제”라면서 “아무도 프렐류드호가 생산한 가스에 프리미엄(웃돈)을 지불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 FLNG와 LNG 가격비교.출처=FT

 

2년 전에는 FLNG는 가스업계에서는 핵심 기술로 환영받았다. 쉘과 말레이시아 석유회사  페트로나스, 벨기에 엑스마, 노르웨이 골라 등이 10척을 발주했을 정도다. FLNG의 장점으로는 장소를 옮겨다니면서 LNG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게 꼽힌다. 가스전이 고갈될 때마다 옮겨다니면서 생산할 수 있는 만큼 반잠수식이나 고정식 생산시설처럼 매번 시설을 만들 필요가 없다. 해양 환경도 덜 오염시킨다. 건조비용도 상대적으로 적다. 주요 설비와 선체 등은 조선소에서 제작해서 조립하면 된다.

문제는 새로운 복병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국제유가 계속 하락하고 있다. 미국의 셰일오일라는 저가 가스 생산량이 늘고 있다. 건조비용 초과로 주문이 취소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한결같이 FLNG의 경쟁력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시장조사 회사인 번스타인의 닐 베버리지 분석가는 최근 FT에 “미국의 풍부한 저가 가스와 저렴한 생산비용 탓에 FLNG는 니치시장이 아니면 필요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면서 “FLNG 선박은 매우 복잡해서 해상 LNG플랜트 건조능력이 있다면 그걸 선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호주의 우드사이드라는 회사가 이 기술을 이용해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주의 가스전 개발을 하려던 계획을 취소한 이후 쉘이 지난해 삼성중공업에 발주한 3척의 FLNG 진행시키지 않은 것은 좋은 사례다. 거대한 규모의 개발프로젝트에 대한 업체들의 열기고 식고 있다는 방증이다.

올해엔 여러 척이 발주돼 조선업계에서 FLNG 건조는 호황을 누렸지만 이는 올해에 국한될 것이라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이탈리아 국영 에너지 업체 에니가 모잠비크 연안에서 FLNG로 가스를 개발하는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고 페트로나스는 세계 최초의 FLNG시설로 LNG생산에 들어갔다.말레이시아에서 건조한 이 시설은 연간 120만t의 LNG를 생산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버드 부사장은 “FLNG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면서 “이는 여러 자원개발 포토폴리오 중 특정 상황에 맞는 대안 중의 하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