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구팀이 모낭의 줄기세포를 활성화해 모발이 자라나게 하는 방법을 발견했다. 효과적인 치료법이 없는 탈모 치료에 이용할 수 있는 새로운 약물로 개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미국과  영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 7개국의 탈모치료제 시장이 7조원,  한국 시장이 약 1조원 규모로 추정되고 있는 만큼 개발만 된다면 시장성은 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국내에선 20만명 이상이 탈모질환을 앓고 있는 만큼 줄기세포를 이용한 탈모치료제 개발에 대한 기대는 매우 크다.

▲ 미국 연구진이 새로운 탈모 치료 잠재 물질 2가지를 발견했다.사진=이미지투데이

미국 UCLA 연구팀은 최근 이 같은 연구결과를 세계적 권위를 가진 과학 학술지인 네이처(Nature)의 자매지 네이처 셀 바이올로지(Cell Biology)에 게재했다.

모낭은 털을 만드는 피부기관으로 모발의 뿌리인 모근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모근 줄기세포는 모낭에 있는 수명이 긴 세포로 모낭에서 사람의 일생 동안 털을 생산하는 역할을 한다.

사람 몸에는 대략 500만개 정도의 모발이 있는데 손바닥, 발바닥, 입술 등 점막을 제외한 피부 전체에 난다. 머리카락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략 10만여개 이상이다. 머리카락의 밀도는 신생아가 ㎠당 1100개 정도로 출생 후에는 새로운 모낭이 추가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탈모란 머리카락이 매일 100개 이상 지속해서 빠지는 현상을 말한다. 하루에 50~100개 정도의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은 정상이다. 모발은 모발이 자라는 시기인 성장기를 거쳐 모발을 만들어내는 모구부가 퇴화하는 퇴행기에 접어들면서 성장이 멈춘다. 이후 모낭의 활동성 자체가 정지되는 상태를 휴지기라고 부른다.

이 때 어떤 이유로 모낭이 활성화에 실패하면 머리카락이 더 이상 자라지 않는다. 밝혀진 원인으로는 호르몬 불균형, 스트레스, 노화, 암 치료의 영향 등이 있다.

‘젖산’, 모낭 줄기세포 활성화하는 데 핵심

연구팀은 머리카락을 만들어내는 줄기세포의 신진대사(몸에서 에너지를 소비하는 화학적 작용)에 주목했다. 모든 세포는 분열하면서 에너지를 공급하며 영양소를 사용하며 환경에 반응한다. 이 같은 대사 과정에서 대사산물이 생긴다. 모근 줄기세포는 혈액 안 포도당을 소비하면서 ‘피루브산’이라는 대사산물을 생성한다. 세포가 에너지를 생산하는 세포의 일부인 미토콘드리아로 피루브산을 전달하거나 피루브산을 또 다른 대사산물 중 하나인 젖산으로 전환할 수 있다.

▲ 활성화된 모낭의 모습.사진=UCLA

연구결과 젖산이 모낭 줄기세포의 활성화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생쥐가 유전적으로 젖산을 생산하는 것을 막았을 때 모낭 줄기세포가 활성화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미토콘드리아로 피루브산 침투를 줄였을 때 모낭 줄기세포가 더 많은 젖산을 만들어 세포가 활성화됐고 모발이 더 빨리 성장했다.

연구에 참여한 로리 교수는 “우리의 연구 이전에는 젖산을 증가시키거나 감소시키는 것이 모낭 줄기세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을 아무도 알지 못했다”면서  “생쥐 몸에서 젖산을 생산하는 것이 모발 성장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를 통해 탈모 치료에 이용할 수 있는 약물을 개발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나아가 생쥐의 피부에 적용했을 때 모낭 줄기세포의 젖산 생산을 촉진시키는 두 가지 약물(RCGD423, UK5099)을 확인했다.

RCGD423이라고 불리는 첫 번째 약물은 세포 외부의 정보를 세포의 핵으로 전달하는 JAK-Stat으로 불리는 세포 신호전달 경로를 활성화했다. JAK-Stat을 활성화하자 젖산의 생성이 증가하고 이를 통해 모근 줄기세포가 활기를 띠고 빠른 모발 성장을 유도했다.

UK5099는 피루브산이 미토콘드리아에 들어가는 것을 차단해 모낭 줄기세포가 젖산을 생산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했다.

확실한 치료제 없는 탈모, 전 세계 시장 규모 7조원

탈모는 신체적 고통을 주진 않지만 심미적인 문제로 앓는 이에게 큰 스트레스를 준다. 문제는 탈모를 완벽하게 치료할 수 있는 약물이 현재까지 없다는 점이다.

▲ 국내에서 사용하는 대표적인 탈모치료제.자료=식품의약품안전처

우리나라에서 탈모치료약으로 가장 널리 처방되는 약은 다국적제약사 머크의 프로페시아다. 피나스테리드 계열 약물인 프로페시아는 원래 전립선비대증을 치료하기 위해 개발됐으나 발모 효과로 현재 탈모치료제로 자주 쓰인다. 프로페시아는 탈모를 유발하는 남성호르몬의 변종인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의 농도를 낮춰 탈모의 진행을 억제한다. 남성호르몬을 억제하는 기전 때문에 발기부전, 성욕감퇴와 같은 부작용을 부른다. 또 다른 다처방 경구 의약품으로 다국적제약사 GSK의 두타스테리드 계열 약물 아보다트가 있으나 프로페시아와 마찬가지로 DHT의 농도를 낮추는 기전 탓에 부작용도 동일하다. 바르는 치료제로는 마이녹실이 있다. 성기능 감퇴와 같은 부작용은 없으나 경구치료제에 비해 효과가 적고 홍반, 각질 등의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

이 때문에 새로운 탈모치료제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높다. 한 국내제약사 관계자는 “개발했을 때 전 세계에서 블록버스터 약물이 되는 세 가지 약물은 치매치료제, 아토피피부염 치료제와 더불어 탈모치료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GBI리서치는지난해 기준으로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 7개국의 탈모치료제 시장을 약 6조800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내 탈모 시장 규모는 1조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탈모질환으로 진료를 받은 국내 인원은 2009년 18만1000명에서 2013년 21만명으로 15% 증가했다.

UCLA 연구팀은 탈모 치료제 후보 물질인 RCGD423과 UK5099의 임시 특허를 출원했다. 현재 이 약물들은 동물을 대상으로 한 전임상시험에서만 사용했으며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은 실시하지 않았다.

국내에서 줄기세포를 이용해 탈모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기업으로는 스템모어(설립자 성종혁·연세기술지주회사 자회사)가 있다. 지난 2015년 설립된 스템모어는 조직재생과 질병치료 목적으로 응용되고 있는 지방줄기세포를 이용해 모발 이식술을 대체할 새로운 탈모치료법을 개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