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부동산 대책 시행 17일째를 맞고 있는 부동산 시장은 그야말로 얼어붙었다. 네이버 부동산 거래 사이트에는 한 단지의 3분의 1이 매물로 나온 단지까지 등장했다. 중복게재 부분을 감안해도 단지의 10%이상이 매물로 나온 셈이다. 그것도 잘 나가던 서울 핫플레이스인 강남구와 서초구 등 몇곳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6.19 부동산 대책에 이어 발표된 이번 대책은 단기 투기세력을 막고 실수요 보호를 위한 것으로 2011년 말 이후 사라진 ‘투기과열지구’가 부활과 청약제도 개편, 양도소득세 강화 등의 내용을 포함해 집을 투기수단이 아닌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정부의 강한 의지가 담겼다.

최근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8월 둘째주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의 주간 하락폭은 0.04%를 보였다. 8월 첫째주에 0.03% 하락한 데 이어 하락폭이 커졌다. 서울 권역별로 살펴보면 강남권이 0.06%, 강북권이 0.01% 하락했다.

강남권은 8·2부동산대책 이후 재건축단지를 중심으로 가격이 내렸는데 모두 11개구 가운데 구로구, 금천구, 관악구만 보합세로 그 외 8개 구는 모두 하락했다.

아파트 매매값이 대책 이후 연이어 하락하는 가운데 18일 찾은 서울 강남 재건축 대장주들의 부동산 시장도 찾는 수요자들의 발길이 실종된 가운데 어느 덧 겨울이 온 것 처럼 차가운 분위기 였다.

재건축 대장주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는 반포동의 경우에도 아파트 상가마다 적게는 7개~10개가 넘는 공인중개사들이 자리 잡고 있지만 매수자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J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대책 전까지만 해도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면서 “8.2 대책 발표 직후 매수의사를 밝힌 문의 전화는 많았지만 찾아오는 손님은 없다”고 했다. 이어 관계자는 “조합설립 이후 재건축 단지의 매매가 전면 금지되면서 아직 조합 설립이 추진되지 않은 단지들에 대한 문의만 가끔 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위치한 신반포4차아파트 전경. 출처=이코노믹리뷰 김서온 기자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위치한 신반포4차(1979년 10월 입주)의 경우 재건축 초기 단지로 아직 조합이 설립되지 않았다. 단지는 총 1212세대로 12개동, 13층, 전용면적 96㎡~155㎡으로 구성됐다. 전용면적 96㎡가 15억~16억원대에 가격이 책정돼 있으며, 네이버 부동산 매물 정보에 따르면 총1212세대 중 145건이 매매로 등록돼 있어 전체 가구수의 10% 넘게 매물로 나와있는 상태다.

J공인중개사 관계자는 “8.2 대책 이후 매매로 나오고 있는 매물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급하게 나온 매물은 전용면적 96㎡의 경우 기존 거래가 보다 1억원 가량 낮은 14억원대에 나왔지만 막상 거래는 되지 않고 있다”며 가격하락은 물론 내년 다주택자 중과가 시행되기전까지는 매물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위치한 반포우성아파트 전경. 출처=이코노믹리뷰 김서온 기자

맞은편에 위치한 반포우성아파트(1978년 11월 입주)의 경우도 별반 차이가 없다. 총 408세대, 4개동, 12층의 규모로 현재 재건축 조합이 설립된 상태다. 반포우성아파트도 2003년 투기거과열지구내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규정 이전에 소유권을 갖고 있는 조합원에게는 1회에 한해 지위 양도가 가능하다. 그러나 조합설립인가 이후 소유권이전등기 이전단계에 있는 조합원의 경우에는 조합원 지위 양도가 금지돼 새 아파트를 받지는 못하지만 현금청산을 전제로한 매매는 가능하다. 전용면적 96㎡가 현재 14억 중반대에서 15억 초반대에 나와있다.

D부동산 공인중개사는 “일부 조합원 지위 양도가 가능한 매물이 있지만 이 마저도 찾는 사람이 없다”면서 “대책 이후 14억 초반대까지 내놓겠다는 매도자가 하나 둘 나오고 있어 가격하락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했다.

재건축 대장주들이 강세를 보이던 또 다른 지역인 개포 상황 역시 잠잠하다.

▲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위치한 개포럭키아파트 전경. 출처=이코노믹리뷰 김서온 기자

개포럭키아파트(1986년 1월 입주)는 총 128세대, 2개동, 8층으로 최근 재건축 추진위원회가 개포택지개발지구 내 개포럭키아파트 세부개발계획 수립안을 구에 제출해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 상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 세부개발계획 수립안에 따르면 아파트 2개동, 지하3층~28층, 총 156가구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단지는 지하철 3호선 도곡역과 매봉역, 분당선 한티역 인근 역세권에 위치한다. 전용면적 79㎡가 10억~11억대에 매매가가 형성돼 있다.

단지 인근 H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단지 세대 수가 적고, 재건축 예정 단지로 원래 매물수가 많지는 않았다”면서 “현재 전용면적 79㎡가 대책 이후 가격 하락없이 10억원대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지만 시장은 조용한 편”이라고 말했다.

▲ 19일 재건축 창립총회 개최를 앞두고 있는 개포한신아파트 전경. 출처=이코노믹리뷰 김서온 기자

개포럭키와 같은 블록 내에 위치한 개포한신아파트(1985년 12월 입주)는 오는 19일 재건축조합 창립총회를 개최한다. 이날 조합장이 선출되고 내달 초 조합설립인가가 나게 되면 아파트 입주시까지 매매거래가 불가능하다. 통상 5~6년 간의 재건축 절차를 거쳐 2023년 입주예정이다. 전용면적 52㎡가 10억1000만원~10억3000만원대에 시장에 나와 있다. 조합원 지위 양도가 가능한 매물인 이곳도 매수문의가 자취를 감추기는 마찬가지 상황이다.

G부동산 공인중개사는 “8.2 대책으로 개포한신의 경우 9월 초 조합이 설립되면 매매자체가 아예 불가능해 매도와 매수 모두 서둘러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조합설립인가 전까지 급매를 해야하는지에 대해 묻는 문의는 있으나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팔릴지는 미지수”라고 했다. 이어 관계자는 “대책이 시장을 꽁꽁 묶어 당분가는 찬바람이 불 것 같아 걱정”이라고 덧붙였다.